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뮤직/집중분석]그룹 탈퇴해 밉상이 된 日꽃미남 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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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7일 17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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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그룹에서 한 멤버가 갑자기 탈퇴하면 여러 소문과 갈등이 생기기 마련이다. 탈퇴한 멤버가 솔로나 다른 그룹 멤버로 활동할 경우 한 순간에 팬이 안티로 돌변하기도 한다.

일본 대중음악계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는 않다. 최근 야심 차게 미국 팝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꽃미남 스타 아카니시 진(26)이 대표적인 사례다. 미국 진출 계획을 밝힌 뒤 아카니시 진은 일본 인터넷에서 가장 욕을 많이 먹는 연예인 가운데 한 명으로 전락했다.

아카니시 진은 2001년 결성돼 2006년 정식으로 데뷔한 KAT-TUN의 멤버로 연예계 활동을 시작했다. KAT-TUN이란 그룹명은 멤버 여섯 명의 영문 이름 앞 글자를 따서 만든 것으로 두 번째 글자 'A'(Akanishi)가 그의 이름을 딴 것이다.

일본 남자 아이돌 시장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한 쟈니즈 기획사에서 일찌감치 주목받았던 KAT-TUN은 데뷔와 동시에 톱스타 그룹으로 급부상했다. 2006년 3월 발매된 데뷔 싱글 'Real Face'는 104만6000여장의 판매고를 기록하며 밀리언셀러가 됐다.


2006년 즈음엔 세계 2위의 음반시장인 일본에서도 CD 판매가 급감하면서 밀리언셀러가 좀처럼 나오지 않을 때였다. 오리콘 싱글 주간차트 1위에 오른 것은 물론이고 발매 첫 주에만 75만4000여장이 팔리며 KAT-TUN 열풍을 일으켰다.

아카니시 진은 이처럼 데뷔와 동시에 '특A급' 아이돌로 단숨에 자리매김한 KAT-TUN에서도 카메나시 카즈야와 함께 에이스 멤버로 주목받았다. 그는 KAT-TUN의 정식 데뷔 이전부터 그룹과는 별도로 연기자와 CF모델로 이름을 날렸다.

KAT-TUN이 대박을 내면서 '윈-윈' 효과로 아카니시 진의 주가도 더욱 높아졌다. 하지만 그룹이 정식으로 데뷔한 지 겨우 7개월 만인 2006년 10월 그는 갑작스럽게 혼자서 미국 유학을 떠났다. 아카니시 진이 이제 싱글 2장을 낸 신인 그룹 KAT-TUN 활동을 중단한 것을 둘러싸고 구설수가 끊이지 않은 것은 당연했다.

KAT-TUN은 2007년 4월 아카니시 진이 다시 팀으로 복귀할 때까지 5명으로 활동했다. 다시 뭉치긴 했지만 그로 인해 한바탕 소동을 겪은 KAT-TUN은 멤버들의 불화설과 아카니시 진의 탈퇴설 등이 이어지면서 이미지가 나빠질 수밖에 없었다.

아카니시 진을 제외한 KAT-TUN 다섯 명의 멤버. (사진제공=엠넷미디어)
아카니시 진을 제외한 KAT-TUN 다섯 명의 멤버. (사진제공=엠넷미디어)

아카니시 진의 팬들은 그의 돌발 행동이 KAT-TUN 멤버들과 평소 사이가 나빴으며 왕따를 당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다른 멤버들의 팬들은 아카니시 진이 그룹을 생각하지 않는 이기주의자라고 비난했다.

특히 아카니시 진이 미국의 한 술집에서 거나하게 취한 모습으로 현지 여성들과 어울려 노는 모습을 촬영한 사진이 일본 주간지에 게재되면서 안티는 더욱 늘었다. 사진을 본 일본 누리꾼들은 술이 아니라 마약에 취한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했다.

여고생을 포함해 젊은 일본 여성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워낙 팬층이 두터웠던 KAT-TUN은 발매하는 음반마다 1위를 놓치지는 않았다. 줄곧 정상의 자리를 유지했다. 하지만 이런 갈등 속에 같은 소속사의 동료이자 라이벌인 5인조 아이돌 그룹 아라시에게 개인과 그룹 활동 모든 면에서 조금씩 밀려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아카니시 진은 결국 올해 2월 KAT-TUN의 투어 콘서트에 불참했다. 이 그룹에 뭔가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언론 보도와 갖가지 소문들이 쏟아졌다. 멤버들의 사이가 좋지 않아서 아카니시 진이 탈퇴한다거나 KAT-TUN 자체가 해산한다는 얘기들이었다.

쟈니즈는 이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개인 사정으로 투어 콘서트에 불참했지만 곧 팀으로 복귀할 것이란 설명이었다. 하지만 미봉책은 오래 가지 못했다. 7월에 아카니시 진의 탈퇴가 공식적으로 발표됐다.

그도 직접 쟈니즈 홈페이지를 통해 팬들에게 글을 남겼다. 솔로 활동과 미국 진출을 시작한다는 계획을 밝히며 KAT-TUN 탈퇴의 이유에 대해선 "(다른 멤버들과) 지향하는 것이 달랐다"고 말했다. 왕따나 멤버들과의 불화 소문에 대해선 "그런 것 아니니까 안심하라"면서 "모두 좋아한다"고 부인했다.


KAT-TUN의 공식 홈페이지에서 8월 아카니시 진의 이름이 삭제됐다. 'A'는 카메나시 카즈야의 앞 두 글자 'KA'(Kamenashi)로 바뀌었다. KAT-TUN과 아카니시 진의 팬들 사이에선 책임공방도 벌어졌다.

아카니시 진은 지난 3일 자신의 첫 솔로 미국 투어 콘서트를 앞두고 팬클럽 환송회를 가졌다. 그룹 탈퇴 이후 처음으로 공식석상에 나선 것이었지만 팬들 앞에선 KAT-TUN과 관련해 한 마디의 말도 꺼내지 않았다.

하지만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 공세를 피할 수는 없었다. 그는 "KAT-TUN 멤버들에게 폐를 끼쳤다"며 "내가 하고 싶은 것(미국 진출과 솔로 활동)을 우선시 하다보니 이렇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또 자신의 성격에 대해선 "협조성이 부족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동고동락했던 다섯 명의 멤버 중 그룹 탈퇴 이후 만난 사람은 나카마루 유이치 한 사람뿐이라는 사실도 밝혔다. 일본 언론들은 이 대목을 비중 있게 전하며 KAT-TUN의 불화설에 무게를 실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진 뒤 그의 팬을 제외한 일본 누리꾼 대부분은 아카니시 진을 비난하고 나섰다. 인터넷 게시판엔 "너에겐 해외에서 성공할만한 능력이나 인격이 없다" "일본에서 인간이 되지 못한 녀석은 미국에 가서도 실패한다" "너를 지지하는 것은 일부 바보들과 신자(열성 팬을 비유한 것)뿐" 등 악플이 쏟아졌다.

특히 KAT-TUN 탈퇴에 대해 "주변에 폐를 끼치는 X" 등 막말이 적지 않다. 단체 생활에서 개인을 우선시하는 행동에 극도로 예민하게 반응하는 일본인 특유의 정서까지 더해져 아카니시 진을 향한 증오가 겉잡을 수 없이 커진 것이다.

일본 최고의 아이돌 그룹에서 각광받는 에이스 멤버. '고쿠센 2' 등 인기 드라마에서 주연 자리를 꿰찼던 톱스타. 곱상한 '꽃미남' 외모로 각광받던 아카니시 진은 그룹 탈퇴와 함께 '밉상'으로 전락해 버렸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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