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시설에도 ‘자연’이 숨쉬게…

  • 입력 2008년 9월 17일 03시 02분


안도 다다오는 외장 없이 재료의 특성을 그대로 드러낸 노출콘크리트를 즐겨 쓴다. 인재경영원의 노출콘크리트 기둥. 사진 제공 한화
안도 다다오는 외장 없이 재료의 특성을 그대로 드러낸 노출콘크리트를 즐겨 쓴다. 인재경영원의 노출콘크리트 기둥. 사진 제공 한화
안도 다다오의 신작인 경기 가평군 한화그룹 인재경영원. 안도가 평생 추구해 온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단순한 조형미’의 건축 철학이 잘 녹아 있다. 사진 제공 한화
안도 다다오의 신작인 경기 가평군 한화그룹 인재경영원. 안도가 평생 추구해 온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단순한 조형미’의 건축 철학이 잘 녹아 있다. 사진 제공 한화
■ 세계적 건축가 안도 다다오 디자인 ‘한화 인재경영원’

기업의 사원연수시설에 건축적인 배려가 필요할까.

한적한 교외에 널찍한 강당과 운동장. 강의실과 숙소가 구비된 투박한 건물. 쉽게 상상할 수 있는 연수시설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11월 완공 예정으로 마무리 공사가 한창인 경기 가평군의 한화그룹 인재경영원도 첫눈에는 여느 연수시설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하지만 한 발짝 다가서서 보면 사용자에 대한 건축적 배려가 남다르다.

이 건물을 디자인한 사람은 세계적인 일본 건축가 안도 다다오(安藤忠雄·67·사진) 씨. 그는 1995년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과 프랑스 슈발리에 문화예술훈장을 받았고 1997년 고졸자로서는 이례적으로 도쿄(東京)대 교수가 됐다. 공고 졸업 후 세계를 돌며 독학으로 건축을 공부했고 23전 13승 3패 7무의 프로복서 전적도 있다.

그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일본 오사카 ‘빛의 교회’와 미국 텍사스 포트워스 현대미술관 등은 단순한 형태미와 자연친화적인 의지가 잘 조화된 작품이다. 그는 6월 개장한 제주 서귀포 휘닉스 아일랜드 리조트의 명상센터와 글라스하우스를 디자인하기도 했다.

‘안도 공간’의 특징은 주변 자연에 순응하면서 주어진 환경 요소를 적극 활용하는 기하학적 디자인. 가평 인재경영원에도 그런 성격이 깃들어 있다.

운악산 계곡 분지. 17만1900m²의 터에 두 건물이 납작 엎드려 있다. 지하 1층, 지상 3층의 연수동과 지상 4층의 숙소. 길쭉한 두 직육면체가 계곡 물의 흐름을 따라 얌전히 놓였다.

안도 씨는 “지형과의 호응을 고려해 숲 안에서 돌출하지 않고 부드럽게 융화하는 배치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자연에 스며든다’는 원칙은 겉모습에 그치지 않는다. 최근 세계 건축계의 화두인 ‘지속가능성’은 40년 안도 건축에서 일관성을 보여 온 특징이다. 인재경영원도 자연 채광과 통풍을 최대한 살려 건축물이 환경에 지우는 부담을 줄였다.

재료 사용에도 환경친화적 배려가 엿보인다. 강의동은 안도 씨가 애용하는 노출콘크리트 상자를 유리 상자로 감싼 이중 구조다. 햇빛을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게 해 전기 사용을 줄인 것. 숙소 외벽은 단열 효과가 큰 벽돌로 쌓아 냉난방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했다. 옥상 정원도 단열 효과를 높이고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인다.

겉모습은 단조롭지만 내부 공간은 지형의 높낮이 변화를 끌어들여 다이내믹하게 구성했다. 안도 씨가 특히 신경을 쓴 것은 사용자 간 대화를 촉진하는 ‘틈새 공간’. 강당, 강의실, 식당 등 용도가 정해진 공간을 잇는 통로를 대화의 장으로 만들기 위해 디테일에 공을 들였다.

안도 씨는 “복도, 로비, 건물 틈새 등 용도를 정하지 않은 공공 공간이 대화를 위한 편안한 툇마루 같은 장소가 되도록 했다”고 말했다. 배움의 공간인 인재경영원의 핵심은 수동적 강의 공간이 아니라 사람들이 자유롭게 만나는 틈새 공간이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임채진 홍익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안도는 동선(動線)이 발생하는 통로 공간에서의 경험을 늘 중요하게 고려해 왔다”며 “이것은 동양 전통 건축의 보편적 특징이지만 디자인에 드라마틱하게 응용한 것이 안도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안도 씨는 1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63빌딩에서 ‘인간, 자연 그리고 건축’을 주제로 강연회를 연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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