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스토리우스의 의족 성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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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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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올림픽 출전 제동… 스포츠중재재판서 승소
‘비장애인 선수의 1.5배 탄성’ 논란 갈수록 커질듯

‘의족 스프린터’ 오스카 피스토리우스의 세계선수권대회 출전 길이 열리면서 그동안 성능 논란을 빚어온 경기용 의족에 대한 규정 마련이 필요해졌다. 기술적으로는 현재 수준보다 성능이 더 좋은 의족을 충분히 만들 수 있어 적정한 기준이 없다면 전신 수영복 도입 후 수영계에서 나왔던 일명 ‘기술 도핑’ 논란이 육상에서도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의족 성능에 대한 논란은 피스토리우스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출전을 시도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이에 대해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은 “선수는 대회에서 스프링이나 바퀴 등 도구의 도움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유권해석을 내리면서 그의 올림픽 출전을 막으려 했다.

IAAF는 탄소 섬유 재질인 피스토리우스의 의족이 지면을 박찰 때 환원되는 에너지가 비장애인 선수의 1.5배 가까이 된다고 주장하면서 그의 의족을 ‘치타의 발’에 비유했다. 그만큼 성능이 탁월하다고 본 것이다. 의족 제조회사 서울의지 정상민 부장은 “탄소 섬유 재질은 가벼우면서 탄성도 뛰어나다. 피스토리우스의 의족 정도면 제자리높이뛰기를 해도 50∼60cm는 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피스토리우스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설립한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해 이겼다. CAS는 이 의족이 기록 향상에 월등한 이점이 있다는 명백한 증거가 없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CAS의 판단은 기록 단축에 결정적인 도움을 준다는 확실한 증거가 없다는 것이지 경기력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어서 의족의 성능 논란을 완전히 잠재우지는 못했다.

제조사들이 마음만 먹으면 현재보다 무게를 줄이고 탄성을 높이는 등 성능이 더 나은 의족을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유럽우주기구(ESA)가 우주 탐사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개발한 재료 및 기술을 응용해 만든 일명 ‘하이테크 우주 의족’도 일반화될 수 있다. 2008년 베이징 장애인올림픽에서 독일 선수가 이 우주 의족을 착용하고 멀리뛰기에 나서 세계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아직은 시장성이 크지 않아 제조사들이 신제품 개발에 큰돈을 들이지 않고 있을 뿐이다.

의족 기술이 발전할수록 의족 성능 기준 마련의 필요성은 커진다. 스포츠에서의 의족 허용 논란은 이제 시작일뿐이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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