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 청문회 서다…『윈도95 횡포』논쟁

  • 입력 1998년 3월 4일 19시 46분


3일 미국 상원 법사위원회 청문회장.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사 회장과 경쟁업체인 넷스케이프사 제임스 박스데일사장, 선 마이크로시스템(SM)사의 스코트 맥닐리사장 등 컴퓨터 소프트웨어 업계 거물들이 한자리에 모여 ‘MS사의 불공정행위’ 여부를 놓고 열띤 논쟁을 벌였다.

SM사 맥닐리사장은 “MS사가 개인용컴퓨터 운영 소프트웨어인 ‘윈도95’에 인터넷 검색도구인 인터넷 익스플로러(IE)를 설치하도록 컴퓨터판매업체에 강요하는 불공정행위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윈도95는 전세계 개인용컴퓨터의 90%이상에 깔려 있기 때문에 이는 소프트웨어 시장의 독점적인 지위를 이용해 인터넷 시장도 장악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스데일사장도 “MS가 정보독점제국을 꿈꾸고 있다”며 빌 게이츠를 몰아붙였다.

IE가 등장하기 전인 95년까지만해도 넷스케이프가 인터넷 검색도구 시장을 휩쓸었다. 그러나 지난해는 IE가 검색도구 분야에서 40%를 차지할 정도로 급성장하면서 넷스케이프의 자리가 위협받고 있다. 때문에 맥닐리와 박스데일 사장은 사운(社運)을 걸고 나선 것이다.

법사위 오린 해치위원장은 MS사의 경쟁사들이 몰려 있는 유타주 출신. 의회청문회에 처음으로 출석한 빌 게이츠는 이날 청문회를 “MS사에 대한 민원해결국(局)”이라고 비아냥거렸다. 해치위원장은 “특정 기업을 공격하려는 자리는 아니다”고 운을 떼면서도 “MS사의 급성장은 소프트웨어 업계의 경쟁을 가로막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빌 게이츠는 “윈도95에 IE를 설치하는 것은 컴퓨터사용자들의 편의를 돕는 기술혁신의 결과다. 이를 막는 것은 보다 편리하게 컴퓨터를 사용하고자 하는 소비자 욕구를 가로막는 것”이라고 맞섰다.

이날 청문회는 MS사의 독주를 견제하고자 하는 경쟁업체들의 몸부림의 한 단면이다.

이들은 지난해 10월 미국 법무부가 MS사를 상대로 제기한 ‘반독과점 금지법 위반’소송의 진행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MS사가 패할 경우 윈도95에 IE를 설치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윈도의 ‘천하통일’도 막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그러나 MS사는 올해 중반 IE의 기능을 대폭 보강한 ‘윈도98’을 내놓으면서 보다 공격적인 시장공략에 나설 예정이다.

〈구자룡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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