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특집]백화점 청과 담당 바이어의 명절용 ‘명품과일’ 찾기

  • 입력 2008년 1월 28일 02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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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충남 천안시 성환읍 송덕리 안양골 영농조합 작업장.

매서운 추위에도 작업장 앞은 배 상자를 실어 나르는 트럭들로 분주했다. 성환은 일제강점기 때부터 배와 개구리참외 재배로 유명한 곳이다. 3대에 걸쳐 과수업을 가업으로 이어 가는 집도 많다. 안양골 영농조합은 성환지역에서 배를 재배하는 농가 20곳이 “세계가 인정하는 명품 배를 만들어 보자”며 세운 조합이다. 이 조합 민재기 이사는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더 알아주는 배”라며 “전체 생산량의 40∼50%를 대만과 일본 등 아시아 등지로 수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늘의 별 따기’라는 백화점에도 4년째 납품해 오고 있다.

○ 비파괴 선별기로 ‘옥에 티’를 찾아라

안양골 배는 전 과정을 친환경으로 재배한다. 충분한 일조량을 받기 위해 재배 면적당 과수 나무도 다른 지역 농가들보다 10% 적게 심는다. 배 맛을 좌우하는 당도를 높이기 위해 미네랄이 많이 들어 있는 바닷물을 공수해 와 땅에 뿌리기도 한다.

성환농협 신흔철 과장은 “안양골 배는 맛도 좋고 쉽게 무르지 않아 선물용으로 인기”라고 말했다. 조합원들은 지난해 자비를 털어 과일에 흠집을 내지 않고 당도를 측정할 수 있는 비파괴 기계 설비를 들여왔다. 자신들이 재배한 배를 무작위로 시장에 내놓는 대신 자체적으로 당도 기준을 세워 기준에 맞는 배만 내놓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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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 이사는 “소비자들이 상호만 보고 아무 고민 없이 제품을 고를 수 있는 유명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3만3000m² 규모의 작업장 안은 지난해 가을 수확한 배가 당도 측정을 위해 작업 컨베이너 벨트 위에 놓여 있었다. 30여 명의 작업 인력은 조심스레 배를 손으로 3~4차례 만져 보며 표면에 흠짐이 있는지, 무게는 기준에 떨어지 지 않는지 살펴보고 있었다. 이 조합 최병두 이사는 “자체 검사지만 객관성을 더하기 위해 조합원 20명은 선별 작업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작업장을 찾은 현대백화점 상품본부 청과담당 손희수 바이어가 컨테이너벨트 위에 놓인 배 하나를 집어 들어 휴대용 당도측정기로 배의 당도를 재 봤다. 당도기에 찍힌 숫자는 13.7브릭스.

손 바이어는 “일반 소비자들이 먹는 배의 당도가 10브릭스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당도나 품질이 아주 우수한 제품”이라고 말했다.

○ 명품 과일을 찾아라

백화점 대목인 설을 앞두고 청과 담당 바이어들의 고민은 깊어진다. 명절이면 식품매장 입구를 과일이 장식하는 만큼 제품 선별에 신경이 쓰이기 때문이다.

안양골 영농조합 같은 숨은 강자를 발굴하는 일도 백화점 바이어들의 주요 업무다.

손 바이어는 “과일을 모두 맛보고 포장할 수 없는 만큼 안양골처럼 믿을 수 있는 산지 발굴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은 배의 경우 12브릭스, 사과는 15브릭스, 한라봉은 14브릭스, 천혜향은 14브릭스가 넘는 제품만 선별해 담은 명품과일 세트를 2006년부터 판매해 오고 있다.

유통회사가 당도를 자체 검증하고 사후 보장해주는 제품으로 고객들의 반응은 좋은 편이다. 경쟁회사들도 이를 본뜬 제품을 서둘러 내놓을 정도로 인기다. 2006년 설 때 1100세트였던 판매량이 같은 해 추석에는 2900세트, 지난해 추석에는 6500세트로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

○ 선물용 과일 고르는 법

△사과=꼭지가 빠지지 않은 게 좋다. 꼭지 주변에 갈라진 홈이 있으면 맛이 떨어진다. 꼭지 반대쪽은 초록빛이 아닌 선명한 담홍색을 띠어야 맛이 좋다. 겉 표면에 작은 점이 많고 붉은색 줄무늬가 사과 밑까지 연결된 제품이 좋다. 껍질이 매끄럽고 적당히 윤기가 돌면 저장이 잘된 신선한 사과다. 하지만 빛이 반사될 정도로 반짝이는 사과는 오히려 맛이 떨어진다.

△배=푸른색이 없고 선명한 황갈색이 나는 게 최상품이다. 전체 모양이 둥글고 표면은 매끄러워야 한다. 껍질이 얇을수록 맛있다. 배는 대부분 클수록 맛이 좋은 편이다. 배꼽 부분이 넓고 깊을수록 씨방이 작아 과육이 많다.

△과일 보관법=선물 받은 과일을 집에 보관할 때 폴리에틸렌 필름에 밀봉해 보관하면 수분 증발을 막아 두 달 가까이 아삭아삭한 맛을 유지할 수 있다.

설에 유통되는 사과, 배는 대부분 가을에 수확해 냉장 창고에 저장한 제품이다. 날씨가 춥다고 베란다에 놔 두면 신선도와 맛이 떨어지는 만큼 냉장 보관하도록 한다. 과일은 시원할수록 단맛이 많이 난다. (도움말=현대백화점)

천안=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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