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앞둔 서울대 황일순 교수 “사용후핵연료 연구, 쓰레기를 황금으로 바꾸는 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30일 18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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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일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황일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쓰레기를 황금으로 바꾸는 일입니다”

정년퇴임을 하루 앞둔 30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의 연구실에서 만난 황일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65)는 ‘무엇을 연구했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1993년 서울대에 임용된 그는 20년 넘게 사용후핵연료(고준위폐기물) 문제에 매달려온 원자력공학 재료 분야의 권위자다.

원자력발전 후 나온 고준위폐기물은 반감기가 길어 1만년 이상 보관해야 한다. 보관이 어렵고 테러에 악용되거나 도굴 위험도 있다. 황 교수는 고준위폐기물을 재활용해 에너지와 중저준위폐기물로 바꾸는 해결방안을 최근 3년간 꾸준히 발표해왔다. 중저준위폐기물은 길어도 300년이 지나면 방사성물질을 방출하지 않는다.

황 교수는 교육자로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순간으로 1994년 고리 원전 1호기 튜브에 이상이 생겼을 때를 꼽았다. 원인 파악을 위해 제자들과 함께 튜브를 분석하던 중 풀리지 않는 문제를 석사과정 1학년 여학생이 ‘도면의 일부가 뒤집힌 것 같다’고 말해준 덕에 해결할 수 있었다. 그 학생은 현재 원자력통제기술원에서 일하고 있는 이나영 박사다.

황 교수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해서는 “큰 그림을 그리지 못 한다”고 비판했다. 우리나라엔 산지가 많아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 비율을 늘리기 힘들고, 늘린다고 하더라도 전기요금이 비싸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원전에 대한 두려움의 원인은 안전규제기관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캐나다 프랑스 등 원전 선진국처럼 안전규제기관이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인재(人災)’ 발생의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고 황 교수는 주장했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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