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우 “실컷 놀았다…5년 마실 술 촬영하며 다 먹었으니…”

  • 입력 2008년 9월 23일 07시 51분


‘고고70’은 내 새끼 같은 영화, 눈치 안보고 ‘또라이’ 짓도 맘껏

“사진촬영 끝났어요? 야!”

인터뷰를 위한 사진촬영이 끝났다는 홍보 스태프의 말에 그는 작고 짧은 탄성을 내지른다. 살짝 손뼉도 쳤다. 이 모습만 보면 영락없는 소년이다. 언뜻 손등에 찍힌 작은 스탬프가 눈에 들어왔다.

“‘피곤해, 피곤해’라고 씌여 있어요”라며 웃는 배우 조승우의 얼굴은 그렇게 소년처럼 맑았다.

그는 말했다. “이젠 ‘영감탱이, 애늙은이 같다’는 말이 싫다”고. 2000년 영화 ‘춘향뎐’으로 데뷔하며 “그려놓은 그림에 갇혀 있었다”고.

하지만 이제 그는 “자유로워졌다”고 말한다. 영화 ‘타짜’와 뮤지컬 ‘헤드윅’을 거치면서 그는 “스스로 생각했던 답답함”에서 풀려났다.

“이전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스스로를 가뒀다. 어릴 때부터 가장 노릇을 해야 해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조승우는 두 작품을 지나면서 “고집도 부려보고 ‘또라이’ 짓도 좀 해보면 어떠냐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런 자유로워짐의 연장선상에서 10월2일 개봉하는 영화 ‘고고70’(감독 최호·제작 보경사)을 만났다. 엄혹했던 1970년대 장발과 미니스커트마저 단속과 통제의 대상이 되고 대중음악은 퇴폐의 온상으로 낙인 찍힌 시절, 통행금지의 어두운 밤을 달구며 ‘고고족’들의 밤을 불태운 밴드 데블스의 리드보컬로서 조승우는 카메라 앞에 섰다.

“우리가 놀고 있으면 10대가 넘는 카메라가 그 모습을 담아가는 방식의 촬영을 했다. 카메라 신경 쓸 겨를도 없이 놀기 바빴다.”

그러면서 최고의 뮤지컬 배우이기도 한 그가 뜻밖의 말을 내뱉었다.

“노래가 이렇게 즐거운 것이구나 하는 걸 처음 느꼈다. 뮤지컬 무대에서 노래하는 건 연기의 한 표현방법일 뿐이다. 노래를 그리 즐기지 않는다. 사실 누가 멍석 깔고 노래하라 하면 도망간다.”

그 만큼 ‘고고70’이 “내 새끼 같은 영화”라는 조승우는 “이 영화를 촬영하면서 5년 동안 마실 만한 양의 술을 마셨다”고 한다. “서울 홍대 앞을 ‘호랑나비춤’을 추며 다니기도 했고 모르는 사람의 등에 업혀가기도 했다”며, 그는 마치 자유를 꿈꾸던 데블스의 멤버가 되어갔다.

“나 스스로 해방되고 있다. 어차피 답이 없는 것, 눈치볼 필요가 뭐 있겠나. 슬슬 열리고 있는 느낌이다.”

- 그럼, 그 전엔 주변 사람들이 재미없는 사람이다고 했겠다.

“심심한 거지, 우울한 건 아니다. 사람은 누구나 외롭지 않나. 하지만 그게 우울한 건 아니다.”

- 심심할 땐 뭘 하나.

“평범하다. 개, 고양이와 놀기도 하고. 장도 보러 다닌다. 기타도 튕겨보고. 술은 원래 잘 안 마시는데 ‘고고70’을 촬영하면서 데블스 멤버들과 어울려 다니며 마셨다.”

- 이제 20대의 ‘끝물’에 섰다.

“돌이켜보면 참 잘 살았다. 재미있게. 역동적으로. ‘고고70’은 그 끝물을 재밌게 놀게해 준 마당 같다. 데뷔하면서 배우를 하더라도 많은 걸 보여주지 않겠다면서 조용조용히 할 것만 하자고 마음먹기도 했다.”

- 그럼, 아직 보여줄 게 많겠다.

“아, 연기를 떠나 사적인 부분에 대해 얘기하는 거다. 굳이 내가 나서 드러내지 않더라도 이젠 부담을 갖지 말자는 생각이 든다.”

- 그렇다면 요즘 최대 관심사는 뭔가?

“관심사? 뭐가 있지? 모르겠는데….”

- 연애는 안하나.

“연애? 아! 그래. 굳이 관심사를 묻는다면 그거다. 내 반쪽은 누구일까. 나도 애인이 있었으면 좋겠다.”(웃음)

환하게 웃는 그의 얼굴에서 ‘고고70’ 아니, 밴드 데블스의 보컬 상규의 모습이 배어나왔다. “노는 것도 규제를 받았던 시대에 한 번 놀더라도 간절함이 있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자신의 영화 속 모습처럼, 조승우는 스스로 쳐놓았던 굴레로부터 서서히 벗어나 만끽하는 젊음과 젊은 배우로서 오늘을 지나고 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사진 = 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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