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코레일 떠넘기기에 밀려난 시민 안전[현장에서/홍석호]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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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 1호선 노량진역 환승계단 옆 깨진 유리를 나무판으로 막아 놓았다.
서울 지하철 1호선 노량진역 환승계단 옆 깨진 유리를 나무판으로 막아 놓았다.
홍석호 사회부 기자
홍석호 사회부 기자
29일 오후 서울 지하철 1호선 노량진역 4번 승강장. 지하철 9호선으로 연결되는 환승통로 계단 옆 강화유리가 깨진 곳이 나무판 두 장으로 가려져 있었다. 유리가 파손된 것은 13일. 역무원이 임시방편으로 막았다고 한다. 기자가 나무판을 손으로 밀어봤더니 쑥 들어갔다. ‘기대지 말라’는 경고문이 붙어 있지만 승객이 몰리는 출퇴근 시간에 불가피하게 밀려 기대게 되면 사고가 날 수 있어 보였다.

노량진역에서 급행열차를 타는 2번 승강장 환승통로 옆 유리는 올 1월 깨졌다. 넉 달 동안 강화유리 보호필름을 붙여놓았다가 4번 승강장 유리가 깨진 곳을 나무판으로 가릴 때 이곳에도 같은 조치를 했다.

지상 승강장에서 노량진역으로 내려가는 환승통로 4곳에도 문제가 많았다. 통로 계단과 에스컬레이터 옆 철제 펜스는 약한 힘에도 좌우로 흔들렸다. 계단손잡이 아래쪽이 부서진 곳도 있었다.

역 측은 서울시도시기반시설본부(도기본)와 9호선 운영사인 ‘메트로9호선’ 측에 5차례 보수 요청을 했다고 한다. 15일에는 지난해 7월부터 보수 요청을 했던 12건을 모두 묶어서 다시 도기본과 메트로9호선 측에 공문을 보냈다. 하지만 보수는 안 되고 있다.

노량진역 측은 깨진 유리가 환승통로의 부분이기 때문에 도기본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도기본은 승강장 승객을 보호하는 용도이므로 승강장 관리 주체인 노량진역, 즉 코레일 책임이라고 했다.

이런 혼란의 배경에는 환승통로 관리주체가 명확하지 않다는 데 있다. 역사 유지 및 보수는 코레일 서울교통공사 메트로9호선 같은 도시철도운영자들이 맡는다. 하지만 지하철 환승통로는 정해진 규정이 없다. 9호선이 교차하지만 여의도역(5·9호선) 환승통로는 서울교통공사가, 당산역(2·9호선) 환승통로는 메트로9호선이 책임진다.

노량진역 환승통로는 2010년 1월부터 2015년 10월 완공되기까지 우여곡절을 겪었다. 민자역사 사업은 허사가 됐고 한국철도시설공단의 추진 시도도 무산됐다. 결국 도기본이 나서서 지었다. 하지만 보수관리를 누가 할지 정하지 않는 바람에 공사계획을 세우고 시공감독을 하며 시설을 짓는 기관인 도기본이 맡게 됐다. 그러다 보니 노량진역 측의 보수 요청에 도기본은 “담당 업무가 아니다”라고 반응했고 현장을 확인한 뒤에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노량진역 측도 보수를 요청하고 임시조치만 취한 채 뒷짐을 지고 있었다.

도기본은 취재가 시작되자 29일 깨진 유리 등을 고치겠다며 노량진역 4번 승강장을 찾았다. 어느 곳이든 시민의 안전을 생각해 먼저 나설 순 없었을까.

홍석호 사회부 기자 will@donga.com
#노량진역#환승통로 관리주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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