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의 총잡이 ‘초롱이’ 강초현 끝없는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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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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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초롱초롱 세월은 흘렀지만 귀여운 미소는 여전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여자 공기소총에서 은메달을 따며 국민 여동생으로 불렸던 ‘초롱이’ 강초현이 13일 채널A ‘불멸의 국가대표’ 촬영 도중 상큼한 미소를 짓고 있다. 화성=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아직 초롱초롱 세월은 흘렀지만 귀여운 미소는 여전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여자 공기소총에서 은메달을 따며 국민 여동생으로 불렸던 ‘초롱이’ 강초현이 13일 채널A ‘불멸의 국가대표’ 촬영 도중 상큼한 미소를 짓고 있다. 화성=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오빠, 키가 조금도 안 크셨네요.”(강초현)

“그래도 내가 너보단 더 크잖아.”(심권호)

만나자마자 아웅다웅이다. 원조 ‘사격 얼짱’ 강초현(30·갤러리아사격단)이 선수를 치자 레슬러 출신 심권호(40)가 맞받았다. 키 160cm인 심권호가 강초현(157cm)보다 3cm 크다. 강초현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여자 공기소총에서 은메달을, 심권호는 이 대회 그레코로만형에서 금메달을 땄다. 이후 둘은 10년 넘게 허물없는 오누이로 지내고 있다.

이번엔 심권호 차례다. “서른 살 되더니 너도 많이 늙었네.” 강초현도 지지 않았다. “멀리서 보면 아직 괜찮아요.”

채널A의 간판 예능 프로그램인 ‘불멸의 국가대표(불국단)’ 촬영이 진행된 13일 경기 화성시 경기도종합사격장에서 만난 강초현은 세월의 흐름이 비껴간 듯했다. ‘초롱이’로 불리던 18세 고교생 때의 얼굴 그대로였다. 한때는 그도 김연아(피겨)나 손연재(리듬체조)처럼 ‘국민 여동생’이었다. 시드니올림픽에서 0.2점 차로 은메달을 딴 뒤 흘린 눈물과 시상식에서 환히 짓던 미소는 국민의 심금을 울렸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강초현은 팬들의 기억에서 멀어졌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과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는 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했다. 요즘엔 “아직도 운동하느냐”고 묻는 팬들도 있다.

강초현의 올해 런던 올림픽 진출 전망 역시 밝지만은 않다. 한국 사격은 총 14장의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했지만 여자 공기소총은 실패했다. 2장의 출전권을 얻은 다른 종목에서 한 장을 여자 공기소총이 대신 받을 수는 있지만 강화위원회를 통과해야 한다. 한 장의 출전권을 받더라도 40명이 출전하는 여자 공기소총 대표 선발전에서 1등을 해야 런던 올림픽에 나갈 수 있다.

강초현은 “2004년과 2008년에는 ‘무조건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심했다. 주위의 시선도 두려웠다. 하지만 요즘은 즐겁게 총을 쏘고 있다. 런던만 바라보고 정말 열심히 연습해온 만큼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싸늘해진 팬들의 마음이 섭섭하진 않을까. 그는 “시드니 때는 아무 기대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좋은 성적을 올렸다. 팬들의 관심이나 인기가 싫진 않았지만 그걸 바라보고 운동을 한 게 아니기 때문에 섭섭함은 전혀 없다”고 했다. 이어 “순간의 스포츠인 사격처럼 매 순간을 열심히 사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번에 안 되더라도 2016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까지 도전할 것”이라고도 했다.

강초현은 시드니 올림픽이 끝난 지 벌써 12년이 흘렀다는 게 믿기질 않는다고 했다. 비록 성적은 예전 같지 않지만 사격의 재미는 더 크다. 그는 “선수 생활을 계속하든 아니면 은퇴를 하든 사격과의 인연은 절대 놓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런던 올림픽 출전이 좌절되더라고 현장에 있고 싶다고 했다. “사격의 재미를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기 때문”이라고 했다.

불국단 강초현 편은 3월 3일 오후 8시 50분 채널A에서 전파를 탄다.

화성=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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