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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 View]이진오 “나는 영원한 자이언츠맨이다”…팔뚝에 새긴 부산 갈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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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 View]이진오 “나는 영원한 자이언츠맨이다”…팔뚝에 새긴 부산 갈매기

스포츠동아입력 2013-08-05 07:00수정 2013-08-0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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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이진오 수석 트레이너의 오른팔에는 자이언츠의 갈매기 로고 문신이 선명하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한 다른 종목 팀들이 있었지만 운명처럼 선택한 롯데를 다시는 떠나지 않겠다는 다짐이기도 하다.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 거인의 몸, 내 손에 달렸다…롯데 이진오 수석 트레이너

롯데 이진오(41) 수석 트레이너의 오른팔에는 롯데 자이언츠 갈매기 로고가 새겨진 문신이 있다. 이 트레이너는 “컬러가 선명하게 나오려면 문신을 네 번 겹쳐야 되는데 한 번밖에 못해 흐릿하다”고 웃었다. 문신을 한 번만 하고 관둔 이유는 아내가 연애할 때, “더 이상 문신을 하면 결혼 안 해주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소년 시절의 꿈을 어른이 돼서도 간직하고 지키는 사람은 드물다. 이 트레이너의 평생 꿈은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는 것. 그런 면에서 그는 꿈을 이룬 사나이다. 그렇다면 프로야구 트레이너의 생활은 어떨까. 이 트레이너를 통해 프로야구 트레이너들의 삶과 애환을 들여다봤다.

어릴 때부터 오로지 롯데…부상으로 선수 꿈 좌절
하형주 교수님 덕분에 국가대표 트레이너로 일해

-왜 롯데 자이언츠 문신을 새겼나?

“롯데에 다시 온 2008년 8월 새겼다. 다신 다른 데 안 가고, 영원한 자이언츠맨으로 남고 싶어서였다. 트레이너는 이직이 잦고, 러브콜을 많이 받는다. 4대 프로스포츠 중 배구 GS 칼텍스와 KT&G, 농구 전자랜드, 야구 롯데를 했으니 축구만 빼고 다했다. 사실 축구에서 일할 기회가 있었는데, 로이스터 감독님 계실 때 (롯데에서 오라는) 제의를 받으니 롯데에 가고 싶었다.”


-롯데보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한 곳이 많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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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나 경력을 안 따졌다. 내가 처음 있었던 팀이고, 나는 야구를 했던 사람이었으니까. 야구할 때 가고 싶었던 팀이 롯데였고, 어릴 때부터 바라본 나의 꿈이었다.”

이 트레이너는 부산 토박이로 부산고∼동아대를 나왔다. 가족·친척들이 야구를 워낙 좋아해서 “우리 집안 대표로 네가 야구해야 된다”고 해서 시작했다. 호리호리한 몸매에 발 빠르고, 어깨 좋은 중견수로 잠재력을 지녔다. 그러나 부산고 3학년 때, 경기를 앞두고 토스 볼을 올려주다가 타자가 친 타구에 어깨를 맞고 롯데 야구선수가 되겠다는 꿈이 깨졌다.

-야구를 관두고 갑자기 트레이너 공부를 시작했다.

“슬랩(충돌 증후군)이었다. 지금은 아는데 그때는 병명조차 없었다. 연골이 찢어져 진짜 아팠다. 아마 지금처럼 치료 받았다면 야구를 계속할 수 있었을 터이고, 나름 프로선수 될 기회가 있었을지 모른다. 내 후배들한테는 아깝게 야구 그만두게 해주기 싫어서 공부를 시작했다.”

-트레이너 일을 시작한 계기는?

“대학교 2학년 지도교수가 LA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하형주 교수님이었다. 우상처럼 따랐는데 선생님이 ‘뭘 하고 싶냐’고 묻더라. ‘트레이너 하고 싶습니다’라고 하니 도와주셔서 1991년 전국체전 부산시 유도대표 트레이너로 일할 수 있었다.”

-ROTC 출신인데 현역병으로 군복무를 했다고 하던데.

“임관 한 달 남겨놓고 ROTC를 그만뒀다.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때문이었다. 1992년부터 야구대표팀에서 국제대회까지 나갔다. 내가 가장 가고 싶은 것은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이었는데 임관을 앞둬 못 나갈 형편이었다. 과감하게 장교의 꿈을 접었다.”

한때 호칭 없이 ‘마’라고 불려…‘마’의 원조랄까
지금은 트레이너 3명이 365일 전체 선수단 관리


그런데 그는 정작 히로시마에 가지 못했다. 직전에 니카라과 세계야구선수권대회를 다녀오다 공항에서 잡힌 것이다. 병역법상, ROTC를 관두면 몇 달 안에 현역 입대를 해야만 했다. 딱 하루 부산에 내려가 짐 정리만 한 뒤, 바로 충남 논산훈련소에 입소할 수밖에 없었다. 강원도 철원 백골부대에서 이등병부터 현역생활을 했다. 이 트레이너는 “논산 첫날 시차적응이 안 되더라. 눈 떴는데 아침에 니카라과인줄 알았다. 누가 발로 차서 룸메이트였던 조성민(전 요미우리)인줄 알았는데 군복 입은 조교가 서 있더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래도 박찬호와 친한 덕분에 당시 LA 다저스에서 날아온 위문편지가 그의 군 생활을 다소나마 편하게 해줬다.

-제대하고 롯데에 들어왔겠다.

“국가대표 트레이너를 한 덕분에 선수들이 추천해서 롯데에 올 수 있었다. 꿈을 이뤘는데 IMF가 와서 모시던 트레이너 두 분이 다 그만뒀다. 내가 1·2군을 혼자 다 맡은 것이 2년이었다. 내 기록이 있는데 프로야구 하루 3패다. 낮에 경산에서 2군 더블헤더 2패를 하고, 마산으로 이동해 1군 경기에서 1패를 했다. 그때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다(웃음).”

-당시에는 지금보다 열악했겠다.

“2002년까지 롯데에 있다가 나왔는데 장비도 없고, 웨이트나 밸런스 잡아줄 사람이 나뿐이었다. 요즘도 그렇지만 24시간이 짧다. 당시엔 트레이너에 대한 존중도 없었고 그냥 안마로 생각했다. 호칭이 없어 ‘어이’, ‘마’였다. 내가 ‘마’의 원조다.(웃음) 요즘은 로이스터 감독 이후로 괜찮은 감독님들이 오셔서 트레이너 얘기를 많이 경청해준다.”

-트레이너가 몸만 잘 만진다고 될 일이 아닐 것 같다.

“선수들과 소통이 제일 중요하다. 코칭스태프와 선수 사이, 선수와 프런트 사이에서 징검다리 역할이다. 선수들이 트레이너한테 몸 상태를 숨기는 경우도 많은데 우린 다 안다. 그러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넘어가줘야 된다. 반면 어떨 때는 선수들과 타협을 하면 안 된다.”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되나?

“365일 쉰 적이 없다. 큰 병원은 9시에 시작하는데 검사가 필요할 수 있으니 8시30분까지는 가야 된다. 경기 쉬는 날이 더 바쁘다. 우리 목적이 선수가 경기를 뛰게 하는 것이니까. 서울에 가야 될 일도 많다. 트레이너 3명이 경기 끝나고 회의를 해서 선수를 나눈다. 선수들도 스케줄이 있으니 그런 것도 고려해야 되고. 병원 쪽 의사하고도 맞추려니 바쁘다. 그래서 의사와 개인적 친분이 중요하다.”

언제든 선수에게 일이 터지면 뛰쳐나가야 하기에 트레이너는 ‘5초 대기조’의 마음으로 일상을 산다. 빨리 뛰려다가 발목을 다친 적도 있다.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선수들 컨디션 체크하고, 경기 후 몸도 만져주고
가족보다 선수들 먼저 챙겨…병원 인맥 관리까지


이 트레이너는 “의사와의 친분은 수석 트레이너의 임무”라고 생각한다. 의사를 알아야 정보를 공유하고 치료 방식이나 새 장비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부산은 말할 것도 없고, 서울에도 부위 별로 웬만한 병원에는 인맥을 다 두고 있다. 심지어 의사의 스케줄에 맞춰 수술을 시키기 위해 하루에 두 차례 일본을 다녀온 적도 있다. 그는 “내 가족 아플 땐 병원 못 따라가도 선수는 따라가야 된다. 새벽에 갑자기 선수 가족까지 책임져야 될 때도 있다”고 웃었다.

-경기가 열리는 날은 어떻게 움직이나?

“선수들은 3시부터 훈련 시작이지만 우리는 1시부터다. 선수를 체크하고, 장재영 피지컬 트레이닝코치와 상의해서 코치진에 보고도 해야 된다.(롯데 수비훈련 때 이 트레이너가 배팅케이지에 나와 있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다. 내야수들의 몸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서다.) 5시부터는 경기 나가는 선수를 집중 관리한다. 경기 들어가면 중간투수들을 봐준다. 경기 끝나고 선수들 몸을 만져준 뒤 퇴근하면 밤 12시를 훌쩍 넘긴다.”

-메디컬 트레이너 3명이 그 많은 선수를 관리하는 것이 가능한가?

“오래 만져주길 요구하는 선수는 트레이너 1명을 맨투맨으로 붙인다. 경기 중 돌발 부상선수가 나올 때를 대비해 트레이너끼리 미리 사인을 만들어 놨다. 먼저 나간 트레이너가 사인을 주면 나머지가 TV를 보고 있다가 그에 맞춰 장비를 준비해 필드로 나온다. 옛날처럼 무식하게 새벽 3∼4시까지는 안 한다. 우리도 쉬어야 된다. 트레이너는 선수들한테 너무 기대하면 안 된다. 해줄 것은 해주고, 안될 것 같으면 ‘안 된다’고 냉정해야 말해야 된다. 선수가 고참이든, 연봉이 많든, 휘둘리지 말고 몸 상태 순서로 관리하는 것이 나의 원칙이다.”

-수석 트레이너로서 선수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우리 롯데 선수들이 당장 잘하는 것도 좋지만 이 선수들을 오래 봤으면 좋겠다. 그것이 내가 이 일을 하는 목적이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트위터 @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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