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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림트 명화 여행] 마리아뭉크의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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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림트 명화 여행] 마리아뭉크의초상

입력 2009-04-09 07:16수정 2009-09-22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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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부서진 한 떨기 꽃이여! 그 입술에 못다 핀…아, 생이여!

“어제 정오 금융가 알렉산더 뭉크의 딸, 24살의 마리아 뭉크가 자신의 집에서 5mm 권총으로 자신을 쏘아 목숨을 끊었다. 응급차가 도착했지만 담당자는 그녀가 이미 사망했음을 확인할 뿐이었다.”

클림트의 그림 ‘마리아 뭉크의 초상’(1912)의 모델 이야기다. 마리아가 자살하자, 신문은 사망 소식을 전했다. 1887년 태어나 스물넷에 죽었다. 마리아의 어머니 아란카는 클림트를 후원하던 세레나 레더러와 자매 사이였다. 마리아가 죽자 클림트에게 영정 그림을 부탁했다.

마리아의 자살 이유는 ‘행복하지 않은 사랑’으로 알려졌다.

클림트는 이 때문에 햄릿의 오필리어에게 영감을 받아 그와 비슷한 이미지로 그림을 그렸다고 전해진다. 연인 햄릿의 마음을 얻지 않고 죽음을 택해버린 오필리어! 마리아의 낯빛은 오필리어를 떠올리게 만든다.

특히 마리아 이마의 머리칼은 한 올 한 올 섬세하다.

짙고 옅은 여러 갈색이다. 속눈썹은 위를 향해 말아 올린 양 생생히 표현됐다. 볼도 푸르고 붉은 빛이 동시에 감돈다. 입을 벌린 모습도 마리아가 문득 깨어나 무슨 말을 속삭일 듯한 표정이다.

이에 반해 마리아를 둘러싼 배경은 매우 투박하다.

꽃잎은 경계를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꽃송이들이 뭉그러져 있다. 하얀 베갯잇과 분홍 옷도 마찬가지다.

죽은 처녀의 얼굴은 선명하지만, 여자를 둘러싼 붓 터치는 거칠기만 하다.

그림 배경은 불안한 심리 상태를 드러내는 보라색과 공허함과 쓸쓸함을 환기시키는 갈색, 소극적이며 집착을 드러내는 푸른색이 많이 쓰였다.

클림트는 화면 모두를 동시에 그리지 않기로 유명하다.

모델과 주변 장식물조차 꼼꼼히 조화를 이루게 그렸다. 그런 그가 유독 ‘마리아 뭉크의 초상’에서 이런 균형을 깨뜨렸다.

여느 초상화들과는 확실히 대조되는 점이다.

여인의 자살은 20세기 오스트리아 빈이나 2009년 한국 땅에서나 여전히 참혹한 소식이다. 햄릿의 오필리어, 셰익스피어의 줄리엣처럼 불멸의 고전에서는 아름다움의 극치이지만, 현실이 되고 보면 서글프기 그지없다.

클림트는 당대의 비극적인 여인을 아름다운 흔적으로 영원히 남겼다.

‘불멸하는 것이 존재하는가?’ 예술가들의 공통 주제다. 영원한 것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고뇌하고, 작품을 남기는 게 예술가들의 역할이다.

클림트는 본인의 일에 충실했다.

‘마리아 뭉크의 초상’을 보면, 섬세한 표정으로 영원히 남은 한 여인을 만날 수 있다. 투박한 배경 탓에 더 도드라져 보이는 속눈썹과 입술이 살아서 하지 못한 얘기를 하고 있다.

스물넷 세상을 떠난 마리아는 클림트의 붓질로 다시 태어났다.

변인숙 기자 baram4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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