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名문장]길은 걸으면서 만들어진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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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그때 한 걸음씩 가라. 여행자여, 길은 없다. 길은 걸으면서 만들어진다. 길은 걸으면서 만들어진다.’

―안토니오 마차도 ‘카스티야의 들’

스페인의 시인 안토니오 마차도의 대표작 ‘카스티야의 들’에 나오는 구절이지만, 사실 필자가 소개하고 싶은 인물은 고 로베르토 고이수에타 전 코카콜라 회장이다. 쿠바 출신의 미국 이민자인 고이수에타 회장은 임직원들 대상 연설에서 마차도의 시를 인용하며 강조했다. ‘앞으로 전진하려고 할 때 그나마 넘어지기도 한다.’ 필자가 1990년대 중반 코카콜라의 마케팅 부서에서 일할 때 고이수에타 회장의 명언을 처음 접했고 그 후 20년 넘게 필자의 ‘인생 만트라(진리의 말)’ 역할을 하고 있다.

그가 왜 마차도의 시를 이야기하면서 임직원의 용기와 분발을 독려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어린 시절 미국에 유학했던 그는 명문 예일대를 졸업하고 쿠바로 귀향했지만, 피델 카스트로가 정권을 장악하자 부모 손에 이끌려 다시 미국으로 망명한다. 코카콜라 재직 시절 최연소 임원을 포함해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회장으로 선출되기까지, 이민 2세 청년이 세계 최고 브랜드의 최고봉에 오르기까지 그가 만들어 낸 ‘길’은 과연 얼마나 넓고 많고 탄탄할지. 그 판단의 기준은 어쩌면 그에게 영감을 받은 필자와 같은 수많은 후배의 몫일지도 모른다.

최준서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
최준서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
청년실업 문제를 가장 근거리에서 목격하고 있는 이들은 바로 대학에 몸담고 있는 교수다. 입시지옥에서 살아남은 우리의 위대한 두뇌들은 입학과 동시에 커리어 개발 세미나를 들으며 다음 지옥을 또 준비해야 한다. 졸업을 앞둔 고학년은 휴학, 복수전공, 어학연수, 졸업유예와 같은 제도적 장치들을 활용해서 취업률 제고에 올인하지만 그조차 정답이나 정도는 아니다. 남녀노소 구분 없이 우리 모두가 오늘 움직이지 않는다면 넘어질 일도 없겠지만, 이는 곧 주저앉는 것, 포기하는 것이 된다. 가자, 길 만들러!
 
최준서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
#안토니오 마차도#카스티야의 들#로베르토 고이수에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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