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꽃과의 대화]관엽식물의 초록 선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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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관엽식물 스킨답서스.
대표적인 관엽식물 스킨답서스.
계절은 서리가 내리는 시기(상강·霜降)를 훌쩍 지나 겨울(입동·立冬)을 향해 치닫고 있다. 남부지방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지역에서 이미 첫서리가 내렸다. 절정으로 물든 단풍은 곧 낙엽으로 변할 것이다. 그래서 내년 3, 4월까지 푸르른 잎과는 이별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우리에게는 실내의 관엽식물이 있다.

인간은 원래 자연의 푸름 속에서 편안함을 느낀다. 그러나 현대인들은 실내에서 지내는 시간이 워낙에 많다. 이런 환경에서 사람들의 심리적 안정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실내 식물이다. 실내 식물의 심리적 유용성은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1980년대의 용역 연구를 통해 식물이 실내 공기의 질을 개선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우주정거장 같은 실내 공간에서 식물을 기르는 것이 식량 확보 이외에 다른 쓸모도 있다는 점이 드러난 것이다.

관엽식물이란 실내에서 연중 늘푸른잎을 보여주는, 열대·아열대 원산 식물을 말한다. 이들은 원래 열대나 아열대 지방의 울창한 큰나무 밑에서 살기 때문에 1000럭스 이하의 낮은 조도(照度)에서도 자랄 수 있다. 럭스는 빛의 밝기를 표현하는 단위다. 보통 봄가을의 맑은 날 실외 조도가 5만 럭스가량 된다. 인간의 눈은 빛의 밝기에 따라 ‘조리개’를 알맞게 조정해 실내외의 극단적 조도 차이를 그대로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수동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본 사람이라면 그 엄청난 차이를 알 수 있을 것이다.

햇빛은 식물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에너지의 유일한 공급원이다. 비료나 다른 양분으로는 결코 대체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 햇빛이 부족한 실내에서 식물을 기르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자연 상태에서 적은 햇빛만으로 살았던 관엽식물이야말로 인간이 만든 인위환경(실내)에서 기르기에 최적이라 할 수 있다.
실내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관엽식물로는 천남성과 식물(스킨답서스, 싱고니움 등)과 고사리류가 대표적이다. 야자과 식물(관음죽, 테이블야자 등)이나 고무나무류, 드라세나 종류(일명 행운목, 개운죽 등)는 원래 밝은 곳에서 자라는 식물이지만 음지에서도 잘 견딘다. 그래서 실내용 관엽식물로 많이 이용된다.

아무리 관엽식물이라고 해도 빛이 일정 정도는 있어야 한다. 대부분의 관엽식물은 조도가 2000∼5000럭스일 때 잘 자라는데, 이런 정도의 빛은 창가를 제외하고는 실내 어느 곳에서도 얻기 힘들다. 창가보다 훨씬 어두운 곳에서도 관엽식물을 잘 키우고 있다는 주장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는 그 환경이 식물이 견딜 수 있는 한계 안에 있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가능한 것이다. 식물이 잘 자랄 수 있는 최적 상태는 아니란 말이다. 관엽식물은 최소한 10도 이상의 온도에서 키워야 한다는 점도 유의하자.

실내에서 식물을 기르다 보면 잎 끝이나 가장자리가 살짝 타들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런 현상은 실내의 습도가 낮기 때문에 생긴다. 대다수의 관엽식물은 습한 것을 좋아하므로 화분에 물을 충분히 주고 때때로 물을 분무해 잎 근처의 습도를 높여주는 게 좋다.

흥미로운 것은 관엽식물엔 비료를 많이 줄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비료는 식물체를 구성하거나 식물의 대사과정에 필요한 물질을 만드는 재료이지만 에너지원이 되는 먹거리는 아니다. 햇빛이 충분한 곳에서 꽃을 많이 피우거나 열매를 풍성하게 맺는 식물에나 비료가 많이 필요하지, 빛이 적은 실내에서 ‘근근이’ 살아가는 관엽식물에는 별 소용이 없다. 식물의 비료를 포도당 링거액으로 혼동하지 말자.

이제부터 내년 3, 4월까지는 우리 주변의 실외에서 싱그러운 푸른 잎을 보기가 어려워진다. 침엽수나 몇몇 늘푸른넓은잎나무를 제외하고는 말이다. 중부지방을 기준으로 하면 그런 기간이 무려 5, 6개월이나 된다. 따라서 우리는 그 긴 초록의 부재 동안 관엽식물에서 위안을 얻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관엽식물의 진가가 발휘될 때다.

서정남 농학박사(농림수산식품부 국립종자원) suhjn@korea.kr
#관엽식물#실내 식물#기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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