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는 어디서 많이 낳나” 병원별 분만실적 보니…

  • 입력 2007년 7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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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부가 아기를 낳을 때 대학병원이나 동네 산부인과보다는 진료 서비스를 특화하고 고급 편의시설을 갖춘 산부인과 전문병원을 많이 찾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분만에 따른 병원비용 수준도 병원의 종류에 따라 최고 3.5배 정도 차이가 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본보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05년 병원별 분만실적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나타난 것이다.》

상위 10곳 중 8곳 ‘산부인과 전문병원’

▽전문병원 집중 심화=분만 건수가 가장 많은 상위 10개 병원 가운데 대학병원은 관동대 의대 제일병원, 포천중문의대 강남차병원 등 2개뿐이고 나머지 8개 병원은 모두 산부인과 전문병원이었다. 제일병원, 차병원도 산부인과 전문병원에서 출발한 대학병원이다.

서울 제일병원은 분만 건수가 2005년 7995건으로 1위를 차지했다. 하루 평균 22명의 아기를 받은 셈이다.

2위는 4807건을 기록한 경기 군포시 산본제일병원이 차지했고 이어 서울 강남차병원(4047건), 경기 안양시 봄빛병원(4001건), 서울 미즈메디병원(3958건), 광주 에덴병원(3909건), 인천 서울여성병원(3467건), 대구 미래여성병원(3402건), 장스여성병원(3023건), 경기 수원시 연세모아병원(2989건) 등의 순이었다.

산본제일병원, 봄빛병원, 연세모아병원 등 3곳은 1990년대 후반부터 젊은 세대가 많이 사는 경기 신도시에서 성장한 병원들이다.

반면 대학병원 중 병상 수가 가장 많은 서울아산병원은 2383건에 불과했고 여의도성모병원은 1107건이었다. 서울대병원 899건, 이대목동병원 931건 등 유명 대학병원도 1000건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신세대 “럭셔리 출산” 선호=전문병원들은 차별화된 진료서비스와 쾌적한 진료환경을 갖춰 신세대 임신부들이 선호한다. 임신부 전용 수영장, 체형관리실 등 각종 편의시설은 물론 소아과 내과 외과 등 다른 진료과목을 개설한 곳도 있다.

다음 달 출산 예정인 심모(31) 씨는 “동네 병원은 응급 대응이 안 될까봐 불안하고 의사 선택 폭도 좁아 전문병원을 다니고 있다”며 “요즘 젊은 세대들은 아이를 한두 명 낳는데 이왕이면 시설이 좋은 곳에서 출산해야 ‘대접’ 받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석태 봄빛병원 원장은 “대학병원에선 대부분 전공의가 당직을 서지만 전문병원은 전문의가 24시간 근무하기 때문에 언제 출산할지 모로는 산모들이 전문병원을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한산부인과학회 박용원(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교수) 학술위원장은 “대학병원은 임신중독증, 당뇨병, 심장병 등 위험성이 있는 임신부들이 주로 찾는다”며 “대학병원의 분만 건수가 낮아지면 전공의들이 산부인과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동네 산부인과는 운영난=저출산 영향에다 전문병원들이 환자들을 많이 유치하면서 동네 산부인과 병원들이 크게 줄고 있다. 산부인과로 개업한 의원은 2002년 2232곳에서 2006년 2198곳으로 5년 연속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분만을 포기하고 산모의 산전 진찰과 불임치료에 주력하거나 비만 또는 미용클리닉 등으로 진료과목을 바꾸는 곳도 많다.

대한산부인과개원의협의회 최안나 홍보이사는 “동네 병원은 분만 건수가 월 17건 정도는 돼야 병원을 유지할 수 있는데 10건도 안 되는 곳이 많다”며 “집 근처에 산부인과 병원이 없어 임신부들이 먼 곳의 병원까지 다녀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분만 비용 얼마나=전문병원의 경우 2박 3일 1인실 입원 기준으로 자연분만이 30만∼35만 원, 제왕절개는 5박 6일 1인실 입원 기준으로 90만∼100만 원이 든다. 2인실은 자연분만 20만 원, 제왕절개 70만 원 정도로 1인실과 큰 차이가 없다. 가족분만실을 이용하면 1인실 비용에 10만 원이 더 든다.

대학병원의 경우 1인실 기준으로 자연분만이 70만∼105만 원, 제왕절개가 160∼250만 원 정도로 비싼 편이다. 주치의가 대부분 교수여서 특진료 20만∼30만 원이 추가되기 때문이다. 동네 산부인과는 1인실 자연분만이 2박 3일 기준으로 20만∼30만 원, 제왕절개 50만∼80만원 정도 든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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