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한의 미디어 세상] 미국 지상파의 가장 큰 고민, 코드 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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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년 10월 7일 1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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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9. 매년 1조 원씩 줄어들고 있는 미국 유료 방송 시장 규모


스키니 번들도 못 막는 코드 커팅(Cord-cutting)

코드 커팅은 미국에서 만들어진 신조어입니다. 미국 유료 방송(케이블 TV, 위성방송 등)의 비싼 요금제(월 평균 104 달러 - 2016년 기준)에 염증을 느끼고 서비스를 끊는(코드를 끊는) 현상을 말합니다.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넷플릭스, 훌루, 아마존 그리고 방송사에서 제공하는 무료 웹사이트를 통해 콘텐츠를 시청하는 것입니다.


<미국 유료 방송 가입자는 2011년 이후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습니다>

2015년 3분기와 4분기에 1%가 넘는 가입자가 이탈했습니다. 때문에 유료 방송 사업자들이 들고 나온 카드가 스키니 번들(Skinny Bundle, 번들 채널을 최소한으로 줄인 패키지 상품. 미국은 원래번들이라는 미명 하에 잘 보지도 않는 채널들의 이용료를 모두 내야 했습니다)입니다.

미국에서 1,000개 가까이 되는 케이블 채널을 보려면 월 100 달러에 가까운 비용을 지불해야 합니다. 하지만 정작 미국 사용자들이 자주 보는 채널은 고작 20여개에 불과합니다. 사실 한국도 이 부분은 크게 다르지 않지요. 하지만 서비스 이용료의 차이가 심합니다. 미국은 한국의 5배에 가까운 이용료를 내야 합니다.


<미국 IPTV사업자인 버라이즌(Verizon)이 내놓은 커스텀TV - 스키니 번들 패키지로 작년 4월에 나왔습니다>

사용자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컴캐스트(스트림TV를 내놓았지만, 지상파 단독이라 스키니 번들이라 부르기 힘듭니다. 모바일과 웹만 지원합니다)를 제외한 업체들이 너도 나도 스키니 번들을 내놓았습니다. 업체들은 작년 2분기에 내놓은 만큼 2015년 하반기부터 사용자들의 이탈 속도가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그 덕분일까요? 올해 1분기에는 코드 커팅하는 사용자의 숫자가 줄어들고 있다는 조사결과도 나왔습니다. 스키니 번들을 도입한 사업자들이 결정이 옳았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생겨났습니다.

하지만 2분기에 1년 동안 85만 명의 사용자가 이탈했다는 결과가 공개되면서, 스키니 번들도 코드 커팅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고객들은 케이블 회사들이 가지고 있는 콘텐츠를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악마적이고 야비한 케이블 회사에서 벗어나 이제 더 나은 거래를 찾아가고 있습니다." - 스티브 백(코드 커팅 트렌드를 조사한 CG42의 임원)

CG42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유료 방송에 고객들이 지불하는 비용은 월 평균 104 달러, 연 평균 1,248 달러입니다. 향후 1년 동안 80만 명이 추가로 이탈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케이블TV 업체들은 약 10억 달러(약 1조 2,000억 원)의 손해를 볼 것으로 보입니다. 스키니 번들은 오히려 ARPU(가입자 당 평균 매출, Average Revenue Per User)만 줄어드는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케이블의 경우 매년 13.6%의 사용자가 이탈하고 있지만, 지난 2분기에는 30만 명밖에 이탈자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는 컴캐스트가 대단히 선방했기 때문입니다.

컴캐스트(Comcast - 미국 1위 케이블 사업자), 고객 서비스의 근본적인 개선을 시작


<2016년 1분기부터 확연하게 개선된 컴캐스트의 케이블TV 가입자 수 (Video - 보라색)>


<사업자들이 엑스피니티 (Xfinity)를 따라하는 시대가 열렸습니다>

컴캐스트는 자사의 플랫폼인 엑스피니티에 더 투자를 하고, 스마트홈(Smart Home)과 같은 서비스를 추가했습니다. 고객들에게 번들링을 더욱 강요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시큐리티 홈 서비스 회사인 ADT와 경쟁하며 미국에서 통신 사업자 가운데 유일하게 의미있는 실적을 내고 있습니다. 작년 5월에 50만 명에 달하는 스마트홈 가입자를 확보했습니다. 전체 미국 가구들 가운데 6%가 스마트홈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컴캐스트의 스마트홈 시스템은 보안에 초점이 맞혀져 있다>

컴캐스트는 서비스를 근본부터 개선할 수 있도록 작년 10월 3억 달러(약 3,300억 원)을 투자한다고 밝혔습니다. 서비스 품질 향상에 투자를 하겠다는 것이죠. 그만큼 가입자 이탈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컴캐스트가 2015년부터 강력하게 투자한 음성 명령 리모콘, 시각 장애자들을 위한 서비스다>

컴캐스트는 음성 명령 리모콘을 도입해 노인, 어린이, 시각 장애자 등도 원하는 콘텐츠를 쉽고 빠르게 찾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 음성 명령 서비스 광고로 에미상까지 받았습니다.

또, 2016년 3월부터 아마존과 번들링 계약을 맺은 후 투명한 가격 정책을 선보였습니다. 케이블 업계 최초로 아마존 케이블 스토어에서 인터넷, 케이블, 전화 모두 숨겨진 조건이나 요금 없이 가입 신청이 가능합니다. 기조에 홈페이지에서 가입할 경우 숨겨진 비용이 너무 많이 청구돼서, 고객들이 1~2년 후 분노를 표시하고는 했습니다. 이제 그런 악습이 모두 사라진 겁니다.


<아마존에서 쇼핑 하듯이 컴캐스트의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습니다. 평점이 낮은 것이 조금 신경쓰이네요>

심지어 일주일 단위로 서비스를 쓸 수도 있습니다. 2016년 7월에 출시한 프리페이드 서비스를 이용하면 됩니다. 이용할 때에만 충전된 요금이 차감되는 서비스입니다. 인터넷, TV 시청 등을 자주 하지 않는 사용자에게 유리한 요금제도입니다.


<컴캐스트의 프리페이드 요금제>

게다가 콘텐츠 측면에서 넷플릭스와 서비스 융합이 올 해 연말에 진행될 예정입니다. 또한 컴캐스트만의 오리지널 콘텐츠도 가을부터 투입될 예정입니다.


<컴캐스트도 오리지널 컨텐츠가 생깁니다 (사진=황지선)>

2020년 인터넷으로 모든 서비스를 제공, 다이렉TV(DirecTV)

위성 방송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AT&T의 경우 다이렉TV Now가 안착되기 전까지는 가입자를 다이렉TV 위성 서비스로 돌리고 있습니다.

AT&T의 기존 IPTV 서비스인 유버스(U-Verse)를 리셋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AT&T는 합병한 다이렉TV에 가입자를 몰아주고 있습니다. 지난 12개월 동안 91만 명의 가입자를 유버스에서 다이렉TV로 이동 시켰습니다.

표면상으로는 위성의 방송 커버리지가 더 넓고 안정적이며, 가입자를 이관하면서 IPTV의 대역폭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다이렉TV의 가입자들이 점점 증가하고 있습니다.


<매달 지불하는 고가의 셋톱박스 대여비는 갖다 버려라>

AT&T의 이러한 행보는 미연방통신위원회(FCC)에서 주장하고 있는 Ditch the Box(Unlock the Box - 방송사업자가 제공하는 셋톱박스를 통일하거나, 고객들이 가지고 있는 셋탑박스에 방송사업자의 시스템을 설치할 수 있도록 셋톱박스 규격을 오픈을 하려는 제도)가 원인 아닌가 생각됩니다.

유료 방송 사업자들의 서비스를 모두 앱(App)으로 실행할 수 있게 개방해, 로쿠(Roku), 파이어TV(FireTV), 크롬캐스트(Chromecast)와 같은 일반 셋탑박스(Retail Set Top Box)에서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위성 방송은 기술적인 문제 때문에 로쿠, 파이어TV, 크롬캐스트 등에서 구현하기 어렵습니다.

다이렉TV의 보조 셋톱박스(미국은 한 집에 여러 대의 TV가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메인 셋톱박스에서 보조 셋톱박스로 신호를 보내는 구성이 일반적입니다) 지니(Genie)를 앱으로 구성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하지만 메인 셋톱 박스는 대체하기 힘듭니다. 지니는 이미 삼성전자, LG전자의 최신 스마트TV에서도 지원하고 있습니다.

반면 케이블은 앱으로 구현하기 쉬운지라 셋톱박스를 오픈하라는 FCC의 주장에 사업자들이 많은 반대를 하고 있습니다. 이 경우 슬링 TV, 플레이스테이션 뷰, SFN TV Now, Cellon TV 등과 같은 인터넷 TV와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게 됩니다.

또한 연말 혹은 내년에는 훌루 라이브, 유튜브 언플러그드 같은 OTT 기반의 실시간 방송도 시작될 예정이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과연 케이블 TV나 위성 TV가 인터넷 기반 TV보다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까요? 이제 누구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게임체인저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다이렉TV 나우(DirecTV Now)>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이렉TV 나우는 미국 내에서 큰 기대를 받고 있습니다. 다이렉TV만의 독점 콘텐츠인 미국 프로미식축구 서비스 등을 OTT 서비스로 제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랜 파트너였던 HBO와 같은 서비스도 패키지에 포함해 저렴한 가격으로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20만 명의 유료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는 AT&T 다이렉TV의 Fullcsreen(월 4.99 달러)>

풀스크린, 크런치 롤, 별도의 OTT 서비스 등도 모두 다이렉TV 나우에 포함될 예정입니다.
게다가 다이렉TV 나우의 뒤에는 미국 1위의 무선사업자인 AT&T가 있으니 기대해 볼만합니다. 모바일 인터넷 TV 번들 시장이 열릴지도 모를 일입니다.

QoS(Quality of Service - 서비스의 품질)가 보장된 모바일 인터넷 TV 시장이 열리는 것이지요.

슬링 TV와 디쉬, 대체 어찌하오리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성 영역에서는 가입자가 많이 줄어들고 있는 것은 디쉬(Dish) 탓입니다. 인터넷 TV로 2015년 1월 야심차게 시작한 슬링 TV(Sling TV)가 디쉬의 가입자를 잠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인터넷 번들링이 강력하지 않기 때문에 인터넷 TV와 같은 서비스나 다른 유료 방송 서비스의 조건에 휘둘릴 수밖에 없습니다. 디이렉TV처럼 미국 전역을 커버하는 것도 아니고, 든든한 이동통신 사업자도 뒤에 없습니다.


<미국의 이동통신사 프론티어에서 디쉬 서비스를 가입할 수 있습니다>

디쉬는 인터넷 서비스가 따로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VOD 시청시 품질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2015년 1분기 기준 1,400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던 디쉬는 이제 1,300만 명 수준으로 가입자 수가 줄어들었습니다.


<지상파가 없던 프라임 케이블 TV 서비스, 콘텐츠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여전히 힘든 상황입니다>

참고로 슬링 TV 가입자는 76만 4,000명 정도라고 합니다. 가입자 수가 100만 명에 못 미칩니다.

인터넷 TV 시대, 변해야 살아남는다

지난 9월 30일 FCC는 Ditch the Box (Unlock the Box) 법안 확정 투표를 연기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케이블 TV에게는 좋은 소식이 아닙니다. 오늘 언급하지 않았던 차터(타임워너 케이블, 브라이트 하우스 인수), 콕스, 케이블비전과 같은 케이블 회사들에게는 악몽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경쟁력 있는 서비스도 없는만큼 인터넷 TV 시대를 가속화해줄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자기 만의 길을 가려는 컴캐스트, AT&T를 통해 강력한 인터넷 TV 플랫폼을 만들려는 다이렉TV 정도만이 기회를 붙잡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중요한 것은 시대가 바뀌고 있다는 것입니다. 변하지 않는 사업자는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할 것입니다. 10년 전 미디어를 주도한 회사 가운데 현재 미디어를 주도하는 회사 없는 것처럼, 앞으로도 많은 변화가 있을 것입니다.

변화를 위한 1조 원의 비용이 아깝습니까? 100조 원 규모의 시장이 다른 누군가에게 넘어갈 수도 있습니다.

IT칼럼니스트 김조한

넥스트미디어를 꿈꾸는 미디어 종사자. 미디어 전략을 담당하고 있으며, Tivo(Rov)i Asia Pre-sales/Business Development Head, LG전자에서 스마트TV 기획자를 역임했고 Youshouldbesmart.com 블로그, 페이스북 페이지 NextMedia를 운영 중. 미국과 중국 미디어 시장 동향에 관심이 많으며, 매일 하루에 하나씩의 고민을 풀어내야 한다고 믿는 사람

동아닷컴 IT전문 강일용 기자 zero@donga.com

*본 칼럼은 IT동아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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