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창석]미세먼지 대안, 나무와 숲에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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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석 서울여대 생명환경공학과 교수
이창석 서울여대 생명환경공학과 교수
담배 연기는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그 연기의 3분의 1을 마시고, 나머지는 대기로 방출된다고 한다. 이 때문에 그 주변에 있는 사람도 흡연자 못지않게 피해를 입는다. 이른바 ‘수동적 흡연’ 피해다. 이러한 피해는 담배를 피우는 사람 곁에 가지 않으면 그 피해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우리를 괴롭히는 미세먼지는 국경을 넘고 대륙을 넘어서까지 확산되므로 수동적 피해를 벗어날 수 없다. 한국 국민에게 엄청난 피해를 주는 미세먼지의 절반 이상이 중국으로부터 온다는 각종 정보와 연구가 있지만 국력의 차이 때문인지 아니면 지도자의 의지가 부족해서인지 보상 요구는 물론이고 변변한 항의조차 제대로 못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우선 국내에서라도 보상체계를 수립하고 이를 실행함으로써 장래 우리가 이 문제에 대한 국제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후에 중국에 보상을 요구할 때 근거자료로 삼을 필요가 있다.

국내에서 미세먼지의 수동적 피해를 가장 크게 받는 지역은 충북이다. 변변한 공업단지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미세먼지 농도는 늘 전국 최고 수준이다. 다양한 발표에 따르면 이 지역 미세먼지의 절반가량은 중국에서 오고, 나머지도 국내 다른 지역에서 유입되는 양이 많다. 지구가 자전하며 발생하는 편서풍의 영향으로 수동적 피해를 입고 있는 것이다. 충남 서해안에 집중된 화력발전소에서 발생되는 양이 주도적 역할을 한다.

미세먼지는 근본적으로 그 발생량을 줄여야 해결할 수 있지만 차선책으로 그것의 흡수량을 늘리거나 확산하지 못하게 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나무는 진화 과정을 통해 빛과 가스 흡수 효율을 최대화할 수 있도록 그 표면적을 늘려 왔다. 따라서 나무들은 자신이 서 있는 곳의 토양 면적보다 10배 이상 넓은 표면적을 보유하고 있다. 미세먼지로 오염된 공기를 정화하는 것은 물론 그것을 흡착해 확산하지 못하게 하는 능력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숲을 조성하면 미세먼지 흡수 및 흡착 기능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 이러한 숲은 적게는 ha(헥타르)당 20kg에서 많게는 400kg에 상당하는 미세먼지를 흡수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오염된 공기와 깨끗한 공기를 혼합해 추가적인 효과도 발휘한다. 작은 미세먼지는 식물에 흡수되지만 이보다 큰 입자는 흡수보다는 흡착을 통해 막아주는 역할을 하므로 다양한 형태의 도입 방법을 고안해야 한다. 도심에서는 지붕이나 벽면 녹화, 생(生)울타리, 도시공원 형태로 도입할 수 있다. 이는 해당 지역의 온도를 낮춰 기온 역전층 형성을 막고 분지형 도시에 갇혀 있는 미세먼지를 확산시키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수동적 미세먼지 피해를 입고 있는 지역에 이러한 저감 대책을 마련하고, 이를 미세먼지 피해 보상의 방법으로 활용해 보자. 여기에 소용된 비용을 산출하면 향후 국제적 보상을 요구할 때 기준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이창석 서울여대 생명환경공학과 교수
#미세먼지#수동적 흡연#수동적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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