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실시간 검색어 여론조작 방치하는 포털의 무책임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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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지지하는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실검) ‘조국 힘내세요’를 계기로 본격화한 실검 전쟁이 여론 조작의 신종 수법으로 악용되고 있다. 지난달 27일 ‘조국 힘내세요’가 순위 20위에 오른 뒤 1시간 18분 만에 1위에 오르자 반대 측도 ‘조국 사퇴하세요’를 올린 지 1시간 만에 2위에 올렸다. 자연스러운 여론 동향에 따라 실검순위가 표시되는 게 아니라 소수 집단의 보이지 않는 손에 결과가 좌우되는 것이다.

네이버와 다음의 초기화면에는 각각 ‘급상승 검색어’와 ‘실시간 이슈 검색어’ 순위가 등장한다. 이런 코너를 운용하는 것은 조회수와 광고 수익을 높이기 위한 목적 등도 개입된 것으로 보인다. 이 검색어들은 최근 1시간 내에 검색이 급증한 키워드다. 미국 구글이나 중국 바이두 초기화면에는 이런 식의 실검 키워드를 보여주지 않는다.

실검 조작은 특정 집단이 자신들의 주장을 다수 여론인 것처럼 보이기 위해 단시간에, 조직적으로 검색어를 입력하는 인해전술을 통해 순위를 올리는 방법으로 이뤄진다. 사용량이 적은 새벽 시간대에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올빼미 수법까지 동원된다. 친문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 ‘클리앙’에 특정 키워드를 넣은 글이 수천 건 올라오는 등 온라인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실검 띄우기 전쟁을 지휘하는 듯한 움직임이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다. 국내 포털업체들은 회사나 제품 광고를 위해 검색을 조작(어뷰징)하거나 자동으로 입력이 반복되는 기법인 ‘매크로’ 같은 수법을 동원하는 것이 아니면 특정 검색어 입력을 통제할 수 없다며 손을 놓고 있다.

실검 조작은 여론 왜곡을 초래한다. 100명의 지지를 10만 명처럼 보이도록 만드는 것은 ‘시민운동’이 아니라 여론 조작이다. 연예인이나 기업이 이런 방식으로 자신과 자사 상품을 홍보했다면 당장 사회적 지탄은 물론이고 위법 여부까지 불거졌을 것이다. 포털업체가 자체적으로 해결하지 못한다면 법과 제도를 통해 여론 조작과 왜곡을 막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조국 힘내세요#실검 조작#검색어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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