[프로야구]LG 알칸트라, 홈런 치고도 "아웃"

  • 입력 2003년 8월 8일 01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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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아몬드를 돈 알칸트라(LG)는 천천히 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새미 소사(시카고 컵스) 등 도미니카 출신 타자들이 으레 그렇듯 알칸트라도 홈플레이트 앞에서 성호를 긋고 입을 맞춘 두 손으로 하늘을 가리키는 독특한 홈런 세리머니를 했다.

하지만 아뿔싸. 그는 홈런 세리머니에 정신이 팔려 그만 홈플레이트를 밟지 않았다.

순간 SK 포수 박경완과 문승훈 주심은 똑똑히 이 장면을 보고 있었고 잠시 후 박경완의 어필로 홈런을 친 알칸트라는 아웃되고 말았다.

국내 프로야구 사상 2번째로 홈 ‘공과(空過·루를 밟지 않고 지나치는 것) 아웃’ 해프닝이 일어났다.

7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2003삼성증권배 프로야구 LG-SK전. 2-5로 뒤진 7회 2사 3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LG의 외국인 타자 알칸트라는 SK 조웅천의 공을 받아쳐 좌월 2점홈런을 터뜨렸으나 홈을 밟지 않아 아웃되고 말았다.

루를 공과했을 경우 상대 수비측으로부터 어필이 없으면 아웃되지 않지만 영리한 SK 포수 박경완이 이를 눈여겨본 후 문승훈 주심에게 어필해 아웃이 선언됐다. 규정상 알칸트라의 홈런은 인정되지 않고 3루타를 치고 홈에서 주루사한 것으로 공식 기록됐다. LG의 득점도 2점이 아닌 1점만 인정.

이 점수는 승패와 직결되는 중요한 점수였다. 4-5 한 점차로 쫓아갈 수 있었던 LG는 2점홈런이 1점만 인정되며 공격이 끝나는 바람에 분위기가 가라앉았고 끝내 3-6으로 패하고 말았다. 최근 5연승의 상승세도 끝.

국내 프로야구에서 루의 공과는 19번째지만 홈런을 치고 공과로 아웃된 것은 99년 한화 송지만에 이어 두 번째. 당시 송지만은 8회말 2점 홈런을 날렸으나 홈플레이트를 밟지 않았고 상대팀인 쌍방울 김성근 감독의 어필에 의해 아웃됐었다.

연속경기로 펼쳐진 잠실 두산-삼성전과 수원 현대-기아전에선 두 팀이 1승씩을 나눠가졌다. 현대-기아의 연속경기 1차전에선 기아 이종범이 9회말 올 시즌 1호 끝내기 실책을 했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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