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오경)도 보고 윤(경신)도 따고…핸드볼 신났다

  • 입력 2009년 2월 9일 08시 22분


한국 핸드볼에 해가 떴다. 독일 분데스리가에 진출했다가 13년 만에 핸드볼큰잔치에 복귀한 윤경신(36·두산)은 “핸드볼 큰잔치에 이렇게 관중이 많은 건 처음”이라고 했다.

남자부 최강인 두산의 이상섭 감독에게는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관중들의 함성 때문에 선수들 간의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는 문제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8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개막한 2009 SK핸드볼큰잔치에는 6000여관중이 몰려 대성황을 이뤘다.

“관중석을 보니 가슴이 벅차 오른다”는 임영철(49·벽산건설) 감독처럼 팬들의 가슴도 달아올랐다.

○‘거탑’ 윤경신, 13년 만에 화려한 큰잔치 복귀

두산과 인천도시개발공사의 남자부 개막전. 인천도개공은 당초 열세라는 평에도 불구하고 오영란(37·벽산건설)과 함께 대표팀 GK 부부로 유명한 강일구(33)의 선방으로 선전을 펼쳤다.

하지만 두산은 윤경신(6골)의 활약으로 결국 19-18승리를 낚았다.

강일구는 “(윤)경신(203cm)이 형의 볼은 옥상에서 때리는 것 같다”며 혀를 내둘렀다.

둘은 대표팀에서 오랜 기간 한솥밥을 먹어 서로의 플레이 스타일을 잘 아는 사이.

라이트백인 윤경신의 공격옵션은 대부분 중거리 슛이었다. 하지만 강일구는 “볼살(공의 스피드)도 세고, 코스가 다양해 알고도 당한다”고 했다.

한국 나이로 서른일곱. 하체 부상도 잦아졌고, 이제 나잇살을 타고 허리까지 통증이 올라온다. 스피드가 떨어져 수비 시에는 코트에서 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분데스리가 사상 통산 최다골(2751골)의 위용은 여전했다.

윤경신은 “팀플레이보다는 무리한 슛이 많았다”면서 “비디오를 돌려보며 반성하겠다”고 첫 경기의 소감을 전했다.

분데스리가 득점왕만 8회. 하지만 개인적인 욕심은 이미 버렸다. 경희대 시절이던 13년 전 핸드볼 큰잔치에서 준우승에 그쳤기 때문이다.

윤경신은 “득점왕 생각은 전혀 없다”며 팀 우승에만 매진할 뜻을 밝혔다.

○데뷔전 패배 임오경 감독, “선생님 기대하세요.”

사제지간 사령탑 대결로 관심을 모은 벽산건설과 시울시청의 여자부 개막전에서는 스승이 제자에게 한 수 지도했다.

임오경(38) 감독이 이끄는 서울시청은 여자부 최강 벽산건설에게 30-35로 패했지만 ‘돌풍’의 가능성을 엿보였다.

전반 한때, 서울시청은 11-7로 앞섰지만 벽산건설 김온아(14점)와 문필희(6점) 등 베이징올림픽의 주역들에게 골을 허용하며 결국 승기를 넘겼다.

선수시절부터 일본 히로시마 메이플레즈 감독시절까지, 패배보다는 승리에 익숙했던 임오경 감독은 “지는 법을 배웠다”고 했다.

임영철 감독은 “서울시청은 기량 면에서는 나무랄 데가 없다”면서 “다만, 유럽파 등 오랜 시간 국내 무대를 벗어났던 선수들이 많아 한국형 핸드볼에 적응이 아직 덜 돼 있다”고 평가했다.

스승의 가르침에 제자도 응수했다. 한국핸드볼의 부흥을 위해 서울시청을 맡았다는 임오경 감독은 “무서운 팀, 강팀으로 기억되고 싶다”면서 “선생님, 기대하세요”라는 말로 각오를 다졌다.

잠실 |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사진=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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