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 90% 손상 5세 여아… 검찰서 ‘햄버거병’ 수사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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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원인이 뭐길래… ‘햄버거병’ 뜨거운 논란
피해자측 “덜 익은 패티 먹고 발병” 맥도날드 “연관성 없어… 수사 협조”
식약처, 업체에 “충분히 익혀라” 공문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은 뒤 일명 ‘햄버거병’에 걸린 A 양(5)의 감염 원인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A 양 측의 고소로 6일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이철희)가 수사에 착수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날 프랜차이즈 업체 11곳에 ‘햄버거 등 조리 음식을 충분히 익혀 제공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햄버거 위생 문제에 대한 우려가 커진 데 따른 조치다.

햄버거병의 정식 명칭은 ‘용혈성요독증후군(HUS)’. 1982년 미국에서 덜 익힌 햄버거 패티를 먹은 어린아이들이 집단 발병한 사례가 있어 붙은 별명이다. 이 병에 걸리면 신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해 체내에 독소가 쌓인다. A 양 역시 신장 기능의 90%를 상실해 신장 장애 2급 판정을 받았다. 매일 10시간씩 신장 투석을 받고 있다.


A 양 측은 감염 원인이 덜 익힌 햄버거 패티라고 주장하며 5일 한국맥도날드를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소했다. A 양은 지난해 9월 25일 집 근처인 경기 평택시 맥도날드 매장에서 어린이용 불고기버거 1개를 먹었다. 2, 3시간 뒤 복통을 호소했고 다음 날부터 구토, 혈변 등 증상이 심해지자 아주대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이때 처음 HUS 진단을 받았다. 집중 치료를 위해 삼성서울병원으로 옮긴 뒤에도 같은 진단을 받았다.

HUS는 설사를 동반하는 전형적인 증상과 그렇지 않은 경우로 크게 나뉜다. 설사를 동반하는 HUS는 주로 장출혈성 대장균 감염증이 심해지면서 나타난다. 덜 익은 쇠고기, 살균되지 않은 우유, 소의 분변으로 오염된 채소 등이 감염 경로다.

장출혈성 대장균 감염증 환자의 약 5%가 HUS로 이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면역력이 약한 소아가 잘 걸린다. 대한의학회가 2007∼2010년 모니터링한 결과 소아 HUS 환자는 연간 15∼20명 정도로, 10명 중 9명 이상이 장출혈성 대장균 감염증과 관련이 있었다.

한국맥도날드 측은 덜 익은 패티가 제공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한국맥도날드 매뉴얼에 따르면 햄버거 패티는 176∼218도로 설정된 그릴에서 구워진다. 통상 대장균은 70도에서 2분 이상 가열하면 죽는다. 그리고 A 양이 먹은 햄버거는 쇠고기가 아닌 국내산 돼지고기로 만들어졌다는 주장이다. 한국맥도날드 관계자는 “사건 당일 A 양이 먹은 제품이 300여 개나 팔렸지만 다른 이상 사례는 없었다”면서도 “정확한 원인 규명을 위해 법적 절차와 추후 조사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HUS 증상이 있으면 ‘햄버거를 먹었느냐’고 물어볼 정도로 햄버거가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면서도 “사건이 발생한 지 오래된 뒤라 역학조사가 불가능해 법적 인과관계를 밝히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호경 kimhk@donga.com·강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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