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속 의학]'장미의 이름'…웃음은 혈압·면역에 도움줘

  • 입력 2000년 5월 2일 19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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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힌 것보다 팔린 것이 많았을 이탈리아 작가 움베르토 에코의 ‘지루한’ 소설 ‘장미의 이름’은 저자의 고전에 관한 해박한 지식으로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다.

이 소설은 필자도 좋아하는 감독 장 자크 아노가 1986년에 영화로 만들었다.

중세 말의 한 수도원이 배경. 007시리즈로 유명한 숀 코넬리가 주인공 윌리엄 수도사 역을 맡아 수도사들이 연속적으로 살해당하는 음모를 ‘007답게’ 파헤쳐 가는 줄거리다.

수도원 도서관에는 아리스토텔레스가 희극에 관해 논한 시학 제2권의 필사본이 숨겨져 있다.

예수가 평생 단 한번도 웃지 않았으며, 웃음은 악마의 유혹이고 신성모독이라 믿는 수도원장이 그 책에 독을 발라놓아 책을 보는 사람은 모두 독살당하게 된다. 지적이며 여유있는 수도사 숀 코넬리와 수도원장은 마치 르네상스와 어두운 중세로 대비시켜볼 수 있다.

이 작품을 보며 의학적으로 얼핏 관심을 가졌던 대목은 웃음에 관한 것이다. 예수가 평생 단 한번도 웃지 않았다는 것은 종교적인 문제라서 뭐라고 얘기할 수는 없다. 그러나 웃음이 악마의 유혹이라거나 신성모독이라는 수도원장의 생각은 현대인이 볼 때 넌센스에 속한다.

웃음이 우리 몸에 가져다주는 이로운 점들은 굳이 설명이 필요치 않다. 웃음은 우리 몸을 이완시키고 혈압을 떨어뜨리며 스트레스 호르몬의 분비를 줄인다. 또한 면역계에 좋은 영향을 미쳐 암, 자가면역 질환 등의 치료에 좋은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기 때문에 행복하다’는 말이 있을 만큼 웃음이야말로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의미 중 큰 부분을 차지하지 않을까 싶다.

요즘 들어 세상에 웃음이 자꾸 줄어든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그러나 슬픈 일들이 많아지고 기쁜 일이 별로 없어서 덜 웃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웃음이 줄어들어서 세상이 슬프고 어둡게 보이는 것이 아닐까?

에코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현대는 포스트모던이 아니고 새로운 중세”라고. 웃음이 줄어드는 것을 보면 그의 말이 무슨 뜻인지는 잘 몰라도 일리가 있는 것 같다.

<전재석(서울을지병원 당뇨센터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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