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은 기자의 가을이야기] 신인 박민석의 KS행 합류

  • 입력 2008년 10월 27일 08시 30분


행운 잡은 꽃미남투수 “명제형 몫까지 뛸게요”

24일 오후. 일본 미야자키에서 귀국한 박민석(19·두산·사진)은 집에 들어서면서 어느 때보다 열렬한 환영을 받았습니다. 아버지는 “축하한다”며 손을 덥석 잡았고, 어머니는 아들을 얼싸안았습니다. 일본 교육리그 성과가 좋아서였냐고요? 물론 아닙니다. 신인인 박민석이 이날 두산의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극적으로 포함됐기 때문입니다. 한국시리즈는 1년에 단 52명의 선수만 출전할 수 있는 ‘잔치 중의 잔치’입니다. 야구선수 아들을 둔 집안에서는 그 무대를 밟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경사’나 다름없습니다. 이미 한 번 좌절해봤기에 더 그랬습니다. 시즌 막바지부터 두각을 나타낸 박민석은 내심 플레이오프 출전을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김경문 감독이 “이용찬과 박민석을 깜짝 카드로 기용하려 한다”고 말한 적이 있거든요. 하지만 선배 이승학의 ‘파이팅’에 밀리고 말았습니다. 플레이오프 엔트리 대신 교육리그 참가자 명단에 포함됐고, 대구행 버스 대신 일본행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내 실력이 부족했구나 싶었어요. 내년을 노려보겠다고 마음 먹었죠.”

하지만 김명제가 허벅지 통증으로 출전할 수 없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누군가의 부상이 또 다른 누군가의 기회로 둔갑하는 건, 프로야구에서 종종 있는 일입니다. 이번엔 박민석이 그 수혜자가 됐습니다. 귀국 준비를 하고 있는데 2군 매니저가 다가오더니 “민석이 한국시리즈 뛰어야겠다”고 하더랍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그렇게 가벼울 수가 없었습니다. “명제 형 몫까지 열심히 던져야죠. 어떤 역할이 주어지든 무조건 최선을 다할 거예요. 출전하는 것 자체가 영광이고 기쁨이니까요.”

어쩌면 두산은 이번 한국시리즈를 통해 여성팬을 대거 확보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훤칠한 키에 주먹만한 얼굴, 또렷한 이목구비를 자랑하는 박민석은 한 때 아역 탤런트로 활약했던 미남이기 때문입니다. 유치원 때부터 초등학교 2학년 때까지 여러 작품에 출연했지만 우연히 접하게 된 야구가 너무 재미있어서 연기를 그만뒀습니다. 만약 그 때 야구를 시작하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스포츠면보다 연예면에 자주 등장하는 스타가 돼 있었을지도 모르죠. 두산은 장래가 촉망되는 사이드암 투수 하나를 잃었을 테고요.

어쨌든 박민석은 야구선수의 길을 택했고, 결국 이런 날이 왔습니다. 그는 25일 밤 일찍 잠자리에 들었답니다. 최상의 컨디션으로 1차전을 맞이하기 위해서입니다. 박민석의 ‘꿈의 무대’가 마침내 막을 올렸습니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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