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함평 나비엑스포 실패, 다른 지자체도 냉가슴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11일 03시 00분


‘나비축제’로 화제를 모았던 전남 함평군이 내년 4월 한 달간 열기로 한 ‘2013 함평 세계 나비·곤충 엑스포(나비엑스포)’ 개최를 포기했다. 그 대신 국제 행사인 나비엑스포 예산의 20분의 1에 불과한 나비축제에 집중하기로 했다. 행사를 여는 데 167억 원의 막대한 재원이 들어가는 데다 행사 이후 적자가 불가피하다는 현실적 판단에서다.

함평군은 2008년 국제 행사인 나비엑스포를 열고 관람객 120만 명을 모았다고 대대적인 홍보를 했지만 실상은 딴판이었다. 감사원은 지난해 6월 “엑스포를 열더라도 지출 규모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2008년 나비엑스포를 여는 데 계획보다 196억 원 많은 549억 원이 들어갔다. 하지만 수익은 137억2000만 원에 그쳐 411억8000만 원의 적자를 냈다.

함평군의 한 해 예산은 2440억 원, 재정자립도는 전국 꼴찌 수준을 맴돈다. 군비 96억8000만 원에 국비 33억 원, 도비 37억2000만 원을 끌어 모아 행사를 열 계획이었지만 확보한 예산은 10.5%에 불과했다. 군의 살림살이를 보면 적자를 감수하며 대규모 전시성 사업을 강행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주민 참여가 높은 지역 축제라고 하더라도 지역 경제에 주는 편익이 비용보다 크지 않다면 포기하는 게 맞다. 지자체장의 선거 전략이나 매몰 비용만 생각하다가는 더 큰 비용을 치르게 된다. 상당수 지자체는 축제의 외형에만 신경을 쓰고 성과 관리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 함평군의 나비엑스포 포기는 다른 지자체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올해 전국에서 758개의 지역 축제가 열린다. 서울에서만 113개, 경남에서는 85개, 강원 78개, 경기 73개의 지역 축제가 예정돼 있다. 주제가 비슷비슷한 축제도 적지 않다. 이순신과 임진왜란 당시의 해전을 소재로 한 지역 축제는 올해 충남 전남 경남에서 6번 열린다. 지난겨울에는 산천어 빙어 등 16개의 낚시축제가 열렸다. 특색 없는 ‘붕어빵 축제’나 ‘지자체장의 연임(連任)용 축제’에 예산과 행정력이 낭비돼선 안 된다. 정부는 예산을 지원할 때 사업 타당성과 사후 성과 평가도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 흥청망청 쓰이는 축제 예산은 복지나 일자리 창출과 같은 민생에 긴요한 예산으로 돌려야 한다.
#사설#함평#함평 나비 엑스포#지방자치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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