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스스타트 페이스메이커 논란? 팀의 의미부터 새겨야….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3월 1일 16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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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스피드스케이팅대표 정재원-이승훈(오른쪽).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남자 스피드스케이팅대표 정재원-이승훈(오른쪽).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2018평창동계올림픽에서 정식종목으로 첫선을 보인 스피드스케이팅(빙속) 매스스타트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한 온라인 매체의 기사가 발단이었는데, 메달이 유력한 선수를 ‘밀어주기’ 위해 다른 선수가 일찌감치 선두그룹에서 뛰며 상대의 추월을 막는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한다는 것이 골자다. 한마디로 이승훈(30·대한항공)의 금메달을 위해 정재원(17·동북고)이 희생양이 됐다는 것이다. 이는 매스스타트의 경기방식과 ‘팀 스포츠’의 의미를 알고 있다면 논란이 일 필요조차 없는 사안이다.

매스스타트는 빙속과 쇼트트랙의 집합체다. 인코스만 타야 하고 몸싸움을 허용하는 경기방식은 쇼트트랙의 장거리 종목에 더 가깝다고 봐야 한다. 트랙을 16바퀴(6400m) 돌아야 하는 힘겨운 싸움, 전략 없이 무작정 달린다고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종목이 아니라는 얘기다. 특히 한 국가에서 두 명만 출전이 가능한 종목의 특성상 팀플레이도 선행해야 한다. 팀의 우승을 위해 맞춤 전략을 짜야 한다는 의미다. 이는 쇼트트랙의 경기 방식과도 궤를 같이한다.

국제빙상경기연맹(ISU) 매스스타트 규정에도 ‘팀 플레이를 금지한다’는 내용은 전혀 없다. 5000m, 1만m와 마찬가지로 국가당 두 명까지만 출전할 수 있다는 규정이 ‘팀플레이 제한’을 의미하진 않는다.

페이스메이커 논란은 최선을 다해 팀플레이를 한 선수의 노력을 무시하는 처사다. 물론 혼자 힘으로 메달을 따내기가 더 어려운 일은 맞다. 김보름(25·강원도청)의 은메달이 박수 받는 이유도 그것이다. 그런데 정해진 규정 안에서 팀의 우승을 위해 전략적인 플레이를 펼친 것을 잘못으로 치부하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빙상계는 물론 체육계 관계자들도 매스스타트에서 팀의 승리를 위해 협력하는 것이 논란으로 번지는 자체가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남자 결승에서 네덜란드의 플레이가 모든 것을 설명한다. ‘빙속 황제’ 스벤 크라머(네덜란드)가 막판 스퍼트로 길을 열어줬다. 크라머의 질주에 선두그룹 선수들이 동요했고, 이를 틈타 치고 나간 동료 쿤 페르베이는 동메달을 따냈다. 지금의 논란을 대입하면, 크라머도 이승훈을 ‘밀어주기용’ 페이스메이커였다. 이 같은 논란은 수년간 노력한 선수들의 사기와 자부심만 떨어트리는 일이다. ‘팀’의 의미를 되새기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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