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 신호전달 단백질 GPCR 발견… 美 레프코위츠-코빌카 노벨화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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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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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등 현대 신약개발 공헌

올해 노벨 화학상은 외부의 자극을 우리 몸의 세포 내로 전달하는 일종의 ‘센서’를 발견한 미국 과학자 2명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G-단백질 결합 수용체(GPCR·G-Protein Coupled Receptors)’를 발견한 로버트 레프코위츠 미국 듀크대 메디컬센터 하워드휴스의학연구소 교수(69)와 브라이언 코빌카 스탠퍼드대 의대 교수(57)가 상을 받게 됐다고 10일 밝혔다.

GPCR는 바깥의 신호나 자극을 세포 안으로 전달하는 단백질로, 포유류에는 700∼800종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포막은 화학물질이 통과하기 어려운데 GPCR는 세포막을 통과할 수 있는 분자구조를 갖고 있어 세포 외부의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 어둠 속에서 동공이 커지고, 흥분했을 때 심장박동이 빨라지는 것, 감정의 기복이 심해지는 것도 GPCR 때문이다.

이런 GPCR는 사람의 생식과 대사, 면역, 운동, 소화, 호흡, 혈액순환, 수면 등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다양한 질환에 관여하기 때문에 제약 분야에서 특히 중요하다. 중추신경계 질환, 심장 질환, 염증, 대사 이상 등 다양한 질병 치료에 쓰이는 판매수익 200위 내 약물의 25% 정도가 GPCR와 관련된 제품이다. 대표적으로 두드러기 등 알레르기를 치료하는 항(抗)히스타민 약품이나 우울증 치료제 등을 들 수 있다.

위원회는 “아드레날린과 같은 호르몬이 어떻게 혈압을 높이고 심장 박동을 빠르게 하는지 오랫동안 밝혀내지 못했지만 두 과학자는 GPCR가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한 이해도를 높임으로써 신약 개발에 새로운 기회를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폴란드계 이민 3세인 레프코위츠 교수는 1968년부터 방사능을 이용해 막(膜)단백질의 구조를 연구해 이 단백질이 세포의 내부와 외부에서 서로 다른 구조를 갖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1980년대 중반부터는 그의 연구팀에 합류한 코빌카 교수 등과 인간 유전체에서 ‘베타 수용체’ 등 여러 개의 막단백질을 찾아내는 성과를 거뒀다. 이런 수용체들을 통틀어 GPCR라고 한다.

코빌카 교수는 GPCR의 새로운 결합구조를 밝혀내 지난해 11월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의 표지 논문을 장식하기도 했다. 이때 그와 공동연구를 한 채필석 한양대 생명나노공학과 교수는 “현재 개발 중인 신약의 40% 이상이 GPCR에 초점을 맞추고 있을 만큼 중요한 물질”이라며 “두 과학자는 인류의 건강한 삶에 중요한 공헌을 했다”고 말했다.

코빌카 교수의 지도를 받으며 박사후과정을 마친 정가영 성균관대 약대 교수는 “그는 줄곧 GPCR 연구에만 매달렸다”며 “2000년대 중반 정부의 연구 지원이 끊겨 연구원들도 외면했을 때 홀로 계속 연구한 적도 있다”고 전했다.

유용하 동아사이언스 기자 edmo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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