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경기 연속골+2경기 연속 PK 키커…에이스의 자격 손흥민

  • 뉴스1
  • 입력 2020년 2월 17일 10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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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이 토트넘의 지휘봉을 잡고 있던 시절에도 손흥민은 팀의 중요한 공격수였다. ‘델레(알리)-(크리스티안) 에릭센-손(흥민)-(해리) 케인’을 묶어 ‘DESK 라인’이라 불릴 정도로 비중이 컸다.

그러나 냉정하게 말해 핵심은 아니었다. 케인이나 알리가 몸에 특별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한 붙박이로 출전했던 것과 달리 손흥민은 종종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하는 일도 있었다. 에이스와는 더 거리가 있었다. 토트넘의 간판은 케인과 알리였고 데드볼 스페셜리스트는 에릭센이었다.

그랬던 손흥민의 토트넘 내 입지가 달라졌다. 조제 모리뉴 감독 부임 그리고 케인의 심각한 부상이라는 변화된 상황 속에서 손흥민이 에이스로서 자리매김한 모습이다. 마냥 배경만 변한 것도 아니다. 최근 5경기 연속골. 팀이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 간판 공격수 노릇을 톡톡히 해내면서 스스로 가치를 높이고 있다.

토트넘이 17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영국 버밍엄의 빌라 파크에서 끝난 2019-2020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6라운드 아스톤 빌라와의 원정경기에서 3-2로 이겼다. 11승7무8패 승점 40점이 된 토트넘은 5위로 순위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 다음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이 주어지는 마지노선인 4위 첼시(승점 41)와의 격차는 1점이다.

주인공은 손흥민이었다. 손흥민은 0-1로 뒤지고 있던 전반 막바지 동점골, 그리고 2-2로 끝날 것 같던 경기 종료 직전 극적인 결승골로 멀티골을 작성하며 승리의 수훈갑이 됐다. 여러모로 ‘에이스다운’ 활약상이었다.

첫 골은 페널티킥이었다. 토트넘은 1-1로 팽팽하던 전반 추가시간 스티븐 베르바힌이 빌라 박스 안에서 파울을 당해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비디오 판독(VAR) 끝에 거머쥔 귀중한 찬스에서 모리뉴 감독의 선택은 키커 손흥민이었다.

손흥민은 지난 6일 사우샘프턴과의 FA컵 16강 재경기에서 2-2 상황이던 후반 41분 잡은 페널티킥 상황에서도 키커로 나섰다. 토트넘 입단 이후 첫 PK였는데, 침착하게 성공시키면서 16강 진출을 이끌었다. 그간 토트넘에서 PK는 케인이나 알리나 에릭센의 몫이었다.

모리뉴 감독은 이날도 손흥민을 승부처에 내세웠다. 사실 좀 불안했다. 애초 손흥민이 시도한 슈팅은 아스톤 빌라 골키퍼 레이나에게 막혔다. 하지만 튀어 나온 공을 손흥민 스스로 재차 마무리, 득점을 완성했다. 내용은 조마조마했으나 어쨌든 임무를 완수했다. 다소 개운치 않았던 맛은 후반 종료 결승골로 만회했다.

후반에도 활발한 모습을 보이던 손흥민은 2-2로 끝날 것 같던 경기를 토트넘의 승리로 바꿔 놓았다. 종료 직전 후방에서 넘어온 공이 아스톤 빌라의 수비수 비요른 엥겔스의 실책 덕분에 자신에게 흘렀고, 손흥민은 이를 놓치지 않고 드리블로 이어간 뒤 오른발로 밀어 넣어 역전승의 주인공이 됐다. 체력이 고갈된 상태에서도 주력은 상대를 능가했고, 침착한 마무리로 킬러 본능을 과시했다. 최고의 마무리였다.

이날 멀티골로 손흥민은 5경기 연속골을 작성했다. 손흥민은 지난달 23일 노리치시티와의 EPL 24라운드를 시작으로 다섯 경기 연속 득점에 성공하며 물오른 골 감각을 과시했다. 프로데뷔 후 4경기 연속득점이 최다기록이던 손흥민이 새로운 발자취를 남겼다. 톱클래스 선수를 평가하는 중요한 잣대 중 하나가 ‘꾸준함’임을 고려할 때 중요한 이정표가 세워졌다.

동시에 EPL 개인통산 50, 51호골을 새겨 넣었다. 손흥민 자신과 한국 축구의 자랑이면서 동시에 아시아 전체의 쾌거였다. 지금껏 잉글랜드 무대를 밟았던 그 어떤 아시아 선수도 개인통산 50호 골 이상을 기록하지 못했다.

국제축구연맹(FIFA)는 지난 10일 펼쳐진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국제극영화상, 각본상 등을 수상하며 4관왕에 오른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쾌거에 빗대 손흥민에게 박수를 보냈다.

FIFA는 이날 경기 후 SNS을 통해 “이번 달 오스카에서 역사가 창조된 것에 이어 손흥민이 또 다른 역사를 만들었다”며 “그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50골을 넣은 첫 아시아 선수”라며 축하를 보냈다. 한국이 세계에 자랑할 만한 아주 특별한 인물인 것은 분명하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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