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들과 수다로 소통하는 세 남자 “신앙생활 함께하는 벗 되고파”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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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가톨릭평화방송 ‘신부들의 수다’ 홍영택·김병희·이추성 신부
매주 토요일 방송되는 토크쇼… 세 신부의 거침없는 입담 인기
“하느님 믿는 이들이 사는 법 자연스럽게 알려주고 싶어”

부산가톨릭평화방송의 ‘신부들의 수다’를 진행 중인 김병희 홍영택 이추성 신부(왼쪽부터). 유쾌한 수다로 때론 힘들게 여겨지는 신앙생활의 짐을 덜어주는 벗이 되고 싶다는 게 이들의 다짐이다. 부산=박경모 기자 momo@donga.com
부산가톨릭평화방송의 ‘신부들의 수다’를 진행 중인 김병희 홍영택 이추성 신부(왼쪽부터). 유쾌한 수다로 때론 힘들게 여겨지는 신앙생활의 짐을 덜어주는 벗이 되고 싶다는 게 이들의 다짐이다. 부산=박경모 기자 momo@donga.com

요즘 가톨릭 교계에서 ‘핫’한 세 남자가 있다.

가톨릭 사제의 상징인 로만칼라를 하고 마이크를 잡은 홍영택(41) 김병희(35) 이추성 신부(33)다. 이들은 매주 토요일 오후 1시에 방송되는 부산가톨릭평화방송(부산FM 101.1MHz)의 ‘신부들의 수다’(이하 신수다) 진행을 맡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지역에서의 인기에 힘입어 이제 가톨릭평화방송을 통해 전국적으로 전파를 타고 있다. 24일 이들의 녹음 현장을 지켜본 뒤 인터뷰했다.

신수다는 커피 얘기로 문을 열더니 서로의 이미지를 커피에 비유하기 시작했다. 대본에 없는 애드리브다. “홍 신부님은 비엔나커피죠. 뭔가, 아재 스타일, 교과서 같은 옛날 스타일이죠.”(김)

홍 신부가 이 신부에 대해 “사람(피부)이 검잖아요. 양은 적지만 커피 본연의 맛이 강하다”며 ‘에스프레소 더블 샷!’을 외치면서 스튜디오가 시끄러워졌다. 목소리만 들으면 거의 개그맨 김영철을 연상시키는 김 신부가 “(방송) 분량이 적으니까 맞네”라며 박자를 맞춘 것. 과묵한 이 신부가 “제가 그릇이 작죠”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러자 맏형 격인 홍 신부가 “분량은 적지만 핵심이라는 의미인데”라며 수습에 나섰다. 졸지에 그릇 작아진 이 신부의 김 신부에 대한 반격. “김 신부님은 연유 들어가 달달한 베트남 커피죠. 딱 봐도 특이하잖아요.”(이) “기분 나쁘다. 욕만 없지.”(김) “저는 그릇이 작아요.”(이)

‘그릇 파동’이야말로 신수다에서 맛볼 수 있는 예측불허의 재미라는 게 김소담 PD의 말이다. 홍 신부는 부산교구청 선교사목국 부국장, 김 신부는 수영성당 부주임신부로 3년째 신수다에서 호흡을 맞추고 있다. 이 신부는 남천주교좌 성당의 보좌신부로 올해 1월 합류했다. 이들은 부산가톨릭대 시절부터 형, 동생으로 살아온 사이라 허물이 없다.

청취자들의 사연과 고민을 소개하는 가톨릭 수다 코너가 이어졌다. “홍 신부님이 무럭무럭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으니 감개가 무량합니다.” “미소신부님들 ‘싸랑합니다’. …태어난 고향 경상도 말투에 하느님 나라 얘기까지 ㅋㅋ ‘느무느무’ 좋아해요.”

이들은 팬레터성 문자에 빙그레 웃다 결혼 생활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연이 나오자 심각 모드로 바뀌었다.

종교방송이라고 해도 광고는 숙명이다. ‘깊은 맛과 정성을 느낄 수 있는 ○○○부산어묵’ ‘자꾸 생각나는 그 맛, 돼지김치구이맛집 △△집’….

신수다는 지난해 11일 교황청이 있는 바티칸에서 특별방송을 진행했다. 이 프로 코너 중 ‘신부님들의 선곡’이란 코너가 있는데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애창곡은 무엇일까요’라는 홍 신부의 멘트가 ‘씨’가 됐다. 무심코 뱉은 말이 화제가 됐고 결국 “한번 가보지”라는 교구장 황철수 주교의 허락까지 떨어진 것. 이들은 11월 8일 교황을 알현했지만 애창곡을 물어볼 상황이 되지 못했고, 나중에 예수회 소속 신부에게서 교황이 칸초네와 탱고 장르를 좋아한다는 귀띔을 들었다. 그래서 영화 ‘여인의 향기’로 알려진 ‘포르 우나 카베사’(간발의 차이로)를 틀었다.

홍 신부가 “교황님을 알현한 그날이 제 생일이었는데 소박한 꿈이 현실이 되는 것을 경험했다”고 말하자, 김 신부가 “저는 형이 일을 좀 안 벌였으면 좋겠다”며 손사래를 쳤다.

이들은 거침없는 수다와 달리 내성적이라며 처음부터 방송 진행을 원했던 건 아니라고 했다. ‘너희들이 교구를 위해 뭐 한 게 있냐?’는 말에 ‘항복’했지만 이들의 방송 사목에 대한 지향점은 확고했다. 홍 신부와 김 신부는 “이렇게 살아라, 믿어라!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라며 “방송을 통해 하느님을 믿는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자연스럽게 소개해 신자들의 신앙생활에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에게 신수다는 무엇일까? “소풍이다. 기분 좋잖아요. 본당을 떠나 다른 사람들을 접하며 힘을 얻어요.”(홍) “해우소다. 뭔가 푸는 장소죠. 하하.”(김) “청취자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아고라다.”(이)
 
부산=김갑식 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가톨릭#홍영택#김병희#이추성#부산가톨릭평화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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