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 만난 화장대 거울… ‘뷰티+테크’ 물결 온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16일 03시 00분


코멘트

화장품도 4차 산업혁명 시대로

프랑스 화장품 기업 로레알이 만든 증강현실(AR)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메이크업 지니어스’. 자기 얼굴에 가상으로 로레알 파리 제품으로 화장을 해보고 구매도 할 수 있다. 로레알 제공
프랑스 화장품 기업 로레알이 만든 증강현실(AR)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메이크업 지니어스’. 자기 얼굴에 가상으로 로레알 파리 제품으로 화장을 해보고 구매도 할 수 있다. 로레알 제공

바쁜 아침 시간. 중요한 미팅에 갈 때 어떤 메이크업이 어울릴지 고민이다. 립스틱을 색깔별로 바르고 지울 필요는 없다. 거울에 붙은 디스플레이 속 내 모습에 화장을 입혀 본다. 증강현실(AR)을 활용한 기술이다. 마스카라를 다 쓴 것을 발견했다면 거울 디스플레이를 터치해 온라인으로 구매를 한다.

조만간 이런 미래가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아모레퍼시픽 등 화장품 기업들이 온라인 연결 기술을 활용한 뷰티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스마트폰으로는 가능하다. 프랑스 로레알의 ‘메이크업 지니어스’ 애플리케이션(앱)은 화면 속 내 모습에 갖가지 화장을 입혀 볼 수 있다. 마음에 든다면 클릭 한 번으로 구매도 할 수 있다.

○ 화장품도 IT 속으로


화장품 자체의 혁신에 몰입하던 화장품 회사들은 최근 정보기술(IT)로 눈을 돌리고 있다.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생명공학 기술을 도입해 상품 및 서비스 개발에 혁신을 가져올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뷰티와 IT의 융합은 집안 IoT를 활용한 고객 맞춤형 서비스로 진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AR 거울이 대표적이다. 집안 습도, 온도 등을 분석해 최적의 화장품 추천 서비스도 가능하다. 최근 화제를 모은 SK텔레콤과 아모레퍼시픽과의 제휴 연구도 이 분야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IoT를 활용해 고객의 피부에 영향을 주는 모든 환경을 분석하면 개인 맞춤형 솔루션을 개발할 수 있다. 또 SK텔레콤의 IoT 망을 활용해 집이 뷰티 서비스의 중심이 되는 방안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해외에서는 로레알이 IT기술 도입에 가장 적극적이다. 2014년 마이크로소프트 출신 루보미라 로셰를 영입해 최고디지털책임자(CDO)라는 직함을 만들었다. 외부 스타트업 기술을 찾는 데에도 열성적이다.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만들어 화장품 및 뷰티 서비스 분야의 IT 융합 기술 업체를 선정해 자금을 지원한다. 지난달에는 180개사가 지원해 디지털 네일 아트 서비스업체 ‘프리마돈나’ 등 5개가 뽑혔다.

글로벌 뷰티 디바이스 시장도 커지고 있다. 지난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가전전시회(CES)에서는 ‘뷰티+테크 서밋’이 열렸다. 로레알은 머리를 빗기만 하면 머리카락 상태와 필요한 제품을 추천하는 ‘케라스타스 스마트 빗’을 선보였다. 삼성전자는 자신의 피부상태를 분석해주는 ‘S 스킨’ 디바이스를 출품했다. 2003년 제모기 개발로 출발한 미국 회사 ‘트리아뷰티’는 피부과에서 쓰는 레이저 기기들을 가정용으로 만드는 사업에 중점을 두고 있다. 한국 뷰티 디바이스 시장은 약 5000억 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 빅데이터, 유전자정보 활용

2012년 등장한 신생 화장품 회사 미미박스는 스스로를 ‘데이터 기반 화장품 기업’이라고 부른다. 초기 투자자금도 미국 실리콘밸리의 벤처투자사인 ‘와이콤비네이터’로부터 1억6000만 달러(약 1800억 원)를 받았다. 빅데이터를 토대로 상품을 개발하고 유통하는 것이 핵심 비즈니스 모델이다. 지금까지 영화 1000편 분량인 1TB(테라바이트)의 데이터가 쌓여 있다.

노시황 미미박스 데이터플랫폼팀장은 “스마트폰 앱 내에서의 클릭 순서, 검색어, 리뷰 댓글까지 모든 것을 데이터로 축적해 분석한다”고 말했다. 노 팀장은 상품 마케팅 회의에도 꼭 참석한다고 했다. 미미박스는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소비자들이 시중에 없는 새로운 색깔의 립 컬러를 원한다는 것을 포착했다. 이후 파란색, 녹색이 들어간 립 팔레트 ‘포니이펙트’를 내놓아 수만 개 물량이 모두 팔렸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상품 개발은 생명공학과 연계해 확장될 것으로 전망된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10월 정밀의학 생명공학기업 마크로젠과 합작법인 ‘젠스토리’를 설립했다. 소비자의 개별 유전자 서비스 개발이 주력 사업인 가운데 이를 바탕으로 화장품 맞춤 상품 개발 및 뷰티 서비스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회사는 보고 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빅데이터 기술 발달로 유전자 분석 시간과 비용이 절약됐다. 소비자 유전자 분석 데이터를 바탕으로 맞춤 미용 관리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ar#화장품#it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