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명당-웨딩명당… 호텔들 ‘풍수지리 마케팅’ 한창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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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들이 차별화된 마케팅을 위해 ‘풍수지리’ 콘텐츠로 모객에 나섰다. 더플라자호텔은 옛 사신들이 머물던 ‘태평관’을 주제로 한 객실 리모델링을 계획하고 있다. 사진 제공 더플라자호텔
호텔들이 차별화된 마케팅을 위해 ‘풍수지리’ 콘텐츠로 모객에 나섰다. 더플라자호텔은 옛 사신들이 머물던 ‘태평관’을 주제로 한 객실 리모델링을 계획하고 있다. 사진 제공 더플라자호텔
호텔들이 역사와 풍수지리로 고객 모시기에 나섰다. 조선시대 중국 사신단이 묵던 여관,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제단 등 역사적 특색을 살려 객실을 리모델링하거나 웨딩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등 ‘명당(明堂) 마케팅’이 한창이다.

20일 더플라자호텔에 따르면 이 호텔은 1976년 서울 중구 태평로2가에 문을 열었다. 경복궁과 북악산을 마주 보고 있어 대표적인 길지(吉地)로 여겨져 왔다. 특히 호텔이 있는 태평로는 길 이름이 조선 초기부터 임진왜란 때까지 중국 사신이 묵던 여관인 ‘태평관(太平館)’에서 유래했다는 게 호텔 측의 설명이다. 손님을 모시는 자리로 유명했던 길에 들어선 호텔이라는 것.

호텔들이 차별화된 마케팅을 위해 ‘풍수지리’ 콘텐츠로 모객에 나섰다. 웨스틴조선호텔은 ‘명당’을 앞세워 웨딩 프로모션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사진 제공 웨스틴조선호텔
호텔들이 차별화된 마케팅을 위해 ‘풍수지리’ 콘텐츠로 모객에 나섰다. 웨스틴조선호텔은 ‘명당’을 앞세워 웨딩 프로모션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사진 제공 웨스틴조선호텔

현재 호텔 별관이 위치한 곳은 1970년대 대한상공회의소가 있었던 자리로 ‘돈을 끌어모으는 명당’이라고 알려져 있다. 호텔 투숙객의 80%가 사업차 방문한 고객일 만큼 국내외 기업인들 사이에 인기다. 더플라자호텔은 이런 특색을 살려 객실을 리모델링할 계획이다. 호텔 관계자는 “일부 객실의 인테리어를 조선시대 귀한 손님이 묵던 태평관을 주제로 바꾸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며 “한국을 방문한 해외 투숙객들에게 특히 인기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투숙객에게 풍수지리와 태평관 등 호텔에 얽힌 이야기를 알려 차별화된 마케팅을 하겠다는 것이다.

1914년부터 중구 소공로를 지켜온 웨스틴조선호텔은 가정을 화목하게 한다는 ‘양택명당(陽宅明堂)’으로 꼽혀 가족 행사의 명소로 알려져 있다. 소공동은 조선 태종의 둘째 딸인 경정공주가 살던 궁이 있었던 곳이다. 호텔이 있는 87번지에는 남쪽 별궁이 있어 명나라 사신의 접대 장소로도 쓰였다. 호텔 앞 환구단((원,환)丘壇)은 고종 때 하늘의 신에게 제를 올리던 곳이다. 김혁규 풍수지리학자가 웨스틴조선호텔의 자리를 두고 “행운과 복이 넘치는 길한 터”라고 언급했다는 게 호텔 측의 설명이다.

웨스틴조선호텔은 이런 역사적 배경에 착안해 웨딩 프로모션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호텔 관계자는 “우리 호텔에서 결혼하면 백년해로하고 집안이 화목해진다는 설이 있어 많은 고객들이 이곳에서 맞선이나 상견례, 결혼식 등 집안 행사를 치르고 싶어 한다”며 “특히 2층 연회장은 환구단의 모습이 바로 내다보이는 곳이라 명당으로 꼽힌다”고 말했다.

호텔들이 차별화된 마케팅을 위해 ‘풍수지리’ 콘텐츠로 모객에 나섰다. 호텔신라는 ‘명당’을 앞세워 웨딩 프로모션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사진 제공 호텔신라
호텔들이 차별화된 마케팅을 위해 ‘풍수지리’ 콘텐츠로 모객에 나섰다. 호텔신라는 ‘명당’을 앞세워 웨딩 프로모션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사진 제공 호텔신라
중구 장충동에 있는 호텔신라는 1970년대 외국 국빈 숙소로 사용되던 영빈관(迎賓館)을 결혼식 및 만찬 장소로 사용하고 있다. 국가가 운영하던 영빈관을 1973년 삼성그룹이 인수하면서 한옥 건물이 호텔 안에 고스란히 보존돼 있다. 송혜교·송중기, 장동건·고소영 등 유명 연예인들이 고풍스러운 한옥과 야외 정원을 배경으로 결혼식을 올리면서 더 유명해졌다.

특히 ‘영산(靈山)’으로 알려진 남산 자락에 위치한 영빈관 자리에는 을미사변 당시 목숨을 잃은 열사를 기리기 위해 1900년 세웠던 장충단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돼 ‘신성한 장소’로 여겨진다는 게 호텔 측의 설명이다. 호텔 관계자는 “역사적 의미까지 담고 있는 영빈관 웨딩홀에서는 매주 주말마다 결혼식이 열리며 수개월 전에 예약을 해야 할 만큼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서원석 경희대 호텔경영학과 교수는 “호텔 간 경쟁이 심해지면서 호텔들이 ‘풍수지리’ 콘텐츠로 각자의 브랜드 개성을 내세우고 있다”며 “한국 역사를 활용한 마케팅은 해외 관광객 유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손가인 기자 ga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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