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632>興於詩하며 立於禮하며 成於樂이니라

  • 입력 2009년 3월 31일 02시 53분


‘논어’ ‘泰伯(태백)’의 이 장에서 공자는 詩, 禮, 樂의 단계별 학습과 효용에 대해 말했다. 興於詩(흥어시)의 於는 ‘∼에서’라는 뜻이고 詩는 ‘시경’의 시를 말한다. 興의 목적어는 나타나 있지 않지만 도의적 감흥을 일으킨다는 뜻으로 본다. 立於禮(입어례)는 사회 질서의 禮를 배움으로써 인륜의 규범을 세우게 된다는 뜻이다. 成於樂(성어악)은 음악을 감상함으로써 和樂(화락)한 마음을 지녀 품성을 완성하게 된다는 뜻이다. 정약용은 詩로 선한 마음을 감발시키고 禮로 근육과 뼈마디를 억제하여 몸을 세우게 하며 樂으로 마음을 전일하게 해서 덕을 이루게 한다고 풀이했다.

이 章(장)은 교육의 전체 과정을 말한 것이 아니다. 쉽고 얕은 것을 먼저 하고 어렵고 깊은 것을 나중에 하는 순서를 개괄했다. ‘禮記(예기)’ ‘內則(내측)’에도 ‘열 살이면 어린이 거동을 배우고, 열세 살이면 음악을 배우고 시를 외며, 스무 살 이후에 예를 배운다’고 했다. 특정 나이에 특정 과목을 배우라는 뜻은 아니다. 목은 이색은 이 章을 進講(진강)한 뒤 시를 지었다. “君師(군사)가 푯대 세워 백성을 교화한 말씀이, 오늘날 환하게 후인을 깨우친다.”

‘대학’에서 말했듯 처음, 중간, 끝의 얻음이 있고, ‘논어’에서 말했듯 선왕의 詩와 禮와 樂을 차례로 익히면, 性情(성정)이 화평하여 사특함 없는 때가 오고, 찌꺼기 사라져 道(도)를 좇는 봄을 맞게 되며, 삼백 가지 예법과 삼천 가지 예절이 위아래로 통하여, 홀로 있든 여럿이 있든 神明(신명)을 대하게 되리라.”

禮와 樂은 상보적이다. 禮 가운데 樂이 있고 樂 가운데 禮가 있다. 하지만 詩에서 감흥을 얻지 못하고 대번에 禮를 익히면 그 禮는 형식적 구속이 되고 만다. 그렇기에 ‘논어’는 감성 교육의 중요성을 說破(설파)했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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