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실한 金…결승서 처음 만난 한일축구 “지면 바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31일 16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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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기 최초의 한일 축구 결승전.’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과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이 이끄는 일본 대표팀이 1일 오후 8시반 인도네시아 자와바랏 보고르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아경기 남자 축구 금메달을 놓고 맞붙는다.

역대 성인 대표팀 간 한일전은 78번, 23세 이하 대표팀간 한일전은 15번(1992년 이후 올림픽, 2002년 이후 아시아경기) 열렸지만 월드컵은 물론 올림픽과 아시아경기 대회를 통틀어 결승에서 두 팀이 맞붙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으로서는 아시아 최강의 자리를 놓고 겨뤄온 일본과 많은 것을 놓고 경기를 치른다.

●현실과 미래 사이

이번 아시아경기를 앞두고 한국은 손흥민 황의조 조현우 등 와일드 카드를 합류시켰다. 아시아 최고 선수로 꼽히는 손흥민뿐만 아니라 러시아월드컵을 통해 한국의 대표 수문장으로 거듭난 조현우(27), 또한 대표팀 발탁 초기 ‘인맥 논란’에 휩싸였다가 대회 9골로 국내 대형 스트라이커 탄생을 알린 황의조(26) 모두 병역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거기에 이승우(20)와 황희찬(22)까지 이번 대표팀 주축선수들 모두 군 미필자다. 이들 모두 최근 파울루 벤투 성인대표팀 감독(49)의 9월 A매치(국가 간 경기) 소집 명단에 함께 이름을 올린만큼 이번 한일전에는 한국 축구의 실질적인 에이스들이 상당히 포함되있다고 볼 수 있다. 대표팀 대부분의 선수들에게 금메달은 꼭 필요한 현실적인 목표다.

반면 일본은 이번 대회에 출전하는 대표팀에 단 한명의 와일드카드도 합류시키지 않았다. 이번 대회에는 23세 이하 선수들이 출전할 수 있지만 일본 대표팀은 전원 21세 이하 선수들로 구성됐다. J리거 및 대학 선수들로 구성됐다. 이와사키 유토와 스기오카 다이키(이상 20), 엔도 게이타(21) 등 공수에 걸쳐 20대 전후의 젊은 유망주를 핵심 선수로 배치했다. 일본은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의 선전을 목표로 어린 선수들로 하여금 좀 더 많은 경험을 쌓게 하면서 장기적인 조직력을 키워가는 데 더 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물론 한국 대표팀도 와일드 카드 3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젊은 선수들로 구축되어 있다. 와일드 카드가 합류했다고 해서 미래 세대의 경험 축적이라는 면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선수 구성만으로 보면 눈앞의 문제를 해결해야할 한국의 우승 의지가 더 강하게 드러났다고 볼 수 있다.

우승하면 한국은 각종 기록을 다시 쓰게 된다. 한국 축구 사상 처음으로 아시아 경기 2연패 기록을 쓰게 되고 1970년 방콕(미얀마와 공동 우승) 1978년 방콕(북한과 공동 우승), 1986년 서울, 2014년 인천 대회에 이어 통산 5번째 우승을 차지하게 된다. 이란과 함께 공동으로 지녔던 역대 우승국(4회) 타이틀도 단독 최다 우승국으로 바뀌게 된다. 황의조가 11골로 황선홍이 갖고 있던 단일 대회 최다 골 기록을 세울지도 관심이다.

●정점의 한국, 개선되고 있는 일본…체력이 변수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
한국이 전체 참가 팀 중 이번 대회 최강의 공격력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한국은 이번 대회 6경기를 치르면서 17골 5실점 했다. 9골 2실점을 기록한 일본보다 두 배 가까운 득점력이다. 특히 두 번의 해트트릭을 비롯해 9골을 몰아넣은 황의조의 폭발적인 활약과 3골을 기록한 이승우의 상승세가 무섭다.

한국의 약점으로는 강한 공격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수비와 미드필드에 있다. 아직 어린 선수들이라 K리그 등에서도 출전 경험이 상대적으로 많지 않은 데다 오랫동안 손발을 맞춘 팀이 아니기 때문에 조직력이 가다듬어졌다고는 할 수 없다. 한국의 이런 약점은 조별리그 말레이시아 전이나 8강 우즈베키스탄 전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주축 선수들을 빼거나 일부 선수를 교체 했을 때의 전력차 및 경기의 기복이 예상보다 심했다. 한국은 이런 점을 강한 공격력으로 상쇄해 왔다.

일본은 조별리그에서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에게 0-1로 패하며 예상보다 약체로 평가되기도 했다. 그러나 일본은 토너먼트를 거치면서 점 점 더 조직력이 좋아지는 모습을 보이며 결국 결승까지 진출했다. 일본은 특유의 짧은 패스를 중심으로한 축구를 구사한다. 2대1 패스를 중심으로 수비 뒷공간으로 파고드는 플레이가 강점이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일본은 스리백을 기반으로 특유의 점유율 축구를 구사하고 있다. 조별리그에선 베트남전 패배를 비롯해 완성되지 않은 경기력을 보였지만, 토너먼트를 거치면서 조직력이 되살아났다”며 “왼쪽 윙백을 보는 엔도가 공격 전개의 시발점이 되는 경우가 많고 그의 오버래핑 능력이 돋보인다. 특히 돌파력과 슈팅력이 뛰어난 이와사키 유토의 파괴력이 한국이 주의해야 할 대상”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은 4강 전에서 포백을 구사했다. 베트남과의 4강전에서 황의조 이승우 황희찬 등 공격수들을 집중배치한데 이어 미드필더진도 주로 공격성향의 선수들을 배치하며 강공을 펼쳤던 김 감독은 일본전에서도 선제 득점을 위해 초반부터 강공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일본은 체력적인 면에서 한국보다 여유가 있다. 한국이 고비마다 강적들을 상대하며 연장 혈투를 치르고 올라온 데 비해 일본은 연장전없이 결승까지 올라 상대적으로 체력에서 여유가 있다. 일본으로서는 전반을 버틴 뒤 후반을 노려볼 전략을 세울 수 있다.

●손흥민과 이와사키 유토

이번 아시아경기에서 가장 주목 받고 있는 선수는 단연 손흥민이다. 한국이 1승을 거둘 때마다 손흥민 관련 속보는 해외 스포츠 뉴스의 단골 메뉴였다. 영국의 BBC와 미국의 CNN이 모두 손흥민의 병역 문제를 주요 기사로 다루었다. 한국이 말레이시아에 패했을 때는 손흥민이 군대를 가야할지 모른다는 전망이 쏟아지더니 결승에 가까워 질수록 손흥민의 병역문제 해결이 가까웠다는 보도가 늘어나고 있다. 손흥민의 몸값은 최근 몇 년새 폭등했다. 국제스포츠연구센터(CIES)는 최근 손흥민의 이적 시장 몸값을 9980만 유로(약 1284억 원)으로 평가했다.

지난해 보다 400억 원 이상 뛰었다. 몸값이 1000억 원이 넘는다는 손흥민이지만 이번 우승으로 병역 문제를 해결한다면 주가가 더 올라갈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하지만 패한다면 여러 가지 복잡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손흥민은 “나도, 동료도 특별한 각오가 필요 없을 만큼 중요한 상황이다”며 “여기까지 와서 (우승을) 못 하면 바보”라고 전의를 불태웠다.손흥민은 이번 대회에서 자신에게 집중되는 수비를 이용해 상대적으로 생기는 빈 공간으로 침투 패스를 찔러주는 도우미 역할을 하고 있다.

이와사키 유토
이와사키 유토
일본에서는 이번 대회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서 사우디아라비아와의 8강전 골을 포함해 팀 내 가장 많은 득점인 4골을 넣은 이와사키 유토가 주목 받는다. J리그 교토상가에서 뛰고 있는 2014 일본 전국 고교선수권 최우수 선수(MVP)출신이다. 스피드를 자랑하는 그는 손흥민과 비슷하게 측면 공격수로 뛰어난 자질을 보이고 있다. 키 172cm로 한국의 이승우(173m)와 비슷한 체격인 이와사키는 4-2-3-1 포메이션을 주로 구사하는 일본의 왼쪽 측면으로부터 중앙으로 침투하며 공격을 펼친다. 중장거리슛 모두 위협적인 면이 있다. 한국으로서는 이와사키 및 엔도 게이타, 하츠세 료 등의 측면 공격을 저지해야한다.

일본은 한국과의 결승전을 앞두고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열세 지만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거듭 밝혔다. 일본의 모리야스 감독은 “한국은 확실히 강한 팀이다. 우리에게 힘든 경기가 될 것이다. 하지만 있는 힘을 다해 부딪힐 것이다. 양국은 서로 자극을 주고 받으며 아시아 축구에 기여하고 있다. 아시아 최고의 대회라고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아시아경기 축구 한일전, 역대 전적은?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한일전 승리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한일전 승리
양국의 특급 골잡이 황선홍(한국)과 미우라 가즈요시(일본)가 출전했던 1994 히로시마 아시아경기 남자축구 8강전. 2-2로 팽팽히 맞선 후반 추가 시간, 연장전으로 넘어갈 뻔한 순간에 황선홍은 극적으로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이를 침착하게 성공시켜 한국의 준결승 진출(최종 4위)을 이끈 황선홍은 그 대회서 총 11골로 역대 대회 최다 골 기록을 남겼다.

이 경기는 아시아경기에서 펼쳐진 역대 한일전 중 최고로 손꼽히는 명경기다. 이 경기를 포함해 한국은 그동안 아시아경기에서 일본과 7번을 만나 6승(1패)을 거뒀다.

아시아경기에는 2002년 부산 대회부터 23세 이하(U-23) 연령 제한이 도입됐다.

아시아경기 축구는 부산 대회 이전까진 A 매치(성인 대표팀간 경기)로 분류됐다. 한국과 일본이 부산 대회 이전까지 6번 맞붙어 한국이 5승 1패를 기록했다. 1998년 방콕 대회 조별예선에서 한국이 2-0으로 이긴 것이 부산 대회 이전 양국의 마지막 대결이었다. 이후에는 2014년 인천 대회 8강에서 한 차례 맞붙어 한국이 1-0으로 이겼다. 아시아경기 대회에서만 보면 한국은 1994년 히로시마 대회 이후 24년간 진 적이 없다. 1982 뉴델리 대회 조별예선에서 1-2로 진 것이 유일한 1패다.

하지만 아시아경기를 넘어 U-23 대표팀 전체 전적을 따지면 한국과 일본은 15경기를 치러 6승4무5패로 호각을 이루고 있다. 최근 세 경기만 놓고 보면 한국이 2승1패로 우세를 보였다. 하지만 마지막 경기인 2016년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한국은 2-0으로 이기다가 막판에 내리 세 골을 허용해 역전패당한 쓰라린 기억을 안고 있다.

그동안 한국이 아시아경기 대회에서 통산 4회 우승을 차지한데 비해 일본은 우승 1회 준우승 1회를 차지했다. 일본은 2002년 부산 대회 준우승과 2010년 광저우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은 특이하게도 공동 우승 두 번을 차지했다. 1970년 방콕 대회에서 미얀마, 1978년 방콕 대회에서 북한과 공동 우승했다. 당시에는 아시아경기 대회에 승부차기 제도가 도입되지 않았을 때였다. 1978년 방콕 대회 때 남북한은 전후반과 연장전을 모두 득점 없이 끝낸 뒤 남한 주장 김호곤과 북한 주장 김종민이 공동으로 시상대에 올라 함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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