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리즘 소설 퇴조… 실험시 득세… 2000년대 한국문학, 새 길 찾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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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 평가 - 반성’ 심포지엄

‘근대문학의 종언’이라는 문학평론가 가라타니 고진(柄谷行人)의 사망선고와 함께 시작된 2000년대 한국문학은 어떤 양상으로 전개돼 왔을까. 크게 ‘환상과 횡단이 보편화된 소설’ ‘전통 서정에 대한 반기로 등장한 실험시의 득세’로 정리될 수 있을 것 같다.

1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용강동 중부여성발전센터에서 민족문학연구소, 한국작가회의 주관으로 ‘우리 시대 새로운 미학은 탄생했는가, 2000년대 한국문학 평가와 반성’ 심포지엄이 열렸다. 문단 안팎에서 횡행했던 ‘위기론’ ‘종언론’에도 불구하고 10년간 활발하게 형성됐던 문학담론과 창작의 성과를 되짚고 극복해야 할 과제를 점검하는 자리였다. 문학평론가 박수연 오창은, 소설가 김재영 김미월, 시인 문동만 김선우 씨 등 50여 명의 문인이 참석한 가운데 1부 ‘총론, 2000년대 한국문학을 어떻게 볼 것인가’, 2부 ‘미적 혁신과 새로운 감각의 실현’(소설·시)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제1부 총론에서는 한국문학의 위기 담론 이후 전개된 비평적 대응의 양상과 문학정책 문제가 논의됐다. 문학평론가 정은경 씨는 ‘한국문학의 위기담론과 근대문학의 종언’에서 고진의 종언론에 대한 국내의 비평적 대응을 △수용 및 기존 문학장과의 결별 △전면적 부정 및 한국문학의 건재함 확인 △근대 이후 문학에서의 새로운 가능성 찾기라는 세 갈래로 제시했다. 제2부는 소설·시 분과별로 진행됐다. 소설분과는 몇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논의됐다. 문학평론가 이경재 씨는 ‘2000년대 한국 소설의 변화상’을 주제로 한국 소설의 괄목할 만한 특징을 ‘환상, 횡단, 양극화된 세태소설’로 추려냈다. 100여 년간 주류를 형성했던 리얼리즘 문학의 전통이 2000년대 들어 깨지고 비현실적인 욕망과 기법, 상상, 환각, 꿈 등이 전면적으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또한 소설적 시공간의 확장과 다양한 하위 장르와의 탈경계 현상, 강남소설, 백수소설 등으로 양극화된 세태소설도 특징적인 현상으로 지목됐다. 문학평론가 오창은 씨는 “지금까지 소설적으로 표현되지 않았던 체제 밖의 사람들, 하위 주체의 등장으로 인한 주체의 다변화도 새로운 양상”이라고 덧붙였다.

시 분과에서는 2000년대 시단을 뜨겁게 달궜던 ‘미래파 논쟁’이 단연 화두였다. 문학평론가 하상일 씨는 전통 서정에 대한 전복, 언어 실험을 기치로 내건 미래파 시인들을 ‘소통의 부재, 재현적 가치의 실종’을 중심으로 비판적으로 검토했다. 이에 대해 이시영 시인은 “이들의 작품을 과거의 방식으로 해석해서는 곤란하다”며 “‘미래파’가 정확한 비평용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무의미한 논쟁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김선우 시인은 “‘미래파 논쟁’은 시인들의 작업을 범주화함으로써 시단 내 중층의 소외와 배제를 만들어냈다”며 비평 권력화적 측면을 비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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