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읽어라’ 보다는 맞춤형 독서 캠페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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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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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독서의 해’ 총괄한 윌슨플레처 씨 조언

아너 윌슨플레처 대표는 “동일본 대지진 때 이재민들은 식량과 의류 다음으로 책을 찾았다. 대재앙의 상황에서도 책 속에서 지혜를 얻고자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아너 윌슨플레처 대표는 “동일본 대지진 때 이재민들은 식량과 의류 다음으로 책을 찾았다. 대재앙의 상황에서도 책 속에서 지혜를 얻고자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나이가 들면서 책을 덜 읽는 경향은 한국뿐 아니라 영국 일본 등 대부분의 선진국이 처한 문제입니다. 라이프스타일이 다양해지기 때문이죠. 하지만 성인은 자녀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의 역할모델이 되기 때문에 더욱 열심히 읽어야 합니다.”

2008년 영국 ‘국민 독서의 해’를 총괄했던 아너 윌슨플레처 영국 전국독서재단 이사 겸 알드리지재단 대표의 조언이다. 국민 독서의 해 이전 58%였던 영국의 도서관 회원 가입률은 캠페인 후 70%로 뛰었다. 알드리지재단은 교육성과가 낮은 학교들을 돕는 재단이다.

윌슨플레처 대표는 2012년 독서의 해를 맞아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가 주관해 13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 ‘독서문화 국제심포지엄’에서 발표를 맡았다. 본보 인터뷰에서 그는 “영국 국민 독서의 해 당시 캠페인 대상을 세분해 맞춤형 캠페인을 벌이는 것이 가장 어려웠지만 효과적이었다”고 말했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무조건 ‘책을 많이 읽자’고 계도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배경과 습관을 지닌 사람들을 각각 공략한 것이다. 이를 위해 유튜브, 스포츠 선수, 래퍼, 패션 디자이너, 군대, 슈퍼마켓 체인 등과 손잡고 젊은이, 여성, 군인, 엄마 등 다양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맞춤형 독서운동을 벌였다.

책을 잘 읽지 않는 사람들에겐 선, 뉴스 오브 더 월드, 미러 등 타블로이드 신문을 통해 캠페인을 했다. “타블로이드 신문 독자들은 보통 책과 친숙하지 않아요. 신문 지면을 통해 독서의 중요성을 알리고 그림책을 신문과 함께 집집마다 배포해 좋은 반응을 얻었죠.”

자녀들과 오랜 기간 떨어져 지내는 군인들은 잠자리에서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줄 수 없기 때문에 아프가니스탄 같은 먼 곳에서도 ‘베드타임(아이들에게 침대머리에서 읽어주는) 스토리’를 직접 녹음해 보내도록 했다. 교실에서 책 읽기를 따분해하는 아이들을 위해서는 ‘리딩(책읽기) 가든’을 만들었다. 조용한 공공장소에 그늘막을 만들고 다같이 모여 독서를 즐기게 했다. 처음엔 전국독서재단이 이동식으로 두 곳에 만들었지만 큰 호응을 얻자 지역 커뮤니티와 학교들이 자체적으로 리딩 가든을 꾸몄고 2008년 한 해 10만 명이 방문했다.

내년 독서의 해를 추진하는 한국에 대해 그는 “어떤 사람들은 이성적으로 읽고 어떤 사람들은 감성적으로 읽는 등 사람은 모두 다르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며 “다양한 사람이 독서를 통해 뭘 원하는지 들어야지 ‘담배 피우지 말라’고 하듯 무조건 책 읽기를 강요해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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