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음악]'살인의 추억' OST…스산한 살인의 느낌과 따뜻함

  • 입력 2003년 5월 14일 16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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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추억' 동아일보자료사진
'살인의 추억' 동아일보자료사진
봉준호 감독의 두 번째 작품 ‘살인의 추억’은 ‘미해결’ 살인 사건을 다루고 있다. 이 영화에서 범인이 ‘누군지 모른다’는 사실은 음악적으로는 ‘어디선가 들려온다’는 상황으로 재해석된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살인 사건 당일이면 라디오에서 울려 퍼지는 유재하의 ‘우울한 편지’는 스산한 살인의 느낌과 함께 추억의 공간이 갖는 따뜻한 느낌을 동시에 불러일으키는 특별한 장치로 작동한다. 그의 노래를 통해 관객은 1980년대의 그 사건으로 전율 섞인 추억의 여행을 떠나게 된다.

영화의 오리지널 스코어는 일본의 영화음악가인 이와시로 다로가 담당했다. 이와시로 다로는 히사이시 조와 더불어 저패니메이션, 즉 일본 만화영화음악의 전설 가운데 하나인 사람. ‘플란더스의 개’, ‘엄마 찾아 삼만리’의 극장판, ‘바람의 검심’ 등의 음악을 썼다. 또 엽기적인 살인사건을 다룬 ‘어나더 헤븐’이라는 영화의 음악을 담당하기도 했는데, 이 영화는 주제 면에서는 ‘살인의 추억’과 일맥상통하는 영화이기도 하다.

그의 음악은 영화음악의 고전적 문법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그래서 ‘살인의 추억’에 일정한 음악적 보편성을 부여함으로써 한국의 한 동네에서 일어난 사건을 다룬 이야기를 보편적인 연쇄살인물의 정서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어딘지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영화에서 들을 수 있는, 내러티브와는 조금 별개로 무심한 듯 흐르는 음악을 염두에 두지 않았나 싶다. 그런 면에서는 성공적인 캐스팅이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송강호 같은 주인공들의 탁월한 ‘토속적’ 연기가 자아내는 어떤 분위기를 음악이 세부적으로 읽어내고 있는지는 조금 의문이다.

성기완 대중음악평론가 creole@hite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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