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이 우수수… 떨어지면 쓰레기? 재활용하면 돈 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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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철 낙엽, 어디로 갈까

가을의 낙엽은 많은 시민에게 사랑받지만 떨어지고 난 뒤에는 쓰레기로 전락한다. 서울 종로구 창신동 낙엽집하장에 구내 곳곳에서 수거한 낙엽이 쌓여 있다. 깨끗한 낙엽 쓰레기는 비료나 연료, 관광자원으로 재활용할 수 있지만 대부분 생활쓰레기와 뒤섞여 일일이 수작업으로 불순물을 골라내야 한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가을의 낙엽은 많은 시민에게 사랑받지만 떨어지고 난 뒤에는 쓰레기로 전락한다. 서울 종로구 창신동 낙엽집하장에 구내 곳곳에서 수거한 낙엽이 쌓여 있다. 깨끗한 낙엽 쓰레기는 비료나 연료, 관광자원으로 재활용할 수 있지만 대부분 생활쓰레기와 뒤섞여 일일이 수작업으로 불순물을 골라내야 한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엄마, 예쁜 낙엽들이 다 쓰레기장에 간대요.”

모든 것은 다섯 살 딸아이의 한마디에서 시작됐다. 전날 유치원에서 낙엽 책갈피를 만들었다는 아이는 길쭉한 종이 한 면에 낙엽을 여러 장 이어붙이고 다른 면엔 ‘엄마 사랑해요’라 적어 코팅한 책갈피를 내밀었다. “쓰레기장에 가면 땅에 묻거나 태워서 지구를 아프게” 하기 때문에 책갈피를 만들었다는 게 아이 말이었다. 문득 전국 곳곳에서 모이는 수많은 낙엽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졌다. 정말 다 매립·소각된다면 ‘지구를 아프게’ 할 것 같았다.

○ 가을철 낙엽 많게는 수십만 t

먼저 낙엽의 수거현황을 알아봤다. 사실 낙엽은 지방자치단체의 오랜 골칫거리 중 하나다. 10월∼다음 해 1월 넉 달간 집중적으로 떨어지는데 그 양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서울시에서 수거한 낙엽만 9444t에 이른다.

그나마 이것은 온전히 분리수거한 낙엽 쓰레기 양이다. 환경부 폐자원관리과 담당자는 “많은 낙엽이 생활쓰레기와 섞여 배출되기 때문에 전체 배출량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조경 전문가에 따르면 나무 한 그루가 가을 동안 배출하는 낙엽의 양은 버즘나무(플라타너스)처럼 큰 나무의 경우 최대 50kg으로 추산된다. 전국 가로수 600여만 그루에서 매년 최대 30만 t의 낙엽이 떨어진다는 계산이 나온다. 전 국민이 엿새 동안 버리는 쓰레기 무게와 같다. 낙엽의 무게가 훨씬 가벼운 점을 감안하면 그 양이 엄청날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낙엽은 제때 치우지 않으면 배수로에 쌓여 물 빠지는 길을 막고 길을 미끄럽게 해 보행사고를 일으키기 때문에 지자체마다 많게는 수백 명의 환경미화원을 투입해 수거한다. 무게 대비 부피가 커 옮기고 쌓고 처리하는 일이 만만찮다.

이 때문에 지자체는 가급적 낙엽을 재활용하기 위해 여러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시가 수거한 9444t 중 4760t이 인근 농가 퇴비로 재활용됐다. 낙엽은 잘 눌러 흙과 섞은 뒤 한곳에 쌓아뒀다가 2년 이상 묵히면 훌륭한 부엽토가 된다. 사료로 쓰는 농가도 있다. 마른 낙엽은 산불의 원인이듯 좋은 불쏘시개이기 때문에 자원회수시설 등에서 바이오에너지 연료로 일부 쓰인다.

하지만 재활용으로 얻는 이익보다 손실이 커 여전히 많은 낙엽이 쓰레기가 되고 있다. 도심 주변에 낙엽을 쌓아두고 묵힐 장소가 마땅찮고 운반비용이 큰 탓이다. 송동명 서울시 조경관리팀장은 “낙엽은 2.5t 트럭에 가득 실어도 500kg이 안 될 정도”라고 말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불순물이 적고 깨끗한 ‘양질의 낙엽’을 구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 낙엽도 재활용 널리 알려야

21일 찾은 서울 창신동 낙엽집하장에는 종로구 곳곳에서 온 낙엽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작업장 관계자가 “엿새간 모은 낙엽”이라고 말했다. 종로구에는 공원이 많아 깨끗한 낙엽이 많이 모이는 지자체에 속한다. 하지만 환경미화원들이 낙엽 마대자루를 뜯자 담배꽁초와 비닐이 많이 보였다. 쓰레기가 많이 섞이면 부엽토로 재활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일일이 수작업으로 골라내야 한다.

이병대 종로구 청소행정과 주무관은 “낙엽을 모아놨으니 수거해달란 문의가 종종 오지만 불순물 거르는 작업이 너무 고되기 때문에 일반 가정에는 낙엽을 종량제봉투에 넣어 생활쓰레기와 함께 배출하라고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40t을 농가비료로 처리했던 영등포구는 올해 전량을 매립지로 보냈다. 지난해까지 낙엽을 받았던 농가에서 불순물 처리가 번거롭다며 받기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낙엽이 재활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적극 알려야 한다고 말한다. 김선희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생태연구과 연구관은 "음식물 쓰레기도 동물 사료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이 자리 잡으면서 시민들이 불순물을 넣지 않고 분리 배출 하게 됐다”며 “낙엽의 재활용률도 높이고 활용방안도 확대해 시민들이 ‘낙엽이 어떻게 쓰인다’는 것을 명확히 알 수 있도록 하면 보다 양질의 낙엽이 수거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낙엽 봉투를 따로 만들자는 아이디어도 있다. 지자체가 일반가정 낙엽 수거를 꺼리는 이유는 일반인들이 모은 낙엽에 불순물이 많은 데다 일일이 무상수거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다른 쓰레기처럼 전용 쓰레기봉투를 만들면 수거비용도 마련하고 낙엽이 활용 가능한 쓰레기라는 인식도 줄 수 있다는 취지다.

취재를 마치고 귀가하는 길에 유심히 보니 낙엽을 모아둔 거리 한편에 무심코 뭔가 버리는 행인들을 볼 수 있었다. 쓰레기를 모아둔 곳인 줄 아는 것 같았다. 집에 가면 딸아이에게도 꼭 알려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쁜 낙엽은 쓰레기가 아니라 다시 쓰일 수 있는 자원이란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낙엽#낙엽 쓰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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