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축구협회 제안에 중계권까지…한국 축구의 달라진 위상

  • 뉴스1
  • 입력 2019년 10월 25일 11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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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오는 11월 ‘거물’과 의미 있는 평가전을 갖는다. 상대는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최다 우승에 빛나는 ‘축구의 나라’ 브라질이고 장소는 아랍에미리트다. 진짜 강호와 오랜만에 펼치는 경기라는 것도 반갑고 대결 장소가 한국이 아닌 원정이라는 것도 흥미로운 조건이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24일 “남자 축구대표팀이 오는 11월19일 UAE 아부다비에서 브라질과 친선경기를 갖는다”고 밝혔다. 앞서 11월14일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레바논과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4차전을 치르는 대표팀은 예선 경기 후 UAE로 이동, 브라질과 평가전을 갖는다.

어느 정도 미리 알려진 일정이었다. 공식발표 열흘 전인 지난 14일 브라질 축구협회가 자신들의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브라질 대표팀이 오는 11월15일 아르헨티나, 11월19일에는 한국과 평가전을 치른다”고 먼저 전한 바 있다.

당시 브라질 협회는 “아르헨티나전 장소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이고 이후 UAE로 장소를 이동해 한국과 아부다비에서 격돌한다”고 덧붙였다.

기본적으로는 양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며 성사된 매치업이다. 11월 A매치 2연전 중 한국도 브라질도 앞선 경기를 중동 지역에서 치러야하는 상황이었다. 언급한대로 한국은 월드컵 예선을 레바논에서, 브라질은 라이벌 아르헨티나와 사우디에서 맞붙는 일정이 있었다. 후속 경기 파트너를 섭외해야하는 상황에서 브라질의 제안이 들어왔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브라질축구협회 쪽에서 KFA에 대전을 요구해왔고, 우리 쪽에서 조건을 검토한 뒤 수락했다”고 전했다.

애초 KFA 측은 레바논 원정 뒤 한국으로 돌아와 국내에서 한 차례 평가전을 더 갖는 것을 준비하고 있었다. 12월 부산에서 열리는 동아시안컵(EAFF E-1 챔피언십)이 있기는 하지만 손흥민 등 유럽파들을 부를 수 없기에 ‘베스트 멤버’로 국내에서 치를 수 있는 2019년 마지막 A매치라는 것을 염두에 둔 스케줄이었다. 하지만 ‘브라질’의 제안이라 구미가 당겼다. 게다 브라질의 제안이었다.

A매치 평가전은, 초청하는 쪽에서 경기를 원하는 쪽에 ‘대전료’ 개념의 돈을 제공하는 게 통상적이다. 계약마다 조건이 천차만별이라 ‘무조건 돈을 준다’라고 말하기는 어려우나 체재비와 초청비 등을 제안한다. 그 초청비란 항공료에 그칠 수도 있고 항공료에 ‘웃돈’을 붙여 “우리와 경기해 달라”고 제안하기도 한다. 아무래도 한국이 독일을 초청할 때와 스리랑카를 초청할 때 자세가 똑같을 수는 없다.

물론 브라질이 한국과의 경기를 제안하면서 넉넉한 초청비를 제공할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공짜로 우리랑 경기하게 해줄게’라고 한 것도 아니다. 취재 결과 브라질 축구협회가 경기 중계권을 KFA에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문제에 대한 확인을 묻는 질문에 축구협회 측도 인정하며 “홈팀이 마케팅 권리와 입장권 수익, 중계권 등을 갖는데 브라질이 그 경기의 중계권을 KFA에 넘겼다”면서 “그것이 일종의 초청비가 된 셈”이라 설명했다.

브라질급 레벨의 국가에게 초청비를 받는 것보다는 중계권리를 넘겨받는 게 ‘수익’적으로는 더 나을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사실 ‘돈벌이’ 여부를 떠나 자체로 고무적인 일이다. 브라질 축구협회의 첫 번째 옵션이 한국이었다. 협상 1순위였다는 의미다.

축구협회 또 다른 관계자는 “브라질축구협회가 다른 나라에 제안하다가 실패해서 한국을 찾은 것이 아니라 우리한테 가장 먼저 제안했다. 그 날짜에 경기할 수 있는 나라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이란도 있고 사우디아라비아도 있는데 우리를 택했다”면서 “심지어 이스라엘에서 우루과이와 경기하는 안도 있었는데 자주 붙는 남미 국가라는 판단 하에 한국에 제안했던 것”이라고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줬다.

가뜩이나 ‘진정한 강호’들과 대결하는 기회가 많지 않고, 특히 안방의 이점을 버리고 다른 나라에서 경기를 갖는 경우는 더더욱 없다는 점에서 벤투호의 ‘민낯’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잣대가 될 전망이다. 한국 축구의 달라진 위상과 함께 흥미로운 경기가 다가오고 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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