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학술지 제1저자로 국내 고교생 논문 실려

  • 입력 2008년 11월 11일 02시 58분


사진 제공 서울과학고
사진 제공 서울과학고
서울과학고 김승찬 군 ‘뇌신경세포 방향성’ 규명

“7개월 동안 논문을 네 번이나 고치느라 힘들고 불안했지만 그동안의 노력을 인정받게 돼 기쁘고 영광스러워요.”

국내 고교생이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급 국제 학술지에 제1 저자로 논문을 실어 화제가 되고 있다.

주인공은 서울과학고 2학년 김승찬(17·사진) 군. 9월 발간된 ‘신경과학 연구방법 저널(Journal of Neuroscience Methods)’에 ‘자석을 이용한 인간 신경세포 돌기의 방향성 유도에 대한 연구’라는 김 군의 논문이 실렸다.

이 논문은 지난해 1학기 김 군이 학교에서 ‘과제연구’로 했던 실험 내용이 바탕이 됐다. 과제연구는 학생이 관심 분야를 골라 한 학기 동안 수행하는 프로그램이다.

김 군은 뇌에 전기 자극을 주면 자기장에 따라 신경세포가 활성화되고 돌기가 일정한 방향으로 배열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혀냈다. 이 학교 김병인(생물) 교사와 서울대 의대 주건 교수 등 5명이 교신저자 역할을 했다.

김 교사는 “고교생이 SCI 학술지에 제1 저자로 논문을 올린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김 군은 과제 집착력이 대단하다”고 소개했다.

김 군은 지난해 12월 학술지 측에 논문 게재를 타진했지만 영문 내용이 부정확하다는 이유로 첫 심사에서 탈락했다. 그 뒤에 3번이나 더 논문을 고친 끝에 빛을 보게 됐다.

김 군은 “올 1학기 기말고사가 끝나던 7월 2일 학술지 게재가 확정됐다”며 “우리 학교에는 우수한 학생이 많은데 시험 기간에 논문을 고쳐야 할 때는 가슴이 타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가 신경세포 활성화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06년 할아버지가 뇌경색으로 투병할 때부터였다. 초등학교 때부터 전자기파에 관심이 많았는데 노쇠한 세포를 다시 활성화하는 방법을 고민하다 두 가지를 조합하게 됐다는 것.

김 군은 이 논문을 바탕으로 지난해 11월 미국 특허청에 특허청원을 내 현재 가(假)출원을 받은 상태다. 올해 1학기 수시모집에서 연세대 인재육성 전형에 합격했고, 내년 2월 서울과학고를 조기 졸업할 예정이다.

김 군은 “신경과학뿐 아니라 재생에너지에 관심이 많다”며 “인류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과학자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