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까지 떨어진 느낌이었죠. 재활을 하다 속상해 울기도 하고…. 돌이켜보니 저 스스로 운동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어요. 절실함, 절박함을 느꼈다고나 할까요. 아직 어리지만 그래도 조금 더 성숙해진 것 같아요.”
28일 막을 올리는 2017∼2018 신한은행 여자프로농구를 누구보다 기다려 온 선수가 있다. 두 시즌 만에 정규리그에 나서는 KEB하나은행 가드 신지현(22)이다.
신지현은 초등학교 4학년 때 농구를 시작했다. ‘레전드’ 전주원(45·우리은행 코치)의 선수 시절 기사를 본 아버지가 운동에 소질을 보인 딸을 농구 코트로 이끌었다. 전 코치가 나온 서울 선일초교가 집과 가까운 것도 이유가 됐다. 4학년 2학기에 선일초교로 전학한 신지현은 농구 명문 선일여중고를 거치며 실력을 쌓았다. 고교 3학년을 앞둔 2013년 1월에는 당시 중고연맹 최다인 한 경기 61점을 몰아넣었고 그해 11월에 열린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의 기쁨을 누렸다. 프로 무대에서 평생 한 번뿐인 신인상의 영광도 차지했다. 부러울 것 없어 보였던 신지현의 농구 인생은 신인상 수상 뒤 6개월도 안 된 2015년 9월 1일 ‘일단 정지’ 상태가 됐다. 연습경기를 하다 큰 부상을 당한 것이다.
“턴을 하는데 왼쪽 무릎에 극심한 통증을 느꼈어요. 한동안 눈을 뜨지 못할 정도로. 주위에서 ‘무릎만 돌아갔다’고 하더라고요. 나중에 정밀검사를 해보니 십자인대 파열…. 수술 한 번 안 하고 농구를 해왔는데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수술 뒤 한 달 정도는 거의 누워만 있었다. 재활을 시작했지만 원래 좋지 않았던 왼쪽 발목 통증 때문에 차도가 없었다. 결국 그해 12월에는 발목도 수술했다. 무릎에 박아 놓은 핀은 2016∼2017시즌이 끝난 뒤에야 제거했다. 2015∼2016시즌부터 두 시즌이 통째로 날아갔다.
“공백이 없었다면 더 많은 경험을 통해 실력이 조금은 나아지지 않았을까요. 그런 점에서 아쉽죠. 하지만 사람에게 늘 좋은 일만 생길 수 있나요. 나쁜 일을 먼저 겪었다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신지현은 외모로도 관심을 받았다. 많은 팬들 사이에서 ‘얼짱’으로 불리며 인기를 얻었다. 2014∼2015시즌 올스타 팬 투표에서 최연소 최다 득표로 중부 선발 1위를 한 데는 그런 이유도 한몫했다.
“좋게 봐 주시니 감사했지만 선수로서의 위상에 비해 과도한 주목을 받는 것 같아 많이 부담스럽기도 했어요. 그래도 예쁘다는 소리가 싫지는 않아요.(웃음) 앞으로는 실력 면에서 더 성장해야 되겠지만요.”
하나은행 입단 후 팀 성적은 별로였다. 2013∼2014 데뷔 시즌에 꼴찌(6위)를 했고 그 다음 시즌에도 팀은 5위에 그쳤다. 2015∼2016시즌 정규리그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지만 혼혈 선수라고 했던 첼시 리가 서류를 위조한 사실이 드러나 하나은행의 모든 기록은 말소됐다.
“공식적으로 ‘없던 경기’가 됐지만 2015∼2016시즌 플레이오프 때 안방경기를 벤치에서 지켜봤어요. 정규리그와 분위기가 확 다르더군요. 그 느낌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아, 내가 뛰고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했거든요. 꼭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열심히 해야죠. 개막을 맞는 심정은 ‘걱정 반 설렘 반’이에요. 첫 경기에서 잘한다면 그동안 고생한 것들이 떠올라 스스로 감격스러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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