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男 45%가 '미성숙한 어른'

  • 입력 2003년 2월 10일 18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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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대 10명 중 4, 5명은 인격이 원만하게 형성되지 못해 대인관계나 사회생활에 지장이 있을 가능성이 적지않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서울대 의대 정신과 권준수(權俊壽) 류인균(柳仁均) 교수와 윤탁(尹鐸) 연구원 등은 “최근 서울지방병무청에서 신체검사를 받은 20세 남성 5971명을 대상으로 미국에서 개발돼 세계 각국에서 쓰이는 ‘인격장애 자가진단’ 설문에 응답케 한 결과 44.7%가 총점 99점 중 인격장애가 의심되는 기준점인 30점을 넘긴 것으로 조사됐다”고 10일 밝혔다.≫


이런 수치는 미국과 유럽 국가 등 선진국에서 나타난 평균 11∼18%와 비교할 때 2.5∼4배나 된다.

연구팀에 따르면 인격장애는 스스로 성격에 문제가 있는지 잘 모르는데다 가정과 사회생활, 대인관계에 지장이 있으며 이들 때문에 주변 사람이 괴롭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또 자신의 문제를 남이나 사회 탓으로 돌려 극단적 반응을 보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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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각종 범죄와 사회 갈등의 뿌리가 될 수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지만 아직 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낮아 적절한 진단과 치료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

류 교수는 이처럼 잠재적 인격장애자 비율이 높은 데 대해 “사회적으로 가치관이 혼란한 상태에서 가정교육의 부재가 인격적으로 ‘미성숙한 어른’을 양산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연구팀은 또 이번 조사에서 12개 유형별로 인격장애의 유무를 측정한 결과 한 개 유형 이상의 인격장애가 의심되는 사람이 무려 71.2%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중 지나치게 자신에게 집착하고 대인관계가 서툰 ‘강박성’(49.4%), 문제의 합리적 해결과 대인관계를 꺼리는 ‘회피형’(34.7%), 자신밖에 몰라 가벼운 자극에도 지나치게 반응하고 변덕이 심한 ‘히스테리성’(25.6%), 남들을 끊임없이 의심하는 ‘편집형’(22.6%) 등의 유형 순으로 많았다.

권 교수는 “인격장애가 의심되는 기준점이 각국의 사회 문화적 배경에 따라 다를 수 있어 이를 감안해 기준점을 30점에서 35점과 40점으로 각각 올려 분석했을 때도 32.7%, 22.8%로 나타났다”며 “이렇게 하더라도 외국보다 인격장애 가능성 비율이 훨씬 높다”고 말했다.

연세대 심리학과 이훈구(李勳求) 교수는 “설문의 문항이 보편 타당하기 때문에 한국사회의 특수성으로 인해 인격장애 가능성 비율이 높게 나왔을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면서 “우리 사회의 정신건강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내 학술지 ‘정신병리’와 미국의 학술지 ‘정신의학과 임상신경과학’에 게재될 예정이다.

▼신검자 소득-학력 고루 분포▼

▽어떻게 조사했나=연구팀이 신검 대상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것은 소득 학력 등이 골고루 분포된 표본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미국에서 개발된 인격장애 자가진단지인 ‘PDQ-4+’를 나눠주고 99개 항목에 대해 답하도록 했다. 이를 토대로 인격장애가 의심되는 기준점인 30점(99점 만점)을 넘는 비율을 분석하고, 이와 별도로 99개 항목을 12개 유형별로 분류해 각각 기준점을 넘는 정도를 분석했다.

이성주기자 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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