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욱일기 허용 논란…日여론·언론도 ‘지지’

  • 뉴시스
  • 입력 2019년 9월 22일 07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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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올림픽 때는 자제 요청

2020년 도쿄올림픽·패럴림픽을 앞두고 일본 제국주의 침략의 상징인 욱일기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가 우리 정부의 지속적인 항의에도 불구 전범기로 여겨지는 욱일기의 경기장 내 반입을 금지 하지 않을 방침을 밝히면서다.

이에 우리 정부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토마스 바흐 위원장 앞으로 서한을 보내 도쿄올림픽조직위의 욱일기 허용 입장에 대한 깊은 실망과 우려를 표명하며, 욱일기 사용의 부당성을 설명하고 사용 금지 조치를 요청했다.

IOC는 올림픽 헌장에서 “올림픽 경기장 내에서는 어떤 종류의 정치적, 종교적 혹은 인종적 선전활동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IOC는 지난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남북 단일팀의 한반도기에 독도가 그려진 것을 일본 측이 항의하자 한반도기를 ‘정치적 행위’로 규정하고 사용 중지를 명령한 적도 있다.

그러나 IOC는 욱일기에 대한 우리 정부의 항의에는 ‘사안별로 판단하겠다’며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IOC는 지난 12일 성명을 통해 ”경기장은 모든 정치활동과 무관해야 한다“면서도 ”올림픽 경기 기간 동안 (욱일기에 대한) 우려가 고조될 때, 사안별로 (금지 여부를) 살펴볼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의 욱일기 금지요청을 거부한 것으로 보인다.

욱일기(旭日旗)란 일장기의 태양 문양을 중심으로 뻗어나가는 햇살을 형상화한 군기로 1870년부터 육군 군기로 사용, 태평양전쟁 등 일본이 아시아 각국을 침략할 때 전면에 내걸리면서 일본 군국주의와 제국주의를 상징하는 전범기로 통한다.

비슷한 예로 나치 독일이 2차 세계대전 당시 사용했던 갈고리 십자가 문양의 깃발인 ‘하켄크로이츠’를 들 수 있는데, 독일은 스스로 전범기로 규정해 법으로 사용을 금지했다. 그러나 일본은 1954년 자위대 발족에 따라 육상자위대 ‘자위대기’로, 해상자위대에는 ‘자위함기’로 욱일기를 정식 채택하며 현재까지 사용하고 있다.

욱일기는 또 일본 내 극우단체의 혐한(嫌韓)시위 등 헤이트스피치 현장에서도 내셔널리즘 및 배외주의를 강조하는 표시로도 사용되고 있다.

일본은 2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뒤 일본을 통치하던 연합군최고사령부(GHQ)로부터 욱일기 사용을 금지당하지 않은 것을 근거로 욱일기 사용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그러나 한국과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에선 일본 군국주의의 침략을 상징하는 깃발로서 욱일기에 대한 반감이 여전히 크다.

우리 정부의 항의에도 도쿄올림픽조직위가 경기장 내 욱일기 반입을 허용할 방침을 밝힘에 따라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이에 더해 장애인올림픽인 패럴림픽 메달 또한 욱일기를 연상시키게 한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우리 정부는 이를 공식 황의하고 메딜 디자인 교체를 요청했으나,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는 ”패럴림픽 메달은 아름다운 부챗살 모양“이라며 일본의 주장을 두둔했다.

아베 정부는 욱일기에 대해 정치적 선전이 아니라는 주장을 해왔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2013년에는 ”욱일기 디자인은 출산, 명절 또는 해상자위대 함선 깃발 등 일본 국내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며 ”이것이 정치적 주장이라든지 군국주의의 상징이라는 지적은 전혀 맞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스가 장관은 지난 5일에도 ”욱일기 게시는 정치적 선전이 되지 않으며, 반입 금지품으로 하는 것은 (도쿄올림픽 조직위는) 상정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이에 더해 신임 일본 올림픽 담당 장관인 하시모토 세이코(橋本聖子)도 지난 12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욱일기는 정치적 선전물이 아니다”며, 욱일기의 경기장 반입에 문제가 없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가장 최근인 지난 18일 오타카 마사토(大鷹正人) 일본 외무성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욱일기 게시 자체는 정치적 선전이 아니며, (도쿄올림픽에서) 금지된다고 상정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오타카 대변인은 또 욱일기에 대해 ”(태평양) 전쟁 전, 전쟁 중에 군기로서 처음 나온 디자인이 아니며, 일본에서 오랫동안 친숙해져 왔다“며 ”한국 정부의 비판은 전혀 맞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일본 내에서는 도쿄올림픽조직위가 욱일기 사용을 허용한데 대해 비판적인 의견도 적지 않다. 상대국이 싫어하는 것을 굳이 스포츠의 장으로 가져와 도발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욱일기 사용과 관련해 일본 정부 입장을 지지하는 의견이 주류라고 한다. 적극적으로 욱일기의 반입을 권장한다는 네티즌들의 목소리도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올림픽 때 욱일기를 가지고 응원가자“라고 쓴 한 다카스 가쓰야(高須克?)라는 의사의 트윗에는 2만 9000명이 ‘좋아요’를 눌렀다.

일본 방송사들도 욱일기 사용을 정당화하는 내용의 프로그램을 방영하고 있다. 민영방송인 TV아사히는 지난 13일 종합뉴스 프로그램인 ‘와이드 스크램블’에서는 욱일기 문제를 특집으로 다뤘다. 그러나 이 방송은 욱일기에 대해 전혀 비판하지 않고 오히려 ‘한국이 트집을 잡고 있다’고 주장하며 욱일기를 정당화했다. 프로그램 사회자는 ”한국 정부는 욱일기를 나치 독일이 하켄크로이츠에 빗대고 있지만, 욱일기와 하켄크로이츠는 전혀 다르다“고 주장했다.

아베 정권은 스포츠 경기 등에서 욱일기가 논란이 될 때마다 ”일본 내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는 등이라고 강변하며 정당화하고 있다.

하지만 2008년 베이징올림픽 당시만 하더라도, 중국 주재 일본대사관은 일본인 관객들에게 ”관전 시 정치·민족·종교적인 깃발과 현수막을 거는 것은 금지됐다“며 ”욱일기 등 과거 역사를 상기시키는 깃발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며 자중을 요청한 바 있다. 적어도 욱일기가 ‘정치적 깃발’인 것을 일본 정부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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