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신사옥 이전 빅히트의 ‘빅 플랜’ 거물급 인재 영입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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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영역 확장-글로벌 기업화 박차
연말 완공 지하 7층 지상 19층 건물 통째로 빌려 내년 5월 이사 계획
사옥 곳곳에 ‘면접중’ 종이 나붙어 직원수 3년새 5배로 폭발적 증가
민희진 前SM이사 CBO로 모셔와 BTS-TXT-걸그룹 3각 라인업 모색

올해 3월 데뷔한 5인조 남성 그룹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방탄소년단과 이들 외에 여성 그룹을 추가로 데뷔시킬 계획이다. 방탄소년단의 입대에 대비하고 아티스트 라인업 안정화를 도모하는 포석이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올해 3월 데뷔한 5인조 남성 그룹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방탄소년단과 이들 외에 여성 그룹을 추가로 데뷔시킬 계획이다. 방탄소년단의 입대에 대비하고 아티스트 라인업 안정화를 도모하는 포석이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방탄소년단의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빅히트)가 최근 무서운 확장세를 보이고 있다. 임직원 대규모 채용과 사옥 이전, 사업 영역 확장 등 관측되는 징후로만 봐도 국내 최대 가요기획사, 그 이상을 바라보는 모양새다.

서울 용산 신사옥 이전부터 이목이 쏠린다. 용산은 케이팝 기획사의 불모지다. 한때 SM, JYP, FNC, 큐브 엔터테인먼트가 몰렸던 서울 강남구 청담동이나 YG엔터테인먼트가 자리한 서울 마포구와도 동떨어졌다. 업계 일각에서는 “빅히트다운 독특한 선택”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빅히트가 내년 5월 이전할 곳은 올해 말 완공되는 신축 건물 ‘용산 트레이드센터’다. 지하 7층, 지상 19층으로 빅히트는 건물 전체를 임차한다.

빅히트는 방탄소년단의 글로벌 스타덤을 통해 국내 케이팝에서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폭발적 성장을 거뒀다. 직원 수는 최근 3년 새 무려 5배로 늘었다. 상주 직원이 250명으로 JYP의 215명을 넘어섰다. 강남구 을지병원 사거리→학동역→삼성역 인근으로 3년 새 사무실을 세 차례나 이전했다.

용산 신사옥은 북쪽으로는 신용산역, 동쪽에는 이촌동과 국립중앙박물관을 지척에 두고 남으로는 노들섬과 한강을 바라보는 위치다. 용산역, 신용산역, 이촌역과 가깝고 호텔을 비롯한 편의시설이 많은 곳이다. 케이팝 기획사 사옥은 글로벌 팬덤의 성지로 자리매김하는 만큼, 지역 인프라를 바탕으로 음료나 식품 매장, 캐릭터 스토어가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

빅히트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000억 원과 800억 원 정도로 추산된다. SM, YG, JYP 등 기존 3대 기획사의 영업이익을 합친 것 이상이다. 10일 미국 경제잡지 포브스에 따르면 방탄소년단은 세계에서 가장 수입이 많은 유명인 43위(668억 원)에 올랐다. 업계에서는 빅히트가 사업 영역 확장에 가속페달을 밟을 것으로 본다. 레이블(산하 음반기획사) 여럿을 새로 설립하고, 방탄소년단의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해 다양한 사업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내년 5월 이전할 서울 용산구 사옥의 투시도(왼쪽 사진)와 최근 영입한 SM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출신의 민희진 브랜드총괄(CBO).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내년 5월 이전할 서울 용산구 사옥의 투시도(왼쪽 사진)와 최근 영입한 SM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출신의 민희진 브랜드총괄(CBO).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기업구조 개편을 위해 업계 거물도 빠르게 빨아들이고 있다. 빅히트는 최근 민희진 전 SM엔터테인먼트 이사(40)를 브랜드총괄(CBO)로 영입했다. SM에서 소녀시대, 샤이니, f(x), 레드벨벳의 시각적 이미지와 콘셉트 설정을 주도하면서 독창적 능력을 보여준 인물이다. 방시혁 빅히트 대표(47)는 “민 신임 CBO는 케이팝에 비주얼 디렉터와 기획자라는 개념을 정착시킨 리더 중의 리더”라고 치켜세웠다. 현재 방탄소년단의 뒤를 잇는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가 데뷔해 선전하는 상황에서 민 총괄이 주도적으로 만들 걸그룹까지 궤도에 올려놓으면 가요기획사들이 선호하는 삼각 라인업의 수익모델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올 초에는 천혜림 전 카카오 브랜드아트셀 셀장이 빅히트로 들어갔다. 인기 캐릭터 ‘라이언’을 만들어 ‘카카오프렌즈’를 성공시킨 주역이다. 빅히트는 네이버 자회사인 라인프렌즈와 제휴해 방탄소년단 멤버들을 캐릭터화한 ‘BT21’을 만들어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음악 관계사의 한 대표는 “방탄소년단이라는 대체불가 IP를 보유한 빅히트는 이제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다른 기업의 플랫폼을 이용하는 대신 자체 플랫폼으로 승부를 걸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빅히트의 채용 열기는 업계를 놀라게 할 정도다. 근년에 여러 차례 빅히트 사옥을 방문한 한 업계 관계자는 “갈 때마다 줄기차게 곳곳에 ‘면접 중’이라는 종이가 나붙어 있어 놀랐다”고 했다.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의 김동욱 대리는 “빅히트는 4월 한 차례 대규모 공채를 했으며 당시 시작한 수시 채용이 지금도 계속 진행 중”이라며 “4월부터 엄청난 규모의 채용에 돌입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빅히트는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홍보 마케팅,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은 물론이고 ‘IP와 e커머스’ ‘크리에이티브’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채용문을 열어놨다.

웹진 ‘아이돌로지’의 미묘 편집장은 “외식사업 같은 YG의 모델보다는 홀로그램 콘서트나 인공지능 솔루션에 관심을 둔 SM의 확장 스타일에서 빅히트의 청사진에 대한 힌트를 얻는 것이 나을 것”이라면서 “지금껏 그랬듯 IP를 기반으로 예상을 깨는 완전히 새로운 사업방식에 대한 기대감도 든다”고 분석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빅히트엔터테인먼트#빅히트 신사옥#방탄소년단#민희진#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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