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오일뱅크, HPC 프로젝트로 폴리에틸렌 75만t 생산 도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31일 09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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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화학사업은 크게 올레핀과 방향족 분야로 나뉜다. 현대오일뱅크는 그 동안 자회사인 현대케미칼과 현대코스모를 통해 파라자일렌 등을 생산하는 방향족 사업만 해 왔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2018년 5월 현대케미칼 HPC(Heavy Feed Petrochemical Complex) 공장 건립 계획을 발표하며 올레핀 분야 진출을 선언했다. 2조7000억 원 규모의 HPC 공장이 가동되면 현대케미칼은 연간 폴리에틸렌 75만 톤, 폴리프로필렌 40만 톤을 생산하게 된다. 국내 석유화학 산업에 큰 변화가 예고된다.

HPC프로젝트 기획 단계에서 가장 주안점을 둔 것은 환경 이슈와 원가경쟁력이다. 최근 국제해사기구(IMO)가 2020년부터 선박 연료유의 황 함유량을 현행 3.5%에서 0.5%로 제한하기로 결정했다. 2016년 기준 세계 선박 연료 수요는 하루 350만 배럴. 새로운 환경 기준을 지키는 계 화두로 떠 올랐다.

업계에서는 선박 연료로 쓰이는 고유황 중질유의 수요가 빠르게 감소하고 가격 또한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새로운 환경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게 될 고유황 중질유를 휘발유 등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전환할 수 있는 고도화 설비가 향후 중요시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오일뱅크는 고도화 비율이 국내 정유사 중 가장 높은 40% 대다. 원유를 정제해 나오는 40%가량의 중질유를 대부분 경질유로 전환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의미다.

현대오일뱅크는 현대케미칼의 HPC와 연계해 중질유를 고부가 석유제품으로 바꾸는 것에서 나아가 석유화학 제품으로까지 바꾸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2018년 8월부터 SDA(Solvent De-Asphalting) 공정을 가동하고 있다.

SDA는 정유공장에서 발생하는 잔사유에서 아스팔텐 성분을 분리해 DAO(De-Asphalted Oil)를 생산하는 설비다. HPC가 가동되면 투입 원료의 60% 이상을 DAO로 충당한다. 국내 석유화학사들은 대부분 납사를 투입해 올레핀 계열 석유화학제품을 생산하지만, 북미 업체들은 셰일가스를 주로 이용한다. NCC는 에틸렌뿐만 아니라 프로필렌, 부타디엔 등 다양한 올레핀 계열 제품을 생산할 수 있지만 ECC보다 에틸렌 생산원가가 30% 정도 높다.

현대오일뱅크는 비싼 납사 대신 정유공장 잔사유 기반의 DAO를 원료로 투입해 이 문제를 해결한다. 납사보다 저렴한 DAO를 사용해 생산 원가는 낮추는 동시에 에틸렌, 폴리프로필렌 등 생산 제품의 다양성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DAO는 벙커C와 경유 중간 정도의 성질을 갖춘 원료로 납사보다 20% 가량 저렴하다. 지금은 고도화 공정에 투입돼 휘발유, 항공유와 같은 경질유로 전환되지만 HPC공장이 완공되면 에틸렌 생산 원료로 투입된다. 국내 정유, 석유화학사 중 DAO를 에틸렌 생산 원료로 투입하는 것은 현대오일뱅크가 처음이다.

현대오일뱅크는 HPC가 가동하면 장기적으로 DAO와 LPG, 부생가스 등 정유공장 부산물 투입비중을 최대 80%까지 늘릴 계획이다. 비슷한 생산능력을 가진 NCC 설비와 비교해 수익성 개선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한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HPC공장이 동북아시아에 소재하는 110여 개의 올레핀 제조 공장 중 수위권의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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