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후반전 대비하기 30선]<26>메모리 바이블

  • 입력 2006년 12월 7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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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력을 개선하고 알츠하이머병을 예방하는 프로그램을 시작하는 데는 장애가 따른다. 가장 큰 장애는 자신의 뇌가 노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부인하는 것이다. 하지만 몸이나 뇌나 노화하는 건 마찬가지다. ―본문 중에서》

누구나 한두 번쯤 오랜 친구의 이름이 떠오르지 않거나 물건을 어디 두었는지, 차를 어디에 주차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 당황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중년기 이후 많은 사람이 경험하는 기억력 감퇴를 예방하고 기억력을 증진할 수 있는 방법을 최신 뇌 과학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안내해 준다.

저자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 병원에서 기억력 클리닉을 맡고 있는 정신과 의사로 최신 뇌영상기법인 PET를 이용해 초기 치매의 징후를 민감하게 포착해 내는 연구로 유명하다. 저자는 기억력을 개선하고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먼저 뇌의 노화를 부인하는 사고방식부터 고쳐야 한다고 역설하면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뇌의 노화 극복 방법을 친절하게 알려 준다.

저자는 뇌의 노화를 둔화시키고 기억력을 증진할 수 있는 방법을 네 가지로 나누어서 설명한다. 기억력 훈련을 비롯한 정신 에어로빅, 스트레스의 최소화, 뇌 다이어트, 그리고 뇌를 보호하는 생활방식이 그것이다.

우선 3단계 기억술 훈련을 알아둘 만하다. 첫째로 기억할 대상들을 적극 관찰한 뒤, 둘째로 마음속의 스냅 사진 찍기로 기억할 대상에 대한 마음속 이미지를 만들며, 끝으로 이 같은 이미지들을 서로 연결해 복잡한 내용까지 기억할 수 있도록 훈련하는 것이다. 다양한 난이도의 문제를 풀면서 좌뇌와 우뇌를 골고루 자극하는 정신 에어로빅도 체험하는 게 좋다.

또 저자는 스트레스가 뇌에 끼치는 해악을 줄이기 위해 기대 수준을 현실화하기, 긴장 이완하기, 일과 레저의 균형 잡기를 권고하고 있다.

뇌 다이어트를 위해서는 고칼로리 식사를 피하고 저지방 식사, 특히 오메가6 지방산을 줄이고 오메가3 지방산이 많은 음식을 섭취하며 항산화 음식을 섭취하는 등 여러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하며 뇌에 좋은 음식들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뇌를 보호하는 생활방식도 따로 있다. 저자는 유산소 운동과 금연, 남자는 하루 와인 두 잔, 여자는 한 잔 정도의 적정한 음주를 권고한다.

이 책의 강점은 일상에서 간단하게 실천하는 방법을 통해 기억력 증진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려 준다는 점이다.

최근 참살이 열풍과 더불어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몸에 좋은 운동, 몸에 좋은 음식, 몸에 좋은 생활방식에 대한 정보가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필자는 이 정보들이 대부분 신체 건강에만 집중되는 게 아쉽다.

그러나 인생 후반전에 균형 잡힌 삶의 질을 유지하려면 정신 건강에도 대비하고 신경 써야 한다. 병원에 찾아오는 대부분의 치매 환자가 치매의 초기 증상일 수도 있는 기억력 장애를 무시하고 몇 년간 방치된 상태로 지내다가 병세가 악화된 뒤에야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뇌의 노화를 부인하는 사고방식을 고치는 것이 기억력을 개선하는 첫걸음이라는 저자의 말에 공감이 간다.

나이 들면서 점점 쇠락하는 듯한 기억력의 문제로 고민한 적 있는 분들이라면 이 책을 읽고 생활에 몇 가지 변화를 줌으로써 뇌의 노화를 방지하고 건강을 함께 누릴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동우 인제대의대 상계백병원 정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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