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신임 사장을 향한 내부의 우려[오늘과 내일/서정보]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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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특정 집단 옹호 안 돼” 지적… 사장 “편향 비판은 프레임일 뿐”

서정보 문화부장
서정보 문화부장
“공영방송 뉴스가 특정 정치 집단을 옹호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서는 안 된다.”

언론노조 MBC본부 민주언론실천위원회(민실위)가 25일자 노보에 게재한 글의 일부다. 공정방송을 추구한다는 민실위가 갑자기 ‘공영방송의 ABC’를 들고나온 것이다.

25일자 노보는 ‘새 사장에게 바란다’는 1면부터 시작해 대부분의 지면에 24일 선임된 박성제 사장에 대한 당부와 우려의 목소리를 담았다. 결국 ‘특정 정치 집단을 옹호해선 안 된다’는 메시지는 박 사장에게 보내는 당부인 셈이다. 노조위원장을 지내고 해직됐다가 복직한 박 사장은 MBC 노조의 상징적인 인물이다. 그런 박 사장과 같은 편이라고 할 수 있는 노조가 쓴소리를 한 것에 대해 “그만큼 조국 사태 이후 보도에 대해 불만을 피력하는 내부 목소리가 작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민실위는 구체적인 사례로 임미리 교수의 칼럼에 대한 더불어민주당의 고발, 사법농단 판사에 대한 1심 판결 무죄, 청와대 선거 개입 의혹에 대한 공소장 공개 등을 들었다. 민실위는 “정치적 쟁점이 될 만한 사안에 대해 우리 뉴스의 대응은 한발 늦었고, 대처도 일관되지 못했다. 이슈별 취사선택에 ‘패턴’이 보인다면 편향적이란 소리가 나오기 충분하다”고 적었다.

민실위가 지적한 최근 사례를 MBC 뉴스데스크는 어떻게 다뤘을까. 13일 민주당이 임미리 교수 칼럼을 고발한 사실이 알려지자 대부분의 언론들은 ‘표현 자유의 침해’라며 주요 뉴스로 다뤘다. 하지만 당일 뉴스데스크에선 볼 수 없었다. 다음 날인 14일에야 민주당이 칼럼 고발을 취하했다는 소식을 “요새는 손님들이 적으시니 편하시겠네”라는 정세균 국무총리의 발언 논란과 함께 다뤘다. 보도의 내용도 표현 자유의 침해 등에는 별다른 언급 없이 당내 반발이 강력해 취하했다는 정도였다.

MBC 뉴스데스크를 모니터하고 있는 내부 인사는 “보도 추이를 보면 청와대와 여당에 유리한 기사는 콕 집어 키우고, 불리한 것은 축소하거나 누락하는 경향이 뚜렷하다”며 “그동안 공정방송을 해야 한다며 여러 차례 파업을 벌인 노조가 원했던 공정방송이 이것이었는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그러다 보니 ‘우리 편’인 노조도 비판의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미 박 사장은 보도국장 시절 서울 서초구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지지 집회의 참가자 수를 “딱 봐도 100만”이라고 해 노골적으로 친정부 성향을 드러냈다는 비판을 받았다.

문제는 박 사장이 내외부의 우려와 비판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박 사장은 22일 사장 후보에 대한 방문진 면접에서 “1년 7개월 동안 노조로부터 공정성 비판을 받은 적이 없다. 이 기간 우리 뉴스 신뢰도가 크게 상승했다. MBC 보도가 편향적이라는 것은 일종의 프레임”이라고 답했다.

편향적이라는 프레임을 만들어 놓고 비판할 뿐이지 실제로는 공정했다는 취지다. 또 박 사장은 사장 취임 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신뢰도 1위를 탈환할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부에선 “특정 정파에 유리한 보도를 해서 시청률을 올렸고, ‘그거라도 지켜야 한다’는 절박감이 있으니까 다들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지 않나”라는 자조가 나올 정도다.

민실위는 노보 글의 마지막 단락에서 이렇게 경고했다.

“우리만의 정의, 우리만의 공정성에 사로잡히면 ‘어떤 사안은 누락해도 되고, 어떤 사안은 이 정도만 해도 된다’는 잘못된 신호가 퍼진다.”

프레임을 갖고 비판한다고 하기 이전에 MBC가 프레임을 갖고 뉴스를 만들지는 않았는지 박 사장이 되돌아봤으면 한다.
 
서정보 문화부장 suhchoi@donga.com
#mbc#박성제 사장#뉴스 프레임#공정성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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