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긴 유물 되찾자” 한국 등 25개국 뭉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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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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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집트 ‘문화재 반환 국제회의’서 공동대응 합의
이집트-그리스 등 7개국 우선반환유물 목록 제출
한국, 외규장각도서-조선왕실도서 佛-日에 조속반환 촉구

“그동안 유물을 약탈당한 국가는 혼자 싸우고, 혼자 괴로워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함께 싸워 나갈 것이다.”(자히 하와스 이집트 유물최고위원회 위원장)

자히 하와스 씨는 2002년 이집트 유물최고위원회(SCA) 위원장직에 오른 이래 과거 식민지 시기 해외로 약탈되거나 불법 반출된 것으로 추정되는 유물 반환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유물 반환에 비협조적이라는 이유로 프랑스 루브르박물관과의 문화교류를 과감히 끊어버리기도 했다. 그의 노력으로 지난 8년간 5000여 점의 크고 작은 유물들이 이집트로 되돌아왔다.

그러나 혼자 힘만으로는 부쳤는지 이집트 정부는 식민지였거나 외국의 침략을 겪으면서 자국 문화재가 해외로 유출돼 되찾지 못하는 다른 국가들의 힘을 합치기로 했다. 8일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서 끝난 ‘문화재 보호 및 반환을 위한 국제회의’(7, 8일)는 바로 하와스 위원장과 SCA가 이런 고민을 바탕으로 주도한 모임이었다고 AP통신 등 외신은 9일 전했다.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인도 이집트 그리스 이라크 리비아 시리아 이탈리아 러시아 등 25개국(대표단 파견 16개국, 참관인 파견 9개국)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번 회의에서 참가국들은 해외 반출 유물을 되찾기 위한 공동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빼앗기거나 합리적 이유 없이 유물을 반출당한 국가들이 한목소리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회의 의장을 맡은 하와스 위원장은 8일 기자회견에서 “유물을 빼앗긴 모든 국가에 오늘은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날”이라며 “우리는 함께 싸우기로 합의했다. (해외 도처에 있는) 문화유산은 원래 있던 국가로 되돌아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주요 서방국가의) 박물관은 약탈 유물을 빨아들이는 주요 원천”이라며 “박물관들이 약탈 유물을 사지 않는다면 유물 약탈 또한 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번 회의에 참석한 이집트를 포함한 7개국은 ‘반환요청 목록(wish list)’을 제출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이에 따르면 이집트는 영국박물관에 있는 로제타석과 독일 베를린신박물관의 네페르티티 흉상 등 6점을 목록에 올렸고, 그리스는 영국박물관에 소장된, 그리스 파르테논신전에서 떼어낸 이른바 엘긴마블을 우선순위에 올렸다. 리비아는 영국박물관의 아폴로상 등을, 시리아는 프랑스 루브르박물관 등에 소장된 유물 5점을 반환요청유물로 지정했다. 이 밖에 나이지리아는 베냉 청동상을, 페루는 미국 예일대 피바디박물관에 소장된 잉카제국 마추픽추 유물 등을 목록으로 제출했다.

한편 한국대표단은 이번 회의에서 프랑스 외규장각도서와 일제강점기에 일본으로 넘어가 현재 궁내청에 소장된 조선왕실도서(661책)가 불법적으로 반출됐다는 사실과 이 유물이 가지는 문화적 중요성을 강조하고 관련 국가의 성의 있는 반환을 강력히 촉구했다.

그러나 유네스코의 ‘문화재 불법 반출입 및 소유권 양도의 금지와 예방 수단에 관한 협약’ 수정 요구는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유네스코 협약은 1970년 이후의 약탈 유물에 대해서만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회의 참가국들은 이전 시기 약탈 유물에 대해서까지 협약의 범위를 넓히고자 했었다.

유물 반환을 위한 구체적인 행동계획을 작성하지도 못했다. 하와스 위원장은 “유물 반환을 위한 단계적 조치를 모색하기 위해 각국이 조만간 다시 모여 논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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