洋-韓方 이번엔 ‘감기싸움’… 보험급여비 놓고 또 충돌 조짐

  • 입력 2005년 2월 14일 18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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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에서 ‘감기를 한방으로 다스리자’는 홍보 포스터(왼쪽)를 내걸자 의사들이 ‘한약을 함부로 복용하지 말라’는 포스터를 배포하면서 한·양방 간 의료계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한방에서 ‘감기를 한방으로 다스리자’는 홍보 포스터(왼쪽)를 내걸자 의사들이 ‘한약을 함부로 복용하지 말라’는 포스터를 배포하면서 한·양방 간 의료계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진료 영역을 두고 사사건건 대립해 온 양·한방 의료계가 또다시 충돌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번에는 보험급여 항목 1위를 차지하는 감기 진료를 둘러싼 영역 다툼이 원인이다. 한의사들이 한방으로 감기 환자를 다스리자는 캠페인을 벌인 데 대해 의사들이 발끈하고 나선 것이다.

▽포스터가 발단=지난달 31일 대한개원의한의사협의회가 회원을 대상으로 ‘감기 워크숍’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한의협은 ‘우리가족 감기는 한방으로’ ‘아이들 감기 한방으로 다스린다’란 내용의 포스터 400여 장을 돌렸다.

대구시한의사회도 비슷한 시기에 ‘감기, 한의원에서 한방에 보내세요’란 포스터 1000장을 배포했다. 감기 한방치료를 홍보하는 포스터는 지금까지 총 1만여 장이 배포됐다.

이에 대한내과의사회가 발끈했다. 의사회는 한약 복용의 위험을 알리는 캠페인에 들어갔다. 우선 ‘처방전 없이 한약을 복용하면 간염 심장병 위장병이 발생할 수 있다’는 내용의 포스터 5000장을 전국 의원의 환자 대기실에 붙였다.

의사회는 또 한약의 부작용 사례를 책자로 만들어 ‘한방의 비과학성’을 널리 알린다는 계획이다.

▽확대되는 전선(戰線)=의사들은 ‘한방병원의 컴퓨터단층촬영(CT)이 문제없다’는 최근 법원 판결로 한방에 대한 불만이 최고조인 상태다. 포스터 파동까지 겹치면서 의사들의 반발이 확대되고 있다.

대한이비인후과개원의협의회가 ‘반(反)한방’ 전선에 동참했고 대한소아과개원의협의회 일부 회원도 가세했다. 이에 따라 의사회는 포스터 5000장을 추가 제작해 15일부터 전국 병의원에 배포할 예정이다. 소아과개원의협의회도 별도로 ‘반한방’ 캠페인을 전개할 계획이다.

한의협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한의협 최방섭(崔邦燮) 사무총장은 “포스터는 한방 치료의 효과를 선전하기 위한 것이지 양방을 비난하는 어떤 문구도 들어 있지 않다”고 말했다. 최 총장은 이어 “의사들이 뭐라 하던 홍보전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법정까지 가나=한의협은 의사회의 포스터가 한방을 비과학적으로 매도하며 한의사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며 명예훼손 등 법적 책임을 묻기로 하고 법률 검토 작업에 들어갔다.

의사회 장동익(張東翊) 회장도 “한방 관계자들의 협박 전화가 잇따라 경찰에 수사 의뢰를 했다”고 밝혔다. 장 회장은 또 “한의협이 소송을 걸면 우리도 맞소송으로 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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