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트니 휴스턴 『그녀는 아직도 「여왕」』

  • 입력 1997년 5월 16일 08시 20분


「검은 진주」 휘트니 휴스턴의 한국 공연은 90년부터 수십차례 시도됐던 「연례 행사」. 거액의 개런티와 흥행 성공여부, 휴스턴 측의 소극적 태도 때문에 해마다 소문만 무성했을 뿐이다. 올해도 MBC가 5월말 공연을 준비했다가 9월6일로 연기한채 여전히 「추진중」이다. 그의 무대는 어떨까. 팝계에서는 30대 중반에 이른 그를 두고 『한물 갔다』는 평도 나온다. 85년 데뷔이후 줄곧 「검은 진주」라는 찬사를 들어왔지만 최근들어 새 음반보다는 영화출연과 사운드트랙 음반에 몰두하는 것도 『자신감이 없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휘트니 휴스턴은 그러나 지난 8일부터 14일까지 일본 오사카와 도쿄의 다섯차례 무대에서 전성기와 다름없는 기량을 뽐내며 『여왕은 살아있다』고 선언한다. 공연을 지켜본 가수 이현우도 『별로 기대하지 않았는데 과연 디바(여왕)답다』고 탄성을 질렀다. 특히 13일 열린 도쿄 돔 공연은 4만3천여명의 관객이 구름처럼 몰려들어 「장관」을 이뤘다. 유명한 전천후 야구장 도쿄 돔의 「만원사례」는 바로 여왕의 여전한 위력을 보여줬다. 이날 휴스턴은 사운드 트랙 「보디 가드」 수록곡 「I Will Always Love You」 「I´m Every Woman」 등 17곡을 불렀다. 미려하고 기름진 보컬, 거침없는 고음, 신명을 이끌어내는 무대매너에 팬들은 매료됐다. 딸 크리스티나(4)와 남편 바비 브라운(29)도 무대에 나와 관객의 호기심을 채워 주었다. 팝스타의 일본 공연을 볼 때마다 부러운 것은 무대와 음향설비, 저렴한 관람료 등이다. 직선 거리로 1백m 이상 떨어진 곳에서도 휴스턴의 저음과 고음은 조금도 뭉그러지거나 손상되지 않았다. 휴스턴 공연 관람료는 8천, 9천엔 두가지로 6만∼6만7천원선. 게다가 「선착순」으로 앞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 마이클 잭슨의 한국 공연때 관람료 4만∼12만원에 비하면 훨씬 저렴한 편. 개런티는 5회 공연에 5백75만달러(약 51억원)로 마이클 잭슨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그러나 공연장에서 본 일본 젊은 관객들의 반응은 야릇할 만큼 차분했다. 머라이어 캐리, 셀린 디온의 일본 공연 때도 노래를 따라하는 관객들은 일부에 그쳤고 이번 휴스턴 공연 때도 마찬가지. 자기 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는 일본인 특유의 심성이 젊은 층에도 예외는 아닌 것 같았다. 〈동경〓허 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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