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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새샘 기자의 고양이끼고 드라마]드라마 속 전통 모습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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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새샘 기자의 고양이끼고 드라마]드라마 속 전통 모습 비교

동아일보입력 2011-04-19 03:00수정 2011-07-12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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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이란 무엇인가…” 일드가 한드에 묻는다
2008년 방송된 ‘식객’은 한식을 다룬 드 라마였지만 정작 전통음식의 맛은 희미 해지고 말았다. 동아일보DB
신라호텔 뷔페식당의 ‘한복 입장 금지’가 논란이 된 지 일주일이 지났다. 호텔 대표가 곧바로 사과한 뒤 사건은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신라호텔 뷔페식당이 알게 모르게 그런 식의 ‘드레스코드’를 적용했다면 최근 시작된 일은 아닐 것이다. 지금에서야 논란이 됐다는 건 한복을 입고 그런 곳에 가는 사람이 그만큼 드물었다는 뜻일 것이다.

우리 드라마에서도 전통문화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사극 천국’인 한국에서 웬 말이냐고? ‘대장금’ 같은 드라마는 과거 속에서 그 당시의 문화를 다뤘을 뿐이다. 현대 한국사회의 배경과 맥락 속에서 우리의 전통은 어떤 모습인지, 그 전통을 어떻게 지켜나가야 하는지 고민하는 드라마는 드물다.

이와 달리 유난히 ‘전통이란 무엇인가’와 ‘장인정신’에 집착하는 나라가 일본이다. 아버지의 데미글라스 소스를 지키기 위해 젊은 아들들이 죄다 가게에 남는다거나(‘런치의 여왕’) 세월을 이기지 못한 채 옛 영광을 뒤로하고 사라져가는 요정(‘친애하는 아버님께’)이 등장하곤 한다.


2008년 방영된 ‘오센’ 역시 전통 일식을 대접하는 요정 잇쇼우안이 무대다. 한국에서도 잘 알려진 배우 아오이 유우가 요정의 여주인 센으로 등장했다. 당시 그의 화려한 기모노 패션은 잡지에 소개될 정도로 일본 젊은 여성들 사이에 인기를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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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센’에서의 장인정신이란 짚불로만 밥을 짓는다거나 무조림 하나도 하루 종일 서서 지켜보며 만드는 식이다. 그리고 매회 이 ‘시대착오적 요정’이 시속 수백 km로 달려가는 현대사회에서 과연 살아남을 수 있는지를 시험한다. 전통 식재료를 생산하던 장인이 일을 그만둬 음식을 못 만들게 되고, 매번 재정은 쪼들리고, 갑자기 대형쇼핑몰에 2호점을 내자는 매력적인 제안이 들어오기도 한다. 마지막에는 주변을 재개발하면서 잇쇼우안 역시 위기에 처한다.

한국에도 2008년 ‘식객’이 있었다. 하지만 음식이 주인공이었던 원작 만화와 달리 드라마 속 한식은 주인공 성찬(김래원)과 봉주(권오중)의 대결에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에 그쳤다. 게다가 끊임없이 외국인들이 심사위원으로 등장해 한식도 세계적일 수 있는지를 증명하는 데 몰두했다. 전통 그대로의 방식을 지켜야 한다고 부르짖다가도 퓨전요리와 서양식 코스요리로 한식을 대접하는 ‘철학의 부재’를 드러내고 말았다. 결말 역시 정성을 들여 전통을 지키는 편이 나은지, 요즘 입맛에 맞게 새로운 방식을 받아들이는 편이 나은지 별다른 고민도 없이 각각을 대표하는 성찬과 봉주를 ‘급(急)화해’시키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오센’은 고민에 빠진 여주인 센에게 선대 여주인이 찾아와 건물에 불을 지르며 “이런 건물 따위가 잇쇼우안이 아니다. 네가 기억하고 있는 맛과 전통이 진정한 잇쇼우안이다”라고 일갈하며 마무리된다. 그 후 잇쇼우안이 어떻게 됐는지는 보여주지 않는, 다소 김빠지는 ‘열린 결말’이다. 그럼에도 ‘오센’은 ‘식객’에 비해 전통이란 무엇인지, 현대에서 전통을 지킨다는 것이 과연 의미 있는 일인지 더욱 진지하게 질문을 던지며 그로 인해 고민하는 이들의 삶과 애환을 들여다본다.

한국에서는 과연 언제 이런 드라마가 나올까. ‘기모노는 되는데 한복은 안 되느냐’라는 식의 대결구도나 ‘우리 한복을 무시하느냐’는 인정 욕구만을 드러내지 않고 전통 안에 머물며 재발견의 기쁨을 주는, 전통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깊은 질문을 던지는 드라마가.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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