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전 ‘오프사이드 논란’ 신문선의 항변

  • 입력 2006년 7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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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문화 발전의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오프사이드 논란’으로 곤욕을 치른 신문선 SBS 해설위원이 자신의 심경을 밝히고 있다. 신 위원은 “이번 기회에 잘못돼 가고 있는 한국의 축구문화를 새롭게 정립하자”고 제안했다. 홍진환  기자
“한국 축구문화 발전의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오프사이드 논란’으로 곤욕을 치른 신문선 SBS 해설위원이 자신의 심경을 밝히고 있다. 신 위원은 “이번 기회에 잘못돼 가고 있는 한국의 축구문화를 새롭게 정립하자”고 제안했다. 홍진환 기자
“이번 오프사이드 논란을 계기로 한국의 축구문화가 성숙하기를 바랍니다.”

신문선(48) SBS 해설위원은 2006 독일 월드컵을 겪으며 방송 해설 20년 경력에 가장 치욕적인 경험을 했다. 대회 기간에 소속 방송사로부터 ‘귀국조치’를 당한 것이다.

지난달 24일 하노버에서 열린 한국과 스위스의 G조 3차전이 발단이었다. 0-1로 뒤지고 있던 후반 32분 스위스의 미드필더 사비에 마르제라즈가 오른쪽으로 찔러준 볼이 수비하던 이호의 발을 맞고 굴절해 문전으로 파고들던 알렉산더 프라이에게 굴러가 골로 연결됐다.

당시 부심이 오프사이드 깃발을 올렸지만 주심 오라시오 엘리손도(아르헨티나)는 이를 무시하고 골로 인정해 ‘오프사이드 논란’이 발생했다.

신 위원은 “한국 선수들이 부심의 깃발에 플레이를 멈췄고 골이 인정되자 일제히 주심에게 달려가 항의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해설자로서 냉정하게 살펴보니 오프사이드가 아니었다. 그래서 그렇게 해설한 것이다”고 말했다.

사흘 뒤인 지난달 27일 그는 갑자기 방송국에서 호출을 받았다. 신 위원이 국내에서 ‘매국노’로 취급받는 상황에서 더는 해설을 맡길 수 없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날 전체적으로 심판의 편파 판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하면서 오프사이드에 관련해서만 오프사이드가 아니라고 했다. 그런데 누리꾼들은 단 한 구절만으로 나를 매국노로 몰아붙였다.”

그는 축구인들의 침묵에 더 기분이 상했다고. 팬들은 축구 룰을 잘 모르고 흥분할 수 있지만 잘못을 잡아줘야 할 축구인들이 당시 분위기에 눌려 자신들의 의견조차 제대로 밝히지 않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축구인으로서 자기가 해설을 잘못했다면 나중에라도 잘못을 시정해야 한다”고 비꼬기도 했다.

신 위원은 또 대한축구협회는 16강에 오르지 못한 책임을 심판 편파판정에 돌려 팬들의 비난에서 벗어나려는 의도가 보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인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회장도 마치 오심인 것처럼 발언해 이번 사태를 부추겼다”고 주장했다.

신 위원은 “방송의 지나친 상업성과 일부 인터넷 매체의 여과 없는 보도”가 문제의 발단이라고 말했다. 그는 “광적인 시청률 경쟁이 이번 사태의 직접적 원인이다. 연예인들이 여기저기서 소리 지르고 뛰어다녔다. 마치 그게 축구 사랑인 양…. 축구를 축구로 보지 않고 마치 연예 이벤트로 생각한다. 그것이 한국 축구문화의 현 수준이다”고 말했다.

신 위원은 “외국은 축구 자체를 즐긴다. 우리같이 연예인을 동원해 오락화하지 않는다. 우리는 축구가 그릇된 문화로 포장돼 있다. 독일에선 자국에서 월드컵이 열리는데도 2개 채널만 중계를 했고 경기 자체를 분석하는 데 집중했다. 한국 방송들이 본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오히려 잘됐다. 이번 일을 계기로 축구문화를 건전하게 바꾸는 작업을 하자. 규정이 논란이 되거나 축구에 난제가 생겼을 땐 전문가 그룹을 만들어 팬들에게 정확하게 전달하는 풍토를 만들자”고 강조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오프사이드 아니다” FIFA-AFC 결론

국제축구연맹(FIFA)과 아시아축구연맹(AFC)은 2006 독일 월드컵 한국-스위스전 때 알렉산더 프라이의 골에 대해 ‘오프사이드가 아니다’란 결론을 내렸다.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회도 “처음엔 오프사이드로 판단했으나 조사결과 오프사이드가 아닌 것으로 결론지었다”고 밝혔다. 이 분석에 따르면 후반 32분 스위스의 사비에 마르제라즈가 패스하는 순간 프라이는 온사이드 위치에 있었다. 오프사이드는 볼을 패스하는 순간 공격자의 위치를 파악해 판정을 내리는 데 이 점에서 전혀 문제가 없었다는 얘기다.

이와 별도로 이호의 발을 맞고 굴절된 상황에 대해선 아직도 논란이 있다. FIFA는 슛한 볼이 수비수를 맞고 굴절돼 오프사이드 위치에 있는 공격자에게 연결될 경우엔 오프사이드로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슛이 아닌 패스의 경우엔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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