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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전쟁-촛불집회… 현대사의 굴곡 화폭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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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전쟁-촛불집회… 현대사의 굴곡 화폭에

김민 기자 입력 2019-11-25 03:00수정 2019-11-2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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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용선의 ‘역사 그리기’전
신작 ‘노근리’ 등 6·25전쟁에 초점… 회화-드로잉-설치작 100여점 선봬
6·25전쟁 때 미군이 충북 영동군 황간면 노근리에서 민간인을 학살한 사건을 다룬 서용선 작가의 작품 ‘노근리’ (2019년). 아트센터 화이트블럭 제공
잿빛 천이 전시장 벽 한쪽을 가득 메운다. 높이 4m, 폭 9m의 거대한 리넨의 한가운데에 깊숙한 터널이 있다. 무채색 화면 중앙의 붉은 사람들이 쏟아져 나올 것만 같다. 이 사람들을 향해 총알이 직선을 그리며 퍼붓는다.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가라앉는 이 작품은 서용선 작가(68)의 신작 ‘노근리’다.

경기 파주시 아트센터 화이트블럭에서 서용선 개인전 ‘통증, 징후, 증세: 서용선의 역사 그리기’가 열리고 있다. 이번 개인전은 6·25전쟁을 중심으로 분단의 현실과 촛불집회, 대통령 탄핵 등 최근 사건까지 다룬 작가의 신작 회화와 드로잉, 설치 작품 등 100여 점을 선보인다.

작가는 단종의 죽음부터 시작해 임진왜란, 동학농민운동 등 역사적 사건 속 비극을 다뤄왔다. 이번 작품들은 특히 6·25전쟁에 초점을 두고 있다. 작가 개인에게 가장 밀접한 주제이기 때문이다.



6·25전쟁을 다룬 서용선 작가의 ‘전황 1(War situation 1)’ (2013, 2019년). 아트센터 화이트블럭 제공
전쟁 직후 서울에서 태어나 미아리 정릉 등지에서 작가는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가 다녔던 국민학교는 미아리 공동묘지가 철거된 자리에 세워진 것이었다. 당시 전쟁으로 사망한 사람이 많아지면서 미아리 공동묘지가 포화상태가 되자 망우리로 묘지 이전이 진행됐다. 미아리에 살았던 작가는 어린 나이에 그 과정을 모두 봤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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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장 한쪽에 뼈들이 쌓인 상황에서 수업을 하고, 학교 앞 산을 덮었던 어마어마한 공동묘지가 포클레인으로 파헤쳐졌다. 그런데 지금은 그 모습을 상상조차 할 수 없게 고층 아파트가 빽빽하게 들어섰다.

‘포츠담회담’ ‘포로’ 등 대작을 통해 작가는 문자로 기록되지 않는 인간의 감정과 역사의 맥락을 담아낸다. 이데올로기의 대립, 세대 간 격차, 지역 갈등 등 지금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문제의 실마리가 6·25전쟁에 있다는 목소리도 느껴진다.

전시장 3층에서 볼 수 있는 ‘제3의 선택, 김명복’은 6·25전쟁 당시 의용군으로 끌려갔다가 한 달 만에 포로로 잡혀, 제3국을 선택해 브라질에서 60여 년을 산 김명복 씨의 초상을 담는다. 전시는 12월 8일까지.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625전쟁#서용선 작가#노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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